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16차 수요시위 후기
인턴 손하은 작성
2016년 2월 3일, 평화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제 1216차 수요시위가 열렸습니다. 제 1216차 수요시위는 저희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시위를 주관하였고, 사회는 상담소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인 제가 맡아 진행하였습니다.
2월이 찾아 온지 얼마 안 되어 날이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한파가 지난 후라 비교적 덜 춥다고 느끼며 평화로에 들어섰습니다. 상담소에서는 300부의 순서지를 준비했는데, 순서지가 동이 날 정도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시위에 함께해주셨습니다. 여느 때처럼 여는 노래 <바위처럼>을 힘차게 부르며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상담소 활동가 감이, 차차, 파이가 강단 있는 율동을 선보였고, 간주 부분에서는 활동가들, 참가자들과 주최 측 모두가 하나 되어 함성을 지르는 즐거운 순간도 가졌습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님의 경과보고가 있었습니다. 이번 시위에는 길원옥 할머니께서 함께해주셨는데, 상임대표님은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했던 2007년 유럽연합 캠페인에서의 일화를 말씀해주셨습니다. 캠페인 도중 한 일본 기자가 길원옥 할머니께 어느 정도의 금전적 배상을 원하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길원옥 할머니께서는 “일본 열도 전체를 나에게 준들 내가 끌려갔던 열세 살, 그 때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내가 일본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을 올바르게 밝히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진실에 근거해 나에게 공식 사과하고 법적 배상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소녀상 옆에 앉아 상임대표님의 경과보고를 들으시는 길윤옥 할머님을 보면서 우리가 일본 정부에 바라는 이토록 명확하고 확고한 요구가 진정으로 이루어지길 다시 한 번 바랐습니다.
이어지는 순서로 자유발언이 있었습니다. 인천 전자 마이스터 고등학교의 학생회장, 밤새 소녀상을 지킨 성균관대학교의 박현아님, 수요시위에 두 번째 참여하시는 안산 가온고등학교의 양지현님과 김나희님 등 일곱 분이 자유발언을 해주셨습니다. 발언해주신 분들의 위치와 상황은 모두 달랐지만 그들의 자리에서 일본의 올바른 행동을 촉구하며 일본군‘위안부’ 운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후 4.16 합창단의 문화공연이 이어졌습니다. 4.16 합창단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 꾸려나가는 합창단입니다. 고운 목소리로 <따오기>, < 오빠 생각> 등을 합창한 뒤 세월호 유가족 분이 발언을 해주셨습니다. 국가와 정부가 그들의 책임을 외면하고 국민의 아픔을 다독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원통함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계신 할머니께서는 결코 혼자가 아니며,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상담소 활동가들도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상담소의 이미경 소장님과 인턴 손하은이 성명서를 낭독했습니다. 일본군‘위안부’ 운동의 현 주소를 되짚으며,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의 양심적이고 바른 대책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성명서를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지고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1992년에 시작되어 24년간 지속되어 온 수요시위에, 한국성폭력상담소도 더욱 큰 관심과 애정으로 곁에 함께할 것임을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