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성범죄자 이윤택을 처벌하라! 문제는 성차별적 권력구조다
전사회적으로 성폭력 피해 경험 말하기, #Me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피해자들의 말하기가 있었지만, 최근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을 시작으로 사회 각 영역에서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고 있다. 그중에도 최근 알려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감독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현재까지 4명의 피해자들이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피해경험을 알렸고, 주변인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이윤택 감독은 연기지도를 핑계로 여성 배우들을 불러 ‘안마’를 빙자한 성추행을 저질렀고, 강간 피해를 증언한 사람도 있다. 이윤택 감독의 요구를 거절한 피해자들은 극단 내에서 마녀사냥을 당하거나 캐스팅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을 겪었다고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윤택 감독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성폭행에 대해서는 “성관계는 있었으나 강제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한 성폭력이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표현했다. 또한 오늘 오전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해온 배우 겸 연출가인 오동식씨는 “나는 나의 스승을 고발한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통해 이윤택 감독이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에도 극단 내 동조자들과 함께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이윤택 감독은 성폭력을 ‘성관계’라고 표현하면서 피해자들이 힘겹게 폭로한 범죄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스승’을 지키기 위해 범죄를 은폐하려 한 내부의 동조자들은 오씨의 표현대로 ‘지옥의 아수라’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권력형 성폭력이다.
우리는 성폭력이 ‘성관계’로 둔갑하는 상황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우리는 성폭력이 어떻게 ‘관습’이 되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사람들이 속한 공간에서 성폭력이 ‘관습’이 되고, 은폐되고, 조장될 수 있었던 것은 차별적인 사회문화, 권위적인 조직문화, 여성혐오적인 남성문화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조직 내 권력자들이 주변관계는 물론 캐스팅이라는 생존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더욱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조직은 권력자를 비호하기 위해 피해를 외면한 것이다.
현재 사회 곳곳에서 #MeToo 말하기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 피해자들을 응원하고 함께 성폭력 근절을 위해 #WithYou 를 외치는 연대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연대가 가능한 것은 성폭력이 여성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는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MeToo, #WithYou를 비롯한 말하기 운동은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바꾸는 변화의 신호탄이다. 지금이야 말로 성폭력을 가능케 했고 이를 은폐하고 조장하고 침묵했던 수많은 요소들을 걷어내고 구조적 변화를 이룰 때이다. 가해자 처벌과 더불어 성차별적인 문화를 바꾸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조적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MeToo 말하기를 통해 사회를 바꾸고 서로에게 용기가 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표한다. 또한 가해자들의 처벌 과정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것이며,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할 것이다.
2018.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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