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10시,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사건 공동대책위원회>(총 149개 - 단체/기관 136개, 공동변호인단 등 개인 13명) 주최로 열린 이번 기자회견은 김기덕 감독의 배우에 대한 강요, 폭행, 모욕, 명예훼손 사건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기대하고, 영화계의 잘못된 연출 관행을 바로잡아 모든 영화인의 인권이 보장되기는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했습니다.
본 기자회견은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주최하였고,
정슬아(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님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서혜진 변호사의 경과보고가 있었고
■ 경과보고 ..................................................................... 서혜진 변호사
ㅇ 2013. 3. 2.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영화 “뫼비우스” 시나리오 수령하고, “엄마” 역할로 캐스팅 확정되었음
ㅇ 2013. 3. 9부터 양일간 피해자의 전체 출연 분량의 70%를 촬영하였고, 촬영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의 폭행 및 시나리오에 없는 연기가 강요되었음
ㅇ 2013. 3. 13. 피해자가 촬영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당한 폭행, 강요 등을 이유로 김기덕필름 측과 수차례 상의 후 하차를 결정하였음
ㅇ 이후 피해자는 피해사실에 관하여 여성단체 등과 상담을 진행하였음
ㅇ 2017. 1. 23. 영화산업노조 산하 영화인신문고에 진정 접수하였고, 이후 영화인신문고가 피해자와 김기덕 감독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진행하였음
ㅇ 2017. 7. 5. 영화계, 여성계, 법조계로 이루어진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ㅇ 2017. 7. 26.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기덕 감독을 “강요, 폭행, 모욕, 명예훼손”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함
이어서 참가자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영화인의 인권을 보장하라!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영화인의 인권을 보장하라!”, “영화인의 인권침해 위에서 연출된 영화는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사건은 4년 전에 발생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피해자 분에게 왜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 와서야 이야기 하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이 분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도 상담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상담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사회 어디에서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고, 그동안 심리상담센터나 병원을 찾아 고통과 분노를 다독여왔습니다. 그러다 올 1월에 ‘영화인 신문고’ 제도를 통해 다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감독과 배우라는 전형적인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소위’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촬영현장에서 배우에게 대본에도 없는 성적행동을 지시하고, 폭행하고, 모욕을 주며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이 이번만이 아니라 그동안 지속된 영화계의 관행임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후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피해로 인해 배우로서의 삶을 접고 고통과 분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번 사건 피해자 분의 인권을 보장하고자, 오늘 우리는 함께 나섰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김기덕 감독은 이번 사건에 대해 영화감독으로서 연기지도이자 연출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상처받은’ 배우 분에게 사과드린답니다. 그동안 수 없이 보아온 피고소인들의 답변과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판에 박힌 내용입니다. 언제까지 우리는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감독의 폭력과 모욕, 납득되지 않는 연출을 참아내며 영화를 찍고, 또 수많은 배우와 스텝들이 스러져가는 것을 보아야 합니까? 왜 김기덕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인 배우와 스텝들의 존중, 그리고 이러한 사건에 대한 성찰을 감독 데뷔 20년이 지나 소송을 통해서야 배우게 되었을까요? 김감독은 이 사건 피해자가 ‘상처’받기보다 ‘분노’하고 있음을 알아야합니다. 수치심은 피해자 몫이 아니라 가해자의 몫입니다. 피해자 분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자존감을 찾기 위해 이 사건을 세상에 밝힌다고 용기 내어 말하고 있습니다. 이 피해자의 목소리와 경험에 우리사회는 귀를 기울이고 존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시민들은 영화를 보며 고단한 삶의 위안과 평화을 얻고, ‘꿈’을 꿉니다. 우리 관객들은 영화인들의 인권을 침해하면서 만들어진 영화는 보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있는 영화현장은 이미 예술이 아닙니다. 우리 공동대책위의 149개 단위를 포함한 전 국민은, 검찰이 이번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 사건의 공정한 수사와 재판과정은 영화현장에서 비슷한 피해를 겪은 다른 배우와 스텝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믿고 싶습니다.
김민문정(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관행’이라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김민문정(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김민문정입니다. 이 사건은 피해자 한 개인의 사건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2009년 고 장자연씨 사건을 통해서 이런 일들이 무수히 일어나고 있고, 연예계의 뿌리 깊은 문제임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는 일은 매우 적습니다.
민우회는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담한 내용 중에는 감독에 의해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배우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여성연예인지망생들의 기막힌 현실이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를 알리고 싶어도 ‘다시는 이 바닥에 발 못 붙이게 하겠다, 너 하나쯤 매장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는 협박을 당하는가 하면, ‘그것이 관행이다, 원래 이렇게 영화는 만들어 진다, 현장에서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등등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들의 입을 막고 있습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은 정당화되고 묵인됩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어디에도 알리지 못하고 혼자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피해자 뿐 아니라 영화계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문제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판에서 계속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누구 하나 나서기 어렵습니다.
용기를 내서 경찰에 고소를 하더라도 피해자가 누구인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언론의 선정적 보도 등으로 인해 피해자의 신상이 공개되고, 때에 따라서는 순식간에 꽃뱀으로 몰리는 등 피해자에게 불리한 사회 환경은 고소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합니다. 또한 어렵게 고소를 하고 재판을 받더라도 이는 영화산업, 연예 산업의 특수함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인식을 가진 재판부에 의해 폭력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고 또다시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폭력은 폭력일 뿐 ‘관행’이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아닙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중단되어야 하고 폭력적인 제작환경은 바뀌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사건 자체와 영화계의 폭력적인 제작환경을 바꾸는 데 집중할 것을 촉구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뿌리 깊은 연예계의 문제를 변화시키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는 사건이 있었던 4년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고 김기덕 감독의 처벌을 간절히 원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왜 가만히 있었냐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은 옳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당장 멈춰져야 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멈출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안병호(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영화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안병호(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남배우 A사건에 이어 현재의 사건을 접하면서 다시금 드는 생각은 영화를 만드는 일에 대해 참으로 모호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좋은 시나리오 한편, 명망 있는 감독 그리고 그 감독의 열정에 맞춰 연기 해줄 배우면 이른바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좋은 시나리오라는 것이 어떻게 좋은 것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좋고 싫음의 주관적 평가인 것입니다. 또한, 감독의 명망이나 유명세 역시 영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혹은 어떻게 만들어온 사람인지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촬영이 시작되면 수십명의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카메라를 위치시키고 조명을 옮기고 미술을 점검하고 소품을 확인하는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렇게 장면을 위한 준비가 끝나면 배우가 위치하게 되고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됩니다.
수십명의 사람들에 의해 준비가 끝나고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감독은 이때부터 자기만의 ‘좋은영화’에 빠지게 됩니다. 좀 더 그럴싸하게, 좀 더 과감하게가 머릿속에 자리하게 되고 그렇게 몇 회의 촬영을 진행하다 보면 사람에 대한 생각은 사라지고 ‘연기하는 피사체’만 남게 됩니다. 영화가 산업이라고 말하는 다른 한편 산업을 예술로 치환하여 어떤 것이든 감내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감내하며 만든 것이 좋은 영화,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다 사실적인 화면이 영화를 만드는 최고의 미덕이 되고 만드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강요가 발생해도 영화의 완성도와 작품성 뒤로 사라지고 감독의 연출의도 라는 말에 가려지고 있습니다.
최초 영화는 사람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그렇듯 영화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입니다. 사람의 일을 잘 다루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의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사건의 감독 김기덕은 영화를 만드는 기본적인 태도를 저버린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합니다. 영화는 예술 아닙니다. 부디 예술이라는 모호한 관념에서 깨어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영화의 가치는 사실성에만 국한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사람이 일하는 노동현장이고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곳 입니다. 그러한 일자리에서 일을 잘하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폭력이 행사된 것입니다. 부디,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피해자가 다시금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곳이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채윤희(여성영화인모임 대표),
박재승(찍는페미 대표),
이제는 과정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박재승(찍는페미 대표)
영화는 대부분 두 명 이상의 사람이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영화를 볼 때 그 과정을 보기보단 결과만 봅니다. 그리고 우린 그 결과물만 보고 영화를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조차 그렇습니다.
그런 사고 속에서 영화 현장의 다수의 제작자들의 목소리는 생략됩니다. 하지만 영화가 작품으로서 하나의 예술이고, 그 결과물을 보고 관객이 무언가를 느끼길 바란다면 제작 과정까지도 그래야 합니다. 다수의 제작자, 그들 모두가 자신이 만드는 영화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대체 왜 한명의 연출 혹은 소수의 권위자만이 영화를 독점해야할까요? 왜 여성 배우나 현장 속 다른 제작자들은 어떤 행위가 나오고 어떻게 연출될지 알지 못한 채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걸까요. 누구는 왜 영화 제작에서 배제되고 심지어 폭력을 당해야하는 것일까요.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스크린에 띄워져 관객에게 보이는 것은 아주 부끄러운 일입니다.
남배우 A사건 재판이 진행되면서, 영화계는 이제야 비로소 배우의 동의 없이 행해지는 촬영이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힘겹게 얻어야했습니다. 영화계 내 한 피해자 분이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사람이 목격하고도 방관하기 시작하면 모두가 그렇게 된다. 하지만 한 두 사람이 지적하고 문제해결에 나서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보고만 있던 방관자도, 지워졌던 피해자도 아닙니다. 여기 모인 우리는 강하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현장 내에 벌어지는 폭력들의 대한 책임은 현장 내 모든 제작자들에게 있고, 모두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대의’를 위해서 여태까지 수많은 여성배우와 여성영화인들이 당한 성폭력을 감춰왔고 많은 동료들을 잃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성문제 뿐 아니라 현장 내 수 많은 문제들이 권위적인 제작자들의 폭력아래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됩니다. 누구의 목소리가 ‘대의’입니까. 그것은 다수와 소수에 따른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의 목소리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더 이상 그런 ‘대의’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질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명숙(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변호사),
모든 분야의 인권침해는 근절되어야 한다
이명숙(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변호사)
여배우를 포함한 연예계 종사자들의 인권침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폭력, 폭행, 협박, 명예훼손, 강요, 출연료를 둘러싼 분쟁이나 부당한 대우는 여배우와 감독, 같은 배우들이나 스태프들, 매니저, 일반인과 연예계 종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보도되거나 알려질까 봐,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민폐가 될까 봐, 혹은 그로 인하여 연예계에서 퇴출되거나 낙인찍힐까 봐,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되어서 제대로 밝혀지지도 못한 채 무고죄로 처벌될까 봐 등등의 이유로 피해자들은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참고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해자는 2013년 뫼비우스 영화의 주인공으로 촬영을 하던 중, 촬영 현장에서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3회에 걸쳐 심하게 뺨을 맞는 폭행을 당하고, 대본에 없던 남자 주인공의 신체부위를 잡으라는 강요를 당하는가 하면, 모욕적이고 명예훼손적인 언행을 당한 사실에 대하여 지난 7. 26.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사고소한 상태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피해자와 김기덕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1회적인 단순한 폭행과 강요의 문제가 아니라 밝혀지지 않은 많은 사실관계가 있고, 영화계나 연예계에 만연한 인권침해 중 작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촬영현장에서 사전에 아무런 이유나 설명도 없이 뼈가 얼얼할 정도로 심하게 3회나 연이어 뺨을 맞은 것이 연기지도가 될 수 없고, 시나리오에 따른 해당 장면은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본에 없는 강요를 당한 것은 연출이 아니다. 또, 폭행과 강요를 당한 다음날까지 정상적으로 촬영을 마친 뒤, 마지막 1회 녹화를 남겨둔 상태에서 김기덕 감독이 너무 두렵고 무서워 호흡곤란까지 오는 상황에서 제작 책임자를 통하여 8회나 상의한 끝에 하차를 결정하게 된 것이 무단이탈이 될 수도 없다. 대본에 없는 폭행과 무리한 연기를 강요한 것은 영화 촬영을 빙자한 있을 수 없는 횡포이자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유명 연예인이나 유명 감독 등에 대한 사건은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고 가해자는 피해자로 둔갑하고 피해자만 극심한 고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어 오곤 했다. 이 사건은 김기덕 감독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시 함께 고생한 수많은 영화배우들과 스태프들도 있는지라,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모든 조사를 마치고 기소 단계에서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를 배부할 생각으로 조용히 고소장을 접수한 뒤 사건을 진행해 왔고, 공대위를 꾸려 영화계 내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 왔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언론에 보도가 됨으로써 수많은 추측과 사실과 다른 해명들이 언론을 통해 언급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침묵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급히 기자회견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피해자의 대리인으로서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피해자는 4년 만에 어렵게 용기를 내어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1차 피해만으로도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언론은 자극적이거나 추측성 기사는 자제하고 수사 결과를 기다려 줄 것을 당부 드리면서, 이 사건 하나에 연연해하지 말고 연예계나 영화계에 만연한 인권침해의 다양한 형태에 관심을 가지고 그 실태와 개선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기를 당부한다.
아울러 피해자가 상당한 증거들을 보유하고 있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하여 거짓 주장이나 거짓 해명을 하거나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하여 악성댓글이나 신상털이 등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행위는 자제해 줄 것을 당부 드리며, 이러한 언행에 대해서는 그 누구라도 법적으로 강경 대응할 것임을 알리는 바이다.
이 사건으로 더 이상 영화계나 연예계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가 근절되고, 유명 감독,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윤리와 도덕, 상식을 벗어나는 범죄행위까지 용납되어지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는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무엇이 피해자에게 말하지 못하게 하는가?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본 사건이 알려진 후 대중은 여성 배우A씨가 누구인지, 왜 4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자신의 피해사실을 호소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 한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나 가해자가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해자들은 자신이 당한 피해를 드러내기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하다. 영국의 텔레그라프지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약 83%가 자신들이 경험한 피해사실을 신고하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나아가 미국 법무부 통계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발고를 하더라도 다만 18%의 사건만이 기소된다고 보고하였다. 이런 통계치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발고하기보다는 침묵하는 일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만은 아님을 깨닫게 해 주며,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를 상대로 하는 경우의 피해자도 성폭력 피해자와 흡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은 왜 침묵하는가? 성폭력 피해자들의 침묵에 대하여 서구 사회의 문건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실을 그 이유로 제시한다.
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성폭력 피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② 수치심이나 자신에게 주어질 편견이 두려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사실을 알리기 꺼린다.
③ 수사기관이 자신들이 하는 주장을 믿어줄는지 걱정한다.
④ 일단 수사가 시작되면 그 이후 상황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까 걱정한다.
더욱이 피해자는 다양한 외상후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 같은 정신심리적 취약성이 범죄사건의 발고를 지연시키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흔히 PTSD라고 하는 외상후스트레스 증상 중 대표적인 것은 불안과 공포이다. 가해자에 의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피해자에게 과도한 공포와 지속적인 불안을 야기한다. 범죄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수면장애나 공황장애 밀실장애 등이 불안과 공포로 인한 질환이다. 특히 가해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또 다른 형태의 피해를 가하게 되면 피해자는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우 우울증과 자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죄책감과 수치심, 그리고는 가해자에 대해서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분노감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런 복합적인 정신심리적 취약성은 경찰에 피해사실을 신고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도록 만든다.
본 사건은 이미 오래 전 발생하였다. 피해자는 이 같은 피해사실을 발고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이렇게 발고하기까지 시간이 지연이 되는 경우는 피해자들로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성폭력사건의 공소시효를 없앤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전례를 참고하면 신고 시점이 언제냐는 논쟁은 그야말로 사건의 본질과는 별 관계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총 7명이 발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백재호(감독,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 김미순(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위은진(변호사,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님이 함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마쳤습니다.
‖ 신고전화 운영 ‖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017. 8. 8.부터 2017. 9. 7.까지 한 달 간 영화계 및 문화예술계 성폭력 등 인권침해 신고 전화를 아래 연락처로 받기로 하였으니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TEL. 02-599-0222
FAX. 02-599-1215
E-MAIL. kcwcr2017@gmail.com
<이 글은 본 상담소 활동가 앎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