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소모임(나는 소설읽기 소모임을 소소모임이라 부른다......실수로 소설가모임이라고 부르기도 했었지만)의 책읽기는 한없이 지엽적이고, 또 편향적이어서 더욱 소중하고 매력적이다. 출판사의 보도자료나, 인터넷 서점의 카피를 충실히 신뢰하는 책읽기를 거부하고, 성폭력을 미화시키거나 혹은 ‘한 남성의 성장 과정 혹은 인생역정 속에 있는 에피소드’쯤으로 치부하는 작가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씹어댄다. 그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던 안 받았던 상관없다. (그런 의미에서 노벨상 수상자 J는 소소모임에게 자주 씹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해서 씹혔다) 우리는, 아니 나의 문제인가? 어떤 작품이 여성주의적 냄새를 풍긴다고, 그런 색깔이 좀 비친다고 해도 앞뒤 재고 살피고, 꼼꼼이 뜯어보고, 여러 가지 맥락 속에서 살핀다. 결론적으로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상을 탄 훌륭한 작가라고 해서 성폭력에 대해 높은 인식을 보일 거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저버리고 최대한 냉정하게 우리는 이 책을 읽어내려고 했다. 비록 작가가 고령이 되어서도 작품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전혀 팔리지 않는 ‘성폭력’이란 주제를 선택한 데에 대해 호기심과 경애심을 약간 가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이런 주제로 글을 쓴 것이 ‘민족주의적인 관점’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런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한 한국소설가 K와의 에피소드에 관한 얘기도 나눴다. 이러다 보면 때론 맘에 들어 추천했고, 읽을 때까지도 좋았던 소설이 우리의 자리에서 얘기되고 얘기되면서 점점 더 혐의를 받게 되기도 한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책에서도 ‘미국에게 능욕당한 일본’이 여성으로 치환되었기 때문에, 그 상처를 치료하고 ‘정화’하기 위해 민속적이고 원초적인 제의 방식이 등장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얘기가 나오면서 더욱 더 혐의는 짙어진 채 토론을 마친 것 같다.또 한가지, 이 책의 해설에 등장한 ‘성적 훼손’이란 표현을 우리 모두 맘에 안 들어했다. 이것은 마치 성폭력이 돌이킬 수 없는, 뭔가 손실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법한 느낌, 여성의 몸을 타자화 혹은 물신화 한 것 같은 느낌이 우리의 마음에 걸렸다는 것. 이런 단어 하나하나가 우리에겐 너무 중요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꺼리’가 된다. 그래서 나는 소소모임의 (충견이 아니라) 충묘가 되었다. 다음 소설모임은 4월 24일(일) 오후 6시 입니다 다음 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은 <엄마 엄마 엄마> 조 피츠제럴드 카터 저 정경옥 역 뜰 2011 입니다. 세상과 작별을 결심한 엄마와 그 곁을 함께한 딸들의 아름다운 이별
자살을 결심한 엄마와 그 곁을 지킨 딸들의 감동실화『엄마 엄마 엄마』. 자살을 결심한 엄마의 통보 앞에 세 딸이 나타내는 반응과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실화. 죽음을 결심한 엄마와 속상해 하는 딸들의 입장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이야기하기보다, 관련 인물들의 솔직한 고뇌를 섬세한 필체로 그렸다. 자살을 고집하는 엄마, 못들은 척 하는 첫째, 엄마를 붙잡고 싶은 둘째, 마음이 아프지만 엄마 곁을 지키는 막내딸인 저자까지. 인생을 마무리하는 사람 곁을 지켜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강조하고,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전하고 있다. (교보문고, 책소개)
4/24(일) 6시 <엄마 엄마 엄마> 조 피츠제럴드 카터, 뜰, 2001
댓글(3)
맞아요, 레이 ㅎㅎ 일요일에 꼭 보아요!
이번엔 꼭 갈게요... 근데 장소 그 집 맞나요??
오랜만에 참으로 색깔 있는 후기- 소소모임의 충묘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