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문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STOP_영화계_내_인권침해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
지난해부터 영화계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문제에 대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한국 영화계가 직면한 폭력, 폭언, 강요된 노출 및 베드신 연기, 성상납, 성폭력 등 오랜 기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어온 인권침해 문제의 또 다른 피해사건 해결을 위해 모였습니다.
지난 3일 처음 언론 보도된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은 2013년 제작된 영화 <뫼비우스> 촬영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해당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기덕 영화감독이 출연 여성배우 A씨에게 자행한 폭행과 강요 등에 대해 고소한 사건입니다. 언론보도 이후 피고소인 김기덕은 따귀를 때린 폭행 부분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어떤 경우든 연출자 입장에서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다 생긴 상황이고 다수의 스텝이 보는 가운데서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배우의 감정이입을 위해 실제로 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없습니다. 이는 ‘연출’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배우는 시나리오에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해당 상황을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성폭력 장면을 리얼하게 찍기 위해 배우와 사전 합의 없이 촬영이 진행될 수 없으며, 살해 장면을 리얼하게 찍기 위해 직접 살해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영화연출자 아닌 사람들도 알고 있는 기본 상식입니다.
본 사건은 단순히 한 명의 영화감독과 한 명의 여성 배우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영화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자신이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영화 촬영 현장을 비열하게 이용한 사건입니다. 수많은 영화스텝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때리고, 폭언과 모욕,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상대 배우의 성기를 직접 잡게 하는 행위’를 강요하고, 사실과 다른 소문을 퍼트려 피해를 입은 여성배우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입니다. 이는 피해자들의 이름만 바뀔 뿐 끝도 없이 반복되어 온 영화업계의 폭력적인 노동환경 등 뿌리 깊은 인권침해의 문제입니다.
또한 언론에서는 계속해서 여성배우 A씨가 누구인지, 왜 4년이나 지난 시점에 고소를 진행하는지를 추적하며 사건의 본질인 영화촬영현장에서 감독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폭행, 강요 등의 행동이 갖고 오는 배우를 비롯한 영화인들의 인권침해의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토론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추측성 보도와 피해자 신상 파헤치기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이제 우리는 영화계 내에서 ‘연출’ 이나 ‘연기’ 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끊어내야 합니다. 폭력을 ‘연출’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함으로써 또 다른 여성배우들이 입게 될 피해를 중단하고자 큰 용기를 낸 피해자를 공격하는 이야기들을 생산하고 퍼트리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이 자리에 모인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주목하며 영화계, 나아가 연예계 전반에 만연한 인권침해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바이며, 영화계의 잘못된 연출 관행을 바로잡아 모든 영화인의 인권이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우리의 요구 ‖
하나. 서울중앙지검은 피고소인이 자행한 폭행과 강요죄 등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라!
하나. ‘연출’이란 명목으로 출연 배우들에게 자행되는 폭력, 강요 등의 문제해결을 위한 영화계 내 자정노력을 촉구한다!
하나. 정부는 영화계 내 인권침해, 처우개선을 위한 정기적 실태조사 실시 및 관련 예산을 적극 마련하라!
하나. 언론은 사건에 대한 추측성 보도와 피해 여성배우 신상 파헤치기를 당장 중단하라!
2017. 8. 8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여성영화인모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찍는페미,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한국여성의전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 변호사 신현호, 이명숙, 강연재, 오지원, 김민아, 김보람, 박선영, 서혜진, 장경아, 황수철, 강두리, /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홍승기(인하대 법전원 교수,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특별위원장)
총 149개 (단체/기관 136개, 공동변호인단 등 개인 1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