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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에 의한 젠더 폭력과 혼인취소를 둘러싼 불평등' 토론회 후기
  • 2017-04-14
  • 2783

2017년 3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관습에 의한 젠더 폭력과 혼인취소를 둘러싼 불평등>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본 토론회는


강서양천이주여성의집, (재)동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생각나무BB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사)유엔인권정책센터, 

이주민센터 친구, 이주여성인권포럼, 장애여성공감, 재한베트남공동체, 재한베트남여성연합,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제주여민회, (사)푸른사람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공동 주최하였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춘숙,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주관하였습니다. 




2015년 3월 5일, "아동성폭력으로 인한 출산 경험을 배우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사실이 혼인취소 사유가 된다"며 혼인취소 및 위자료 지급 원고(피해 여성의 남편) 승소를 결정한 1심과 2심 판결에 대해 <아동성폭력으로 인한 출산 경험과 혼인취소 - 법적 쟁점과 입법적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된 바 있습니다. 


※ 현재 대한민국 민법(가족법) 제8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혼인취소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1. 혼인이 제807조(혼인적령) 내지 제809조(직계혈족간의 혼인 중 일부 사유) 또는 제810조(중혼금지)의 규정에 위반한 때

2.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있음을 알지 못한 때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해당 사건 2심 법원은 "여성이 아동이었을 때 성폭력을 당해 출산을 한 것이라도 여전히 혼인을 앞둔 남성에게는 여성의 출산 여부가 중요하므로, 피해 여성이 결혼하기 전 한국 남편에게 자신의 납치, 강간에 의한 출산 경험을 알려줬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본 상담소에서는 위 1심과 2심 판결을 "여성이 아동성폭력 피해여부와 피해로 인한 출산의 경험을 배우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음을 '혼인취소 사유'로 해석하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여성의 인권과 성평등에 후퇴를 가져온 판례"로 보았습니다. 


2016년 2월 18일, 대법원에서는 "미성년자로서 납치, 강간을 당하여 출산을 하게 된 사정이 있다면 그러한 출산 경험을 혼인 상대방인 원고에게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아래는 해당 대법원 판결문 중 일부입니다.


※대법원 판결문 중 일부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가 알려질 경우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와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까지 심리한 다음, 그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고지의무의 인정 여부와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당사자 일방의 명예 도는 사생활 비밀의 보장과 상대 당사자의 혼인 의사결정의 자유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특히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였으나 이후 그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이러한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다거나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ㄷ으므로, 단순히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민법 제816조 제3호 소정의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이는 국제결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2017년 1월 23일, 파기환송심은 "피해 여성이 미성년의 나이에 빳버혼(불법 납치혼)을 통하여 원하지 않는 혼인생활을 시작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베트남 소수민족들 사이에 빳버혼이 드물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는 이상 어린 나이에 빳버혼을 통하여 결혼하고 출산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출산경력에 대한 고지의무가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경우 국제결혼의 상대방 배우자로서는 혼인, 출산경력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혼인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되어 혼인 상대방의 혼인에 관한 의사결정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등의 이유를 들어 다시금 피해 여성에게 혼인취소 및 한국 남편에 대한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해 여성 측은 즉각 상고하였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이번 <관습에 의한 젠더 폭력과 혼인취소를 둘러싼 불평등> 토론회는 상고심을 앞두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하기 위하여 열렸습니다. 





전수안 전 대법관·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사장의 사회로, 


김용혁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가 아동성폭력으로 인한 출산경험에 대한 소송경과를,

장임다혜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젠더 관점에서 본 성폭력 경험과 혼인 취소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어서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가 아동 성폭력 사건의 특징과 혼인 취소,

김양희 여성학 박사·국민건강보험공단개발협력부 부연구위원이 SDGs 세부목표로서 조혼 방지와 국제사회의 활동,

레티마이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인권팀장이 베트남의 불법 납치혼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베트남은 빳버혼을 불법 결혼으로 금지하고 있고 약탈혼을 행한 자를 형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빳버혼은 여전히 관습으로 남아서 공공연하게 횡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순결을 잃으면 여성으로서의 가치를 잃은 것"이라고 보면서 납치, 강간 당한 피해자에게 그냥 가해자와 혼인해서 살라고 강요하고 "빳버혼은 그 남성이 그 여성을 사랑하고 좋아해서 납치한 것이니까 강간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사회 통념이 관습에 의한 젠더폭력의 피해자로 하여금 가해자와 원하지 않는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파기환송심은 빳버혼을 관습에 의한 혼인으로 보고, (빳버혼에 따른) 지속적인 아동성폭력에 의한 출산을 혼인 기간 중 부부관계에 의한 출산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빳버혼은 관습에 의한 젠더폭력입니다. 관습에 의한 젠더폭력을 혼인으로, 그 과정 중에 발생한 지속적인 아동성폭력을 부부관계로 오도하는 이러한 파기환송심 판결은 반드시 대법원에서 뒤집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성폭력 피해 생존자에게 성폭력 피해사실과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 경험을 배우자에게 미리 알려야할 고지의 의무를 부과할 뿐 아니라 성폭력으로 인해 출산한 자녀에 대한 부양 내지 양육의 의무까지 전제하는 판례를 남기게 됩니다. 이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에게 성폭력 피해 뿐 아니라 폭력으로 파생된 모든 결과를 전적으로 감당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왜곡된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도 판례뒤집기와 판결 모니터링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본 글은 본 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