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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지넷 윈터슨
  • 2010-04-27
  • 3207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는 소설모임 자칭 열성(?) 회원 윤주라고 합니다. 소설모임에서 사회자 및 수다쟁이 역할을 매우 열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그래서 피치못할 사정이 아니면 꼭 소설모임에 나타나는 그런 상담소 ‘정회원’ 입니다. 하하. (몇몇 소설모임 친구들이 제가 또 ‘정회원’ 얘기한다고 욕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저는 ‘상담소 정회원 프라이드’ 가 좀 강한 사람입니다. 으흐
흐.)
 
 
 
근 2주간 오매 사무국장이 문자와 트위터로 후기는 도대체 언제 내놓을 꺼냐며 빚쟁이처럼 독촉하였으나, 저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뻔뻔하게 후기 쓰기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영감이고 뭐고, 빨리 원고를 넘겨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 거침없이 밀려와(달력을 보니 벌써 다음주가 5월 소설모임 날이더군요. 헉. 전 아직 책도 안 샀는데.)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재밌다!” 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루나>(줄리 앤 피터스/ 궁리) 속 주인공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4월 9일, 합정동 카페 아이두 지하벙커에 둘러앉아 쏟아냈던 소소한 수다들과 함께.
 
 

 
일단 우리가 가장 먼저 이야기했었던 부분은 “트랜스젠더” 성소수자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여자라고 믿는, 그래서 여자가 되고 싶다고 간절히 소망하는 리엄(루나)이 주인공인 이 소설을 논하는데 있어서 “트랜스젠더” 이슈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린 트랜스젠더들이 게이나 레즈비언과 같은 동성애자들과는 또다른 범주의 갈등을 겪고 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되기 전에도, 그리고 트랜스 젠더가 된 후에도 사회의 인정과 동의를 받는 게 힘들다는 측면에서 말입니다. 더불어 그들이 직업 활동 및 기타 사회적 활동을 할 때마다 부딪히게 될 수많은 난관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게이나 레즈비언들 역시 매순간 수없이 많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그래도 직업 활동을 하는데 있어선 트랜스젠더들 보다는 어려움을 덜 겪는 편이죠. 사회로의 ‘진입’자체가 원천봉쇄되어 있진 않으니까요. 실제로 외국에선 게이나 레즈비언 중에서 경제적인 부나 사회적 명성을 쌓은 사람들도 꽤 많고요. 그런 측면에선 트랜스젠더들은 성적 소수자중의 소수자인 것 같아요. 그래서 트랜스젠더 관련 인권운동이 어려운 거겠죠. 동성애자 인권운동이나 여성 인권운동에서 다루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세세하게 고민해야 하기에.
 
어쨌거나 극단적인 여성성을 내세워 일종의 상품처럼 취급되거나(남성에서 여성이 된 트랜스젠더들),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은둔자처럼 살아가는 경우(여성에서 남성이 된 트랜스젠더들)가 대부분인 트랜스젠더들의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면서 성적 소수자 문제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루나(리엄)을 보면서 우린 두 가지 욕망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 되고 싶은 욕망’과 ‘자기 자신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에 대해서 말이죠. 전 나를 위한 내가 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한 나로 살아가기 바쁜 우리의 삶이 가엾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성격, 어떤 자아, 어떤 정체성의 내가 진짜 나일까?”가 정말 궁금하다고 말하더군요. 한편 어떤 친구는 자신은 오히려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어요. 나 자신도 잘 알고, 남들도 잘 아는, 그래서 너무도 ‘나’스러운 정체성에서 벗어나 색다른 누군가로 변신해 보고 싶은 욕망을 언급하면서 말이죠. “내가 될 수도 없고, 나에게서 벗어날 수도 없는 우리?”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는 이 근원적 질문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서 우린 재밌는 수다판을 벌였습니다. 이제까지 소설모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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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소설에 대한 담소가 얼추 마무리될 때쯤 다음 달에는 무슨 책을 읽을까에 대한 일종의 배틀이 있었습니다. 소설 추천계의 1인자이시자 이글루스 인기 블로그 운영자이신 당고께서 지넷 윈터슨의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를 동시에 제안했는데, 전 솔직히 말해서 하이스미스의 소설이 더 땡겼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오* 사무국장께서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를 꼭 읽고 싶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동시에 <루나>와 주제가 연결되기 때문에 할 이야기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회원들 상대로 엄청 판촉을 하시는 바람에 결국 저는 이 배틀에서 패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굴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른바 자랑스런 ‘정회원’인데. 크크크.)
 
 
 
어쨌거나 이런 사연으로 말미암아 이번 5월 소설모임 책은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민음사)
 
로 정해졌습니다. 예스24 소개에 의하자면, ‘성정체성을 깨닫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한 소녀의 아름답고 당돌한 이야기’로, 억압적이고 보수적으로 변질되어 버린 기독교 문화에 대한 반발을 그리고 있답니다. 루나 못지 않은 당당하고 소신있는 캐릭터가 등장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유후~!!

다음 소설모임은 어린이날 하루 전인 5월 4일(화) 입니다. 시간은 6시 반. 그럼 다들 그 때 만나요. :)
 
 
* 소설모임장소는 합정역 5번출구 근처 까페 ido 입니다. 오시는 길 문의 010-2229-0073 로 주세요~! (당일 문자 가능)
 

댓글(3)

  • 당고
    2010-05-01

    후후- 이리 재밌게 쓰시려고 후기를 늦게 올리셨군요;ㅁ; 그런데 왜 오* 사무국장님 이름만 익명처리입니까 흥-ㅅ-;

  • 2010-04-29

    후기 잼나네요. 아.... 또 읽고 싶다!

  • 2010-04-29

    멋진 '정회원' 윤주님! 멋진 후기 잘 읽었어요! 다음 모임도 무지 기대되는군요! 으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