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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 간의 인턴 활동을 마치며
  • 2014-02-28
  • 3463

8주 간의 인턴 활동을 마치며

 

 

( *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인턴 정수연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2013년 12월 23일에 시작한 경희-씨티NGO 인턴십 활동이 오늘로 마지막이다. 첫 날의 어색함, 새로움, 서먹서먹함이 바로 며칠 전의 일인 것 같은데 벌써 8주나 흘렀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주택 안에 자리한다는 것, 아침나눔, 점심 밥은 함께 해 먹는 것, 화요일 아침 대청소 등 처음엔 정말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 이제 내 일상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상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8주간 무엇을 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또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 정리해 보자.

 

 

 

  주된 일상업무로는 간행물, 기부금 영수증, 연구소 개소 포럼 안내 등의 우편업무, 사무보조였다. 사무전화 업무도 도왔고, 인턴십 마지막 주에는 열림터 생활인 교통훈련을 하였다. 근무 첫 날,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대한 전체적인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이후 성문화운동팀, 여성주의 상담팀, 연구소 울림, 열림터 오리엔테이션을 받아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어떤 곳인지 보다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그 밖에, 한국여성연합 총회 사전프로그램 참관, 한국성폭력상담소 정기총회 준비 및 참관, 해피런치 및 현장방문이 있었다. 일정 상 아쉽게도 경희-씨티 인턴십 나눔의 날은 참여하지 못하였다.

 

  오리엔테이션 및 활동가 교육의 일환으로 여러 도서를 읽게 되었다. 『페미니즘의 도전』과 『보통의 경험』은 이전에 여성주의 공부를 하며 읽어두었기에, 『성폭력 뒤집기』, 『성폭력에 맞서다』,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정기간행물 반성폭력 7호를 읽었다.

 

 

 

 

 

 

   위의 사진 중 제일 우측에 있는 도서, "I Never Called it Rape"이란 책은 연구소 울림 번역 초안 작업을 하였다. 간단한 번역과 요약문을 작성하였으며 책 내용은 주로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특히 데이트 강간에 관한 것이었다. 위의 도서는 1980년대 중후반 미국 남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으며, 여성 응답자 중 4분의 1은 강간 혹은 강간 미수를 경험하였다는 놀라운 설문 통계를 발표한다. 데이트 강간의 실태, 내가 데이트 강간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등의 내용이 있었다. 수많은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사례를 보며 분노하기도 했지만, 은연 중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반성하기도 했다.

 

 

  인턴 활동 중에서 수요시위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수요시위 문화공연 기획을 하였다. 문화공연으로 바위처럼 율동과 김추자의 '무인도' 노래를 하였다. 그 밖에, 피켓 만들기, 격파 준비하기, 성명서 쓰기, 연대발언 준비가 있었다. 특히 성명서는 처음 써보는 글이라, 어떤 식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처음에는 막막했다. 하지만 "성명서"라는 글을 써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기도 했다. 수요시위 문화공연 사전연습, 2월 12일 수요시위를 통해 다른 활동가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잊지 못할 1113차 수요시위!

 

 

  8주간의 인턴 활동 중 특별했던 경험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지난 달 있었던 활동가 송별회를 꼽을 것이다. 다른 공동체에서도 흔이 있는 평범한 송별회일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사이의 끈끈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송별회를 하며 함께 사진도 찍고, 춤도 추고,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동료 활동가를 생각하는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일'을 중심으로 한 보통의 공동체가 갖기 어려운 서로간의 배려와 애정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느낄 수 있었고 이것이 또 여러 활동가들이 꾸준히 반성폭력 운동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지난 8주는 지난 어떤 시간보다 깊게 여성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고 실무를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스스로 여성주의에 대한 생각을 보다 단단히 정립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한편으로, 좀 더 많은 책을 읽지 못한 점, 업무 상 실수가 많았던 점, 다른 활동가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점 등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8주간의 경험이 나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삶의 방향을 좀 더 분명히 해주었다는 점이다.

 

  막상 다음 주부터는 출근을 안해도 된다니 시원하기도 하고, 매일 보던 활동가들을 이제는 자주 볼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니 섭섭하다. 고마움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로 인턴 근무를 마친다.

 

 

그동안 즐겁고 보람찼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화이팅^-^!!!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