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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화) J.M. 쿳시 <추락>
  • 2009-08-24
  • 3367

  

안녕하세요? 소설모임을 사랑하는 1인 윤주라고 합니다. 저는 지난 해 1월과 2월 상담소에서 인턴을 했었고요, 인턴이 끝난 후부터 자랑스러운 회원(?)으로 가입하여 상담소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행사에 참여해 왔답니다.  

소설모임은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때 처음으로 참석했어요. 어쨌거나 이제 소설모임은 제 일상의 ‘작은 기쁨’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상담소에 오기 전 ‘오늘은 또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게 될까?’ 라는 호기심을 품고 6호선에 탈 만큼이요. 대학교 때 문학을 공부한지라 전공시간에 특정 작품을 읽고 토론과 분석을 한 적은 꽤 많지만, 소설 모임은 그 때와는 다른 ‘무엇’인 것 같아요. 자유롭고 격식 없는 분위기 속에서 소설 속 인물과 사건에 대해 마음껏 떠들 수 있으니까요. 딱히 어떤 주제에 관해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고, 몇 시간에 안에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는 제한도 없지만 우리가 풀어내는 수다는 언제나 날카롭고, 다채롭고, 유쾌합니다.  

후기를 쓰는 오늘은 소설모임을 한지 열흘이 지난 시점이라 그 때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솔직히 다 기억나지는 않네요. 그래서 책장에 꽂혀 있던 <카트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아! 표지를 보니 그 때 이런 대화를 나누었던 게 생각나는군요. 표지 상단, ‘턱 위에 손을 얹은 채 바닥 쪽을 응시하고 있는 단발머리의 여인’을 보고 “왜 이 사진을 표지로 선택했을까?” 라고 누군가 말했었죠. 하지만 얼마 지니지 않아서 이 우아하면서도 강직해 보이는 사진 속 여인이 카트리나 블룸의 이미지를 환기 시킨다는데 모두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이 여인의 기구한 삶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카트리나가 첫 눈에 반한 범죄자 괴텐과 옹졸한 전남편 브레틀로와 카트리나와 우호적 관계에 있었던 블로르나 부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얻었죠.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강퍅하다’라고 비난했지만 카트리나는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즉, 세상이 만들어 놓은 관습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윤리와 도덕으로 생을 건설해 나갔을 뿐이라고 말이죠.  

이 책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언론’입니다. 카트리나가 자신의 ‘명예를 잃어버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차이퉁》이란 신문의 치졸한 기사들 때문이었으니까요. 여기서 우리는 이 소설과 대한민국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모종의 연결 고리를 발견했습니다. ‘이념을 파는 도구’ 로 전락해 버린 대한민국의 신문들과 그 신문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기사들. 그리고 기사 행간에 스며든 뒤틀린 이데올로기들은《차이퉁》과 너무도 흡사했습니다. 한편, 폭력적 언어가 담긴 편지를 보냄으로써 카트리나를 힐난하려 했던 무지한 대중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1974년 독일의 편지와 2009년 대한민국의 악플은 형태만 상이할 뿐 그 본질은 너무도 비슷하다는 사실에 동감하기도 했죠.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합정동 테이블15에서 가졌던 소설모임은 10시가 훨씬 넘어 끝났답니다. 물론 끝나기 전 다음 작품을 무엇으로 선정하느냐 때문에 좀 고민이 많았지만,   

   

다음 소설모임 : 2009년 9월 15일(화) 늦은 6시반

장소 : 상담소 2층 (합정역 7번출구 도보 5분)  

결국 <추락>(J.M.쿳시)으로 정해졌답니다! 카트리나 블룸 못지않게 멋진 주인공이 등장할 것을 기대하며, (혹은 정반대로 매우 졸렬한 주인공이 등장할 는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20분쯤 후에 YES24에서 이 책을 주문하려고 합니다. 그럼 다들 다음 모임 때 만나요! See you SOON!  

<추락> by J.M.쿳시 - From YES24  

쿳시에게 두 번째 부커상을 안겨주기도 한 <추락>은 그의 최고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무대로 흑백 간의 갈등과 폭력의 원인을 탐구한 작품으로, 식민지와 후기 식민주의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소설들은 남아공 사람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한 오라기의 감상도 없이 바라보는 작가의 예리한 눈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가 존재의 중추신경을 건드리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진실을 얘기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라고 역자 왕은철 교수는 평가했다.  

<추락>은 냉소적인 백인 대학교수와 아프리카의 땅을 사랑하는 딸이 겪는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남아프리카에서 백인 지배가 종식된 이후, 새로운 환경이 제공하는 공포에 맞서 자신과 딸을 방어하려는 대학교수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댓글(8)

  • 푸른들판
    2009-09-14

    갈수록 풍성해지는 소설모임 댓글들... 유후!! 저는 온라인으로만 참여하는 회원이라 여겨주시고, 이번 '추락'을 읽고 들었던 복잡한 심경을 적어보고 싶네요. 성폭력, 강간, 성노동, 성희롱, 대학의 권력관계 등등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산더미같지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 골라볼께요. 글 속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면 가끔씩 추락하는 것도 우리에게 좋은 일인지 모르지요. 깨지지만 않는다면" 무언가 다 놓아버리는 것, 그것이 굴욕적이라 할지라도, 권리, 소유, 여성이라는 인식, 사유, 성찰, 고상함 등등 (그나저나 모든 것을 내놓는다면 '나'는 과연 누구인가?) 생존이외에는 그 모든 것을 내놓고 사는 것 그게 답은 아닐진대, 소설 속 주인공의 딸의 삶을 보면 위의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답답했고, 마음 속으로 분노가 생겼으며, 괴로웠다. 내가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많아서 그런걸까? 문명화된 그러면서도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돌아가는 것도 답은 아니지만, 완전 정글질서, 약육강식질서에 들어가는 것도 답은 아니지 않을까? 역자의 말처럼 서구문명이 기초하고 있는 '잔인한 합리성, 소유에 대한 집착', '불변인 것처럼 여겨지게 하는 언어'에서부터 벗어날 필요는 있지만, 약육강식의 정글로 들어가는 게 답일까? 특히 그 안에서는 약자일 수밖에 없는... 추락을 허하되, 깨지지 않을 방법은 뭘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여성인 나로서는 별다른 신나는 삶의 방식을 제안해주지 못하는 저자에게 답답하기도 하고...

  • 당고
    2009-09-03

    와- 오산에서 오시면 힘드시겠네요- 6시 반부터 모이기 시작하면 7시 정도에 시작할 것 같은데 30분 늦게 오셔도 별로 상관없을 것 같아요- 책 읽는 거 좋아하시면 가벼운 맘으로 꼭 참석해보시길 바라요! 기다리고 있을게요>_<

  • 뚱녀
    2009-09-03

    회사가 오산이라 일끈나구 가면 7시 30분쯤 될거 같은데..늦어도 돼나여? 책읽는건 좋아하는데 막상 스토리가 어떻냐구 물어보면 모라구 설명해줘야할지 모르겠더라구여..여러분들의 생각을 듣고싶습니다

  • 윤주
    2009-08-29

    아,,,,,,,,,,,,오타 발견,,,,,,,,,,,,,'지니지 않아서' 가 아니라 '지나지 않아서' 인데,,,,ㅠ_ㅠ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베스트 10중 하나인 오타가 발견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아하하.) 어쨌거나 다음 모임때 만나요! ^^

  • 당고
    2009-08-28

    갈수록 후기가 정성스러워지는군요! 저도 소설모임을 너무 좋아해요. 이번 책은 아직 구하지 못했는데 기대감만 커지는 중? ㅎㅎㅎㅎㅎ

  • 푸른들판
    2009-08-28

    초반부만 읽다가 만 책이었는데, 다시 읽어야겠군요~~ 윤주, 오랜만^^

  • 래이
    2009-08-25

    열심히~ 정독?해서 갈께용. 와 기대된다~!

  • 회원A
    2009-08-24

    쿳시 소설 좋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