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정신을 훼손하고 폄훼하는 영화의 상영금지가처분신청 기자회견 <당신들은 또 다른 가해자다>
미투 정신을 훼손하고 폄훼하는 영화의 상영금지가처분신청 기자회견
<당신들은 또 다른 가해자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전국미투생존자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찍는페미, 페이머즈,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행동하는페미니스트 일동은 미투 정신을 훼손하고 폄훼하는 영화 <미투-숨겨진 진실>의 상영과 확산을 저지하고자 한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에서도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다. 미투 운동의 고발자들은 개인적, 사회적인 모욕과 위협을 감수하면서 성폭력에 맞선 주체들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 속에서 더 이상 비상식적인 폭력과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자발적으로 성폭력 사실을 고발하였다. 이러한 미투 운동의 고발자들은 어느 경로, 어느 매체를 통해서든 성적대상화 되거나 흥밋거리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영화 <미투-숨겨진 진실>은 가해자들의 시각과 주장을 재현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미투 운동 이전으로 퇴행시키고, 미투 운동 고발자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고 있다. 첫째, 이 영화는 극중의 여성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성에게 접근하는 모습으로 묘사함으로써, 미투 운동의 고발자들이 꾸준히 문제시했던 ‘성폭력 피해자는 꽃뱀’이라는 편견을 재생산하고 있다. 둘째, 이 영화는 피해자 여성을 관음증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성적대상화하고 있다. 셋째, 이 영화는 성폭행 장면을 묘사하는 데 있어 10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며, 미투 운동은 성애물과 같다는 선입견을 제공한다. 넷째, 이 영화는 "충격결말", "괴물", "집착" 등의 단어를 내세워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자극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 <미투-숨겨진 진실>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격권과 명예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미투 운동은 영화 속에서 성적대상화 되거나 흥밋거리로 소비되어야 할 소재가 아니다. 미투 운동의 고발자들은 <미투-숨겨진 진실>과 같은 영화가 생산되고 있는 지금도 남성 중심적인 업계, 법조계에 대항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 그들이 용기를 낸 것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론화함으로써, 가해자를 벌하고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투-숨겨진 진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토일렛>의 개봉이 알려지며 ‘#토일렛_상영_반대’ 운동이 진행된 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은 우리 사회 속 공기처럼 존재하는 여성혐오에 눈을 떴고,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미투-숨겨진 진실>이 개봉되며 한국 사회와 한국 영화계는 변화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대한민국 사법계에 <미투-숨겨진 진실>의 상영금지 결정을 요구한다.
또한 우리는 대한민국 영화계에 작금의 사태에 대한 반성과 업계 자정을 요구한다.
7월 19일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전국미투생존자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찍는페미, 페이머즈,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행동하는페미니스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