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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월례포럼 “여성정치인의 대선읽기” 후기
  • 2007-10-09
  • 3221
지난 10월 2일 늦은 6시부터 10월 월례포럼 “여성정치인의 대선읽기”
 
유력한 대선후보 이명박 후보의 연일 이어지는 여성비하발언이 가진 문제를 대통령 선거의 비중을 들어 문제제기하기도 하고
여성정책 60대 과제를 작성하여 제안하기도 하지만,
왜인지 대선에서 내가 주인공! 이라고 말하기 선뜻 근지러운 느낌.
 
정치와 여성운동과 어떻게 관계맺어야 하지? 생각하면 아무래도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여성단체, 시민단체의 대선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이보다
보다 구체적인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여성정치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초청한 이는 바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심상정 의원실의 오진아 보좌관.
 
조촐한 규모에서 열기만큼은 거침없는 포럼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여성주의, 여성할당제와 그 너머의 과제들 
 
민주노동당의 여성주의에 대한 소개와 논의로 오보좌관은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창당 때 30% 할당제 관철, 이후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30%할당, 그리고 총선에서 50%할당과 비례대표 1,3,5,7,9번 우선순위 할당. 그러나 초기 당 준비위원회에서의 장면 “여성당원이 20%-25%밖에 없는데 30%할당이라니? 당원도 없으면서!” 혹은 2003년 총선 비례대표 1번 심상정에 대해 “어떻게 그 상징자리를 여자한테 주냐!”고 거품문 누군가의 사건도 있었다고 해요. 2002년 지방선거에서 정당명부제가 도입되어 광역의원으로 당선되었던 각 지역 여성의원들. 결과는? 우려를 불식하고 지역 시민단체, 지역언론 평가에서 1위를 석권.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면도 있어서 지역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여성활동가들이 할당을 통해서 발굴되고 능력이 갈고 닦아졌다고 오 보좌관은 평가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문을 열면서 조직내 양성평등 문화, 성폭력 사건에 대처하는 것 등을 굉장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력한 결과 반성폭력 당규를 제정하고 모든 당원들의 1년 2시간 교육 의무화, 경선 총선 출마시 반성폭력 교육 수료증 제출 의무화 등을 규정하였지만 2004년 술자리 여성 당직자를 폭행한 남성당직자를 중앙당기위에서 제명철회했던 사건, 여성 최고위원이 육아문제로 활동일정 조정을 요청하자 ‘그깟 사소한 일! 최고위원 사퇴하라’ 고 논란이 일었던 사건은 당내에 살아있는 마초와 마초이즘을 보여주었던 것이죠. 
 
 
심상정 캠프, 경선에서 여성주의를 고민하다
 
심상정 의원의 당내 경선은 어땠을까? 그 지지율 상승그래프 만큼이나 역동적이었을 같은 과정. 심상정 의원은 올해 초 새로운 인물로 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국민들에게 다시 당을 알려나가자 는 뜻에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해요. 오진아 보좌관은 캠프에서 여성정책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소개했습니다. 농촌기본법에 의거한 농민의 법적 자격에 해당되지 않는 여성농민의 문제- 여성농민은 법적으로 농민이 아니고 무급가족종사자여서 다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고, 영농후계자과정 교육 기회도 없고, 장비도 남성에게 맞도록 설계되어 나오는 데다가 농기계 교육은 남자가 받고 실제 일은 여성이 하고 있는 문제 등이 그 내용이라고 합니다. 재밌는 것은, 이 정책을 함께 만든 전국여성농민회를 만난 과정이었는데 올해 심의원 실에서 연 “민주노동당의 여성주의를 말한다”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왜 우리의 이야기가 빠져있냐고 전여농에서 발언 신청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이 때 여성농민의 현실을 듣고 오보좌관이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당연했고요. 
생활 속 진보시리즈도 인기가 많았다고 해요. 생리기간 수영장 할인제도는 재경부 산하 소비자위원회 규정을 바꾸면 최소한 시립, 공립 수영장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했는데 마침 재경부에서 안건심의중이라고 하여 의원실 파워로 독촉과 모니터링 할 예정. 빅 사이즈 의무법은, 10대 여성의 다이어트 거식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을 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제정되었던 법인데, 44부터 88까지 전사이즈를 의무제작하고 매장에서도 모든 사이즈를 진열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보좌관은 몇년 전에 봤던 뉴스 단신을 기억해내고 그 기사를 어렵게 다시 찾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언어 번역자를 섭외하여 법안을 검토하는 등의 과정을 겪었다고 합니다. (아, 심의원이 국회 재경위에 들어가면서부터 주식대차대조표 읽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여 경제통이 되기까지의 4년 과정도 매우 재밌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여성주의를 고민하고 전면화한 이번 경선, 오보좌관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다른 후보들도 여성정책을 많이 냈는데 전혀 이슈가 되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합니다. 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민주노동당이라면 여성친화적인 정책 알아서 잘 냈으려니 하면서 서로 붙어볼만한 내용을 생각지 않는 것 같았다고요. 보육, 여성비정규직, 여성농민 다 이슈가 되지 못했고, 여성정책을 따로 다루는 토론회도 기획단계에서 무산되고. 또한 심상정 의원의 경선 참여 의미를 함께 생각해줄줄 알았는데 정파이해관계를 먼저 따지는 당내 활동가들의 이야기, 누구후보를 지지하는 300 여성당원 선언, 3000인 여성당원 선언에 밀려 심의원실에서 이런 방식을 접게 된 과정, 동원과 자발적인 정치선택 사이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던 이야기 등도 있었습니다. 아, 한명숙 박근혜 등 다른 당의 여성경선후보의 선전과 더불어 차기 선거에서는 적어도 “여자대통령 시기상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 기쁨이라면 기쁨이라고 오보좌관은 너그러이 덧붙였습니다.
 
 
여성운동단체, 국회와 어떻게 만나나
 
오보좌관은 여성단체운동에 대해서도 진솔한 평가와 제안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특히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17대 국회, 여성이슈 여성의제가 남달랐는가? 17대 국회에 여성운동단체 출신 여성인사가 대거 입성한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그에 비해 얼마나 17대 국회에서 그 실력과 결과가 나타났는가? 에 대한 평가는 미흡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호주제 폐지 말고 뚜렷한 여성의제가 기억나지 않으며 그후에 여성의제가 아예 국회에서 실종되었다는 느낌인 것입니다. 최연희 의원 성폭력 사건 때에는 국회의장실 등 항의방문이 컸지만 장기투쟁 사업장인 KTX여승무원 문제에 대해 국회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동참한 여성의원은 민주노동당 의원을 제외하고 단 세 사람. 오보좌관은 국회에 입성한 여성의원들이 기존정당 내에서 어떤 입지를 차지하고, 혹은 그 안의 남성보수주의와 어떻게 싸우며 목소리내게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밖에서 얼마나 응원하고 지지, 비판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운동진영이 국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잘한 일이 다 국회의 책임과 무관하지 않으니 집회, 기자회견에도 적극 의원들을 추동하고 부르고, 정부관련 자료 등 의원실에 자료요청 적극 하고 국정감사에서도 의원실과 직접 연계하여 꼼꼼히 직접 준비해보는 것 등이 절실히 필요한데, 정치권과 친하게 지내다니.. 라는 색안경과 정치가 밥먹여주냐? 는 냉소주의를 넘어 밥먹여주는 정치를 요구하고 이것에 주목하는 것이 정치다! 라고 그 내용을 내가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대선, 대선, 대선 - 무엇을 어떻게 할까?
 
대선도 마찬가지.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느냐! 그것이 불러오는 차이는 너무 크다고 오보조관은 강조에 강조를 더했습니다. 여성이슈 60대 대선 정책과제를 후보들에게 돌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후보들을 간담회, 토론회에 불러 앉히고 여성정책 비교분석표를 만들고, 여성관련된 발언들을 꼼꼼히 모아 두고두고 알리고 비판하고 당선되어서도 정책과제 실행여부 감시하고 모니터링 하고. 끈질기게 물고 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예를 들어 시민단체에서 보육료자율화 관련 경선 후보들의 입장을 물어 비교한 바가 있는데 이명박 후보만 당당하게 찬성했던 적이 있었고, 군가산점 제 부활에 대해서는 어떤지, 현안에 대한 후보들의 비교표가 정리, 공개되어야 한다구요. 아, 오보좌관은 후보들이 약속을 지키나 추적여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위해 이런 일을 소개해 줬습니다. 여성신문의 유력후보 초청 토론회. 주최측에서 준비한 질문 중 “내각에 여성들 몇 명 기용하실 생각입니까” 가 있었는데 대부분 20%, 국방 통일 재경 기획 주요부에 기용(심 의원) 등 답변했는데 유일한 남성후보였던 모 당의 정 모 후보, “네, 여성을 50% 기용하겠습니다!” 라고 위풍당당히 발표. 듣고 있던 사람들의 대경실색, 혹은 실소. 진정성 제로로 느껴지는 저 발언을 누가 기록하고 알리고 감시할 것인지? 가장 유력하다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여성비하 발언 목록부터, 우리가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후보들의 발언 목록이 참 많은데 -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나누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여성정치인의 대선읽기. 여성주의와 정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마음의 태도를 변화가 변화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운동이 만들어갈 모든 장에서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결심을 하면서 포럼은 막을 내렸습니다. 아 앞으로가 아니라 이 날은 새벽까지 일단 뒤풀이를 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