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소모임] 남성성 5월 모임 후기
△ 이날의 다과
너무 테이블을 그대로 찍었을까요. - 잇을
5월 13일, 남성성 모임 주제는 ‘관계’ 였습니다. 자신의 성별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각자의 경험을 얘기하는 시간이었어요. 언뜻 보면 흔하고 뻔한 보통의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모두 다른 맥락을 안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성별권력이 여성 상대에게 불편함이나 폭력이 되지 않을지를 고민하는 한 남성 참가자는, 자신이 체화한 남성성의 폭력적 요소를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참가자는 ‘자신이 남성성을 획득한 주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폭력적인 특성을 ‘남성성’이 아닌 개인적인 특성으로 치환할 때 오히려 남성성의 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남성성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지워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의미가 있고,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시각각 상대가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그것을 행한다면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에 대해 이를 ‘남성성’으로 이름붙이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회의는 많은 사람들이 갖는 의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성=남성성’이라는 젠더문법을 섣불리 부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는 반박도 있었습니다. 페미니즘을 접하는 남성들이 보통 느끼는 남성성에 대한 성찰이 헛된 것은 결코 아닌 듯 합니다. 또한 그러한 성찰이 지배적 남성성으로부터의 탈피로까지 이어질 때 ‘성찰’ 이후의 성별이분법을 넘어선 실천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주제는 관계였지만, 평소에 가지고 있던 ‘젠더’에 관한 생각 전반에 대해서까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한 참가자는 ‘가부장적 남성사회의 피해자는 여성뿐만이 아니라, ‘강한 남성’이 되어야 하는 남성들도 포함된다고들 하는데, 실제로는 남성들이 자신을 피해자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이 일반 남성들을 가부장제의 피해자라고 하는 데에 힘을 쏟는 대신 여성혐오를 반대하는 데에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낫지 않겠냐’ 라는 의견을 내었습니다. 흔히 ‘man-box’라고도 불리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에게 가해지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남성들 역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어찌 되었든 남성들이 ‘강자’로서의 위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당장 연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떤 참가자는 ‘데이트비용을 더 많이 내는 것이 억울하기 때문에 자신을 가부장제 사회의 피해자로 보는 남자들은 많지만, 그 억울함을 강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데에 이용하기 때문에 그들을 피해자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요새 온라인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은 여성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이롭습니다’ 라는 구호가 번지고 있지만, 이 말의 의미를 깨닫는 남성은 아직 소수에 불과해 보입니다.
이 밖에도 참가자 스스로의 특별한 고민들이 많이 등장했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쉬는 시간도 없이 두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관계’라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주제와 ‘남성성’을 긴밀하게 연관시키는 작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여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곧 저마다의 특별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이 빠르게 흘렀던 것 같습니다. 소중한 자리를 기획해주신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잇을 님께 감사합니다! 끝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관계>와 <남성성>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
작성자: 그녹 (회원소모임 남성성 참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