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위원장은 성평등 정책 관련 신문에서
성소수자 관련 의제의 참고인들을 거부한 이유를 해명하고,
국회는 여성가족부 국정감사를 제대로 실시하라!“
지난 10월 5일,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정민석 대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류민희 변호사 등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유승희 위원장의 거부 의사로 인해 출석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미 여야합의를 통해 결정된 참고인들임에도 이 두 명의 특정 참고인들만을 배제한 것이다. 두 사람은 각기 청소년 성소수자의 실태와 지원 대책, 대전광역시 성평등조례 관련 여성가족부 개정 의견의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해 진술할 참고인으로 배정되어 있었다. 유승희 위원장은 왜 특정 참고인들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명했는지에 대해 명확하고 근거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배제된 참고인들은 모두 성소수자 의제와 관련된 사안의 참고인들이다. 우리는 올해 들어 성교육과 성평등 정책 전반에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내용들이 정치권에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교육부는 성별 고정관념과 보수적 성윤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수준성교육표준안을 제시하면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고자 했고,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기본법에 성소수자와 관련된 개념이나 정책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요지의 공문을 전달함으로써 지자체에서 진전시킨 성평등 조례의 의미조차 스스로 후퇴시켰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혐오를 조장해 온 보수-기독교 단체들의 정치적 압력과 네트워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 출석을 거부당한 두 명의 참고인 역시 성소수자와 관련된 내용에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이들이었다. 때문에 우리는 유승희 위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이 참고인들의 발언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성평등, 성교육 정책에서 성소수자 의제와 관련된 정책 내용과 그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는다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여성 정책의 핵심적인 근간을 무시하고 책임을 방기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낙인과 혐오, 차별은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에 근거한 차별과 이를 위해 강제되는 성별 규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권력 관계와 폭력에 밀접하게 연동되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정책의 근간은 단지 성소수자에 대한 지원을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성평등 정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것일 수밖에 없으며, 성평등 정책은 성별 이분법에 기반한 고정관념과 규범을 문제삼지 않고는 존립할 수 없다. 설령 굳이 그 이름을 성평등이 아니라 ‘양성평등’이라 강조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여성가족부가 이와 같은 맥락을 무시하고 양성평등 정책에서 성소수자 관련 의제를 배제하고자 한다면 이는 사실상 여성 정책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흔드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성평등 정책 뿐 아니라 모든 영역의 정책에서 고려되어야 할 핵심적인 의제이다. 올해 UN WOMEN을 비롯한 UN 산하 12개 기구는 공동 성명을 통해 LGBTI 에 대한 인권 침해는 성평등 정책 뿐 아니라 보건, 가족, 아동/청소년, 노동, 교육, 난민 등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을 분명히 하고, LGBTI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각국 정부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을 명시하였다. 20년 전 북경행동강령이 성주류화 정책을 통해 성평등을 전 사회적 목표로 삼아야 함을 천명했다면, 이제 국제사회는 그간 성평등 정책에서조차 소홀히 다루어지거나 배제되어 온 성소수자 의제가 진정한 성평등과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이렇듯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근거한 차별과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각국 정부에 당부하는 와중에, 한국 정부 기관과 공직자들은 오히려 직접 나서서 성평등의 의미를 후퇴시키고 스스로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현실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오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특정 참고인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성소수자 관련 의제를 회피함으로써 현재의 심각한 성교육, 성평등 정책의 후퇴를 묵과하려 한다면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유승희 여성가족위원장은 성소수자 의제 관련 참고인 배제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성교육, 성평등 정책의 문제점을 면밀히 조사하라!
-성소수자 배제하고 성평등 정책 후퇴시키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규탄한다!
2015년 10월 12일
성평등 바로잡기 대응 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언니네트워크,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SOGI법정책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