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위력을 인지할 때, 위력은 제지된다!
_#미투 안희정 성폭력사건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한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활동보고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30개소)와 피해자 변호인단으로 구성되어 3월5일 결성되어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및 법률조력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조직내 우월적인 위치에서 그 지위가 위력(권력)으로 행사된 성폭력 사건이며, 피해자는 인터넷과 주변인들에 의해 2차 피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사건이다. 이 사건 해결을 위해 본 대책위는 아래와 같은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재판과정을 지속적으로 주목할 것이다.
경과
2018.03.05. 피해자는 jtbc뉴스룸 생방송 출연. 안희정 지사에 의한 성폭력 피해사실 알림
2018.03.06. 서부지검에 고소장 제출, 2차피해 제보 신고메일 계정 및 트윗 계정신설
2018.03.08. 피해자 지지그룹 1차 성명서 발표
2018.03.09. 서부지검 피해자 진술시, 안희정 전 지사 일방적 자진 출석 규탄
2018.03.12. 피해자 자필 심경글 배포(2차 피해관련)
2018.03.13. 국회앞 기자회견 진행(2차 피해 관련)
2018.03.16. 2차피해 고발장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접수
2018.03.21. 2차피해 고발인 조사
2018.03.25.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에서 피해자2명 피해내용 제보_언론에 이메일 배포
2018.03.28. 구속영장실질심사 안희정 영장기각
2018.04.02. 구속영장 재청구 안희정 영장기각
2018.04.11. 검찰 기소 : 대책위 성명서 발표
2018.04.18. 2차 피해 현황 보고/ 국회 및 언론사 배포
2018.04.19. 남윤인순 국회의원실_2차피해 촉구 성명서 발표(의원 페이스북)
2018.05.09. 관련 전문가 간담회
2018.05.18. 2차 피해 추가 고발장 접수
2018.05.29. 법률전문가 간담회
2018.06.01. 2차 피해 추가고발장 관련 고발인 조사
2018.06.15. 안희정 성폭력사건 1차 준비기일
2018.06.22. 안희정 성폭력사건 2차 준비기일
2018.06.25. 학자 및 전문가 간담회
2018.07.02. 서부지법앞 기자회견
발언1.
“법정에 선 #미투 운동”
업무상 위력행사의 판단에 피해자의 경험과 성평등의 가치를 담아야!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오늘 우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첫 정식재판의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지난 3월 5일, 한 방송사의 뉴스룸에 피고인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전 수행비서의 인터뷰 이후 약 넉 달 만입니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각계에서 이어지는 혁명과 같은 #미투운동의 물결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지난 4월 11일에 불구속 기소를 했습니다. 이제 법원이 재판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 우리사회에 정의를 바로 세울 시간입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서는 3월 초,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동변호인단과 함께 수차례 회의와, 기자회견, 법률전문가·여성학자·사회학자·범죄심리학자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간담회 개최 등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4개월 동안 이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면서, 업무시간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하루 24시간 일상을 통제하며 한 인간의 존엄성, 온전성(integrity)을 침해하고도 “괘념치 말거라”는 자신의 말 한마디로 무마시킬 수 있다고 본 피고인의 의식구조 및 언행을 접할 때마다, 매 순간 공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이 사건 피해자만이 아니라, 전 사회구조적으로 기울어진 권력관계 안에서 수 많은 직장여성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 현실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고인 안희정은 3월 6일 새벽에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다”며 성찰적인 입장을 취하더니, 곧바로 말을 바꾸어 “합의하에 한 행동”이라며 전면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본 공대위는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고, 온갖 소문을 생성해 조직적으로 유포한 사람들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고 현재 수사 중에 있습니다. 피해자는 지금의 이 상황을 견뎌내기만도 충분히 고통스럽고 힘듭니다. 모든 일상이 중지되었고 앞으로 피고인을 비롯해 수 많은 피고인 측 주장들과 맞서야합니다. 이제는 우리사회가 이러한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멈추고, 반성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선정적인 제목과 추측성 기사, 피해자 비난조의 일부 기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고싶습니다. 피해자를 모욕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언론 보도를 당장 멈춰주십시요!
이 사건 재판부에 거듭 간곡히 요청합니다. 우리는 민주적인 리더라는 허울을 쓰고 위력을 이용해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력 한 피고인이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고 응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합니다. 이 사건의 판단에 있어 결코 어떠한 특혜나 시혜를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국가가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해자는 처벌한다는 상식적인 법의 집행과정과 결과를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은 더 이상 이 땅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드러내는 데 인생을 걸지 않아도 되고, 2차 피해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가 고립되고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는 사회, 수치스러움은 가해자의 몫이 되는 사회, 나아가 성폭력 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초석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피해자 비난과 의심의 거대한 사회에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 피해자분의 특별한 용기를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분의 용기가 우리사회의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정한 재판을 기대합니다. 우리 공동대책위의 단체들은 이 사건 재판의 모니터링 및 다양한 형태로 함께하며 사회변화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2.
성폭력사건에서 위력행사에 대한 재판부 정의로운 판결기대
고미경(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우리는 오늘 안희정 성폭력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성폭력은 피해자의 탓이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이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평범하고 단순한 정의입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이 단순한 정의가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여성들은 싸워왔습니다. 미투운동을 통해 수많은 여성들이 외치고 있는 목소리는 바로 성폭력문제에 있어 사법부이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은 불평등한 성별권력관계에 의해 발생합니다. 가해자는 조직내 권력을 갖고 있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가해자보다 권력의 아래에 위치한 여성이었습니다. 가해자는 지사였고, 검사장이었고, 유명 문인이었고, 거장 연출가였고, 인간문화재였습니다. 피해자는 부하 직원이었고, 시인지망생이었고, 배우였고, 단원이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조직 내 권력자들은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자행해왔고, 이들의 권력 하에 있는 조직 구성원들이 성폭력 피해를 외면하고, 묵인하고, 방조하는 사이 성범죄는 피해자를 달리하며 지속되었습니다.
성별에 기초한 차별과 폭력 즉 성폭력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이 중요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법원은 헌법에 보장된 사람의 기본권을 보장함은 물론 그 기본권을 둘러싼 사회환경을 제대로 분석하고 면밀히 살펴 정의로운 판결을 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시기 이 범죄를 다루는 경찰, 검찰, 법원이 성폭력문제를 다룰 때 성인지적 관점에 입각하여 다루기보다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피해사실 입증을 강요하고 나아가 우리사회의 잘못된 여성과 여성폭력에 대한 통념에 입각하여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침해와 성폭력 근절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 되는 상황을 목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아니 달라질 것입니다.
수천 수만명의 여성들의 목소리는 우리사회의 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성폭력를 근절하기 위해 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국제적 기준에서도 여성에게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을 다룰 때 성인지적 관점에 입각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재판과정과 판결을 똑똑히 지켜볼 것입니다.
피해자의 인권을 분명히 보장하고 가해자가 한국사회의 불평등한 성별관계에 기반하여 위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임을 제대로 규명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분명히 해야합니다.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이번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판결을 제대로 하는 것부터입니다. 미투 운동에서 수만명이 외치는 목소리를 기억하십시오. 우리사회의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게 위해 사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기억하십시오.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은 피해자의 인권회복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분명한 처벌이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분명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며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운동에 사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발언3.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로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안희정 전 지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그 놀라움이 생생합니다. 저는 특히 성폭력 피해자이면서 범죄의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왜 이 자리에 나왔는가? 물었을 때 ‘살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답변했을 때 바로 그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은씨는 왜 살기 위해 나왔다고 했을까요? 그것은 안희정 전 지사가 갖고 있는 권력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대권 가도에 거슬리면 어떠한 폭력이나 위해라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희정 전 지사가 주장한대로 상호 합의에 의한 것이라면 김지은 씨는 두려움을 느낄 필요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터에서 이렇게 수많은 여성들이 권력형 성폭력을 당하고도 이를 즉시 고발하거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피해 사실이 자명한데도 이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과정이 너무나 괴롭고 고통스럽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를 검열하면서 쏟아질 비난과 2차 피해, 그리고 결국 피해자인 자신만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공감한다면 왜 즉시 말하지 않았느냐고 그 누구도 비난하지 못할 것입니다. 누구나 일터의 평판이 중요하고 경력 관리가 중요하고 생존권과 노동권이 중요합니다. 일자리를 갖기 힘든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재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폭력 가해자가 압도적인 권력을 갖고 위력을 사용해서 낮은 지위에 있는 여성노동자에게 성폭력을 행사하고 입막음을 하려는 것은 사회정의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로,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바로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재판결과는 안희정 전 지사를 처벌하는 ‘한 개의 사건’이 아닙니다. 권력이 없어서, 빽이 없어서, 부모가 잘 살지 못해서, 수많은 아르바이트 현장과 비정규직, 계약직 등 낮은 지위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 이 재판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재판의 결과가 정의로와야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두려움 없이 성폭력을 고발하고 그것은 성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미국의 국립 과학기술의학아카데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성희롱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성희롱 근절이다’ 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 재판 결과가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사회적 기준, 가이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재판부에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차기 강력한 대권주자라는 권력을 가졌다 해도 그 권력이 정의롭지 않을 때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재판 결과로 보여주십시오. 더 이상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조직 내 성희롱, 성폭력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재판 결과로 보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성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이 난무하는 직장문화가 성평등 조직문화로 변화해가는 계기가 되도록 정의로운 판결 내려주십시오. 만일 이 재판 결과가 정의롭지 않다면 그것은 권력없고 빽없는 여성노동자를 다시 절망의 늪으로 밀어넣는 것임을 기억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7.2.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