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직장내 성희롱 개념, 인권 당사자에게 묻다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규제가 법제화된지 10년이 흘렀지요.
하지만 상담소에서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상담은 줄어들고 있지 않으며,
하지만 상담소에서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상담은 줄어들고 있지 않으며,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퇴사를 각오하지 않으면 직장내 성희롱을 문제제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도와 현실의 간극은 넓습니다.
지난 10월 15일 <직장내 성희롱 법제화 10년, 가야할 길을 묻다 1.
- 직장 내 성희롱 개념에서의 ‘성적 굴욕감’, 인권당사자에게 묻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는, 직장내 성희롱의 법제화 10년을 맞는 시점에서 여성 운동 단체가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한 향후 운동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주최로 준비되었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주관으로 만해 NGO
교육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토론 주제로 ‘성희롱 개념에서의 성적 굴욕감’을 택한 이유는,
여전히 성희롱 개념이 많은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이기 때문이죠. 93년
서울대조교성희롱사건을 계기로 직장내 성희롱이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입장에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한 공적 문제라는 인식이 대중화된 것은 운동의 성과입
니다. 하지만 ‘성적 굴욕감’을 그 개념 정의에 있어 핵심적으로 다루는 것이 폭넓게
보아, 직장내 성희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 토론회를
간통하는 일관된 쟁점이었습니다.
토론회의 진행 순서와 내용 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제 1. ‘성적 굴욕감’을 중심으로 성희롱을 판단하는 것의 효과
발제-이은심, 최지나, 허은주(한국성폭력상담소 직장내성희롱 토론회 기획팀)
토론-엄남이(한국여성노동자회)
발제-이은심, 최지나, 허은주(한국성폭력상담소 직장내성희롱 토론회 기획팀)
토론-엄남이(한국여성노동자회)
주제 2. 성희롱의 법적 판단기준과 피해 의미의 딜레마
발제-변혜정(서강대학교)
토론-김창연(여성가족재단)
발제-변혜정(서강대학교)
토론-김창연(여성가족재단)
발제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첫 번째 주제에서는,성적 굴욕감을 중심으로 성희롱을 판단하는 것이, 애초의 직장내
성희롱 규제의 목적에 부합하고 있지 못 한 지점을 짚었습니다. 이를 위해 기획팀에서는
상담소의 상담 일지(2006년~2008년)와 직장내 성희롱 경험자 및 주변인 심층 면접과
관련 법제도를 분석하였습니다. 주된 분석 내용은 당사자가 직장내 성희롱 문제제기를
통해 ‘어떤 직장 내의 부당함’들을 해결하려고 하는지의 내용을 드러내고, 그것이
‘성적 굴욕감’이라는 제한적 개념을 통해 판단되고 대중적으로 인식될 때 오히려 직장내
성희롱을 ‘특정한 조건(젊고, 성적으로 정숙하다고 여겨지는)’에 있는 여성들만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맹점을 짚었습니다.
두 번째 주제에서는,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성희롱의 의미’가 법적 판단 기준과 첨예하게 갈라지는 부분을
드러내며 문제제기자들의 경험과 해석을 통해 성희롱의 개념과 직장내 성희롱 대응
운동의 문제의식이 급진적으로 재구성되어야함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재구성을 위한
몇 가지의 개념틀과 그것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발제에 대해 토론자들은 ‘성적 굴욕감’을 개념에서 문제화하여 토론의 쟁점으로
삼은 문제의식에 크게 동감하며, 몇 가지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성희롱 개념 및 운동
방향 설정에 있어서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의 다양성이 고려되어야 함을 짚어주셨고,
‘문화 변화’라는 말이 좀 더 구체적인 구호와 내용으로 실현될 수 있는 향후 작업의
필요성을 제기하셨지요. 더불어서 성희롱 개념 정의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발전적인
토론이 성희롱에 대한 법적 정의로 이어질 수 있는 중간 과정의 필요성과 그에 대한
개입의 필요성 역시 짚어주셨습니다.
플로어의 청중분들 중에서는 자신의 활동 경험에서 만났던 몇가지 사례를 통해 토론회의
의미를 더 적극적으로 확장해주신 분도 계셨고, 성적(sexual)인 행위와 성차별(discrima
nation)로서의 성희롱의 관계성과 관련한 향후 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더 깊은 논의의 시작
을 열어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와 호응을 보며, 직장내 성희롱 대응 운
동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딜레마에 대한 답답함과 그것을 타개하기 위한 의지
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직장내 성희롱을 사회적 문제로 제기하고 지금껏 관련 활동을 펼쳐온 여성운동단체들의
협력 작업으로 기획/준비된 이번 토론회는 각 단체의 활동 경험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질문과 내용 탐색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10년동안의 성과를 기반으로,
'직장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여성 운동의 쟁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할 필요성을 절
실히 느낄 수 있었던 자리기도 했지요.
* 이번 토론회의 공동 주최 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 주관으로 두 번째 토론회 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성희롱 대응운동, 다른 질문으로 새로운 상상을 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두
번째 토론회(2008년 11월 12일(수) 오후 2시~4시 / 장소: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도
첫 번째 토론회의 문제의식과 그 접점을 더 풍부히 하여 실제적 결실을 맺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10월 15일 토론회 때 함께 나누었던 자료집은 상담소 홈페이지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참석하지 못 하신 분들은 자료집에 실린 발제문과 토론문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