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미투법안 발의안만 쏟아내고, 처리는 나 몰라라?
임기 내내 직무유기, 국회를 규탄한다!
올해 초 미투운동이 촉발하면서 여성들은 성별 고정관념과 성별 권력관계에 기반한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대한 변화를 정부와 한국사회에 끊임없이 요구해오고 있다. 국회는 이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미투법안을 경쟁하듯 쏟아내었다.
하지만 12월 7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일정을 불과 일주일 남짓 남겨둔 지금, 쏟아진 미투법안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번년도 정기국회에서 가결된 미투법안은 소수에 불과하다. 국회의원들은 연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미투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발의만 하고, 이후 논의조차 하지 않을 것이었다면 법안 발의는 절절하게 #미투를 외친 여성들을 향한 ‘쇼’에 불과한 것이었나?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으로 다원화된 성폭력 범죄의 체계 정합성을 검토하고 법정형의 적절성 등을 위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성적 자기결정권의 합리적 보호를 위한 성폭력 범죄의 개선방향 연구’라는 이름의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 중에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미투법안’들이 모두 올해 #미투운동 이후 새롭게 제기된 법안들이 아니다. 여성단체들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폭행과 협박이 아닌 피해자의 동의에 기반하여 성폭력 범죄를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십 수 년 동안 끊임없이 해왔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성별 불평등과 성차별 시정을 위해 법과 제도 개선을 구체적으로 요구해온 것이다. 특히 올 한 해는 여성들이 성차별과 성폭력을 끝장내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세계 최고의 성별임금격차를 없애기 위해 수없이 거리에서 싸웠다.
#미투운동과 관련해 국회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다가 이제 와서야 법적 정합성 운운하며 미투 법안 논의를 내년으로 또 미룬단 말인가? 11월 27일에는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법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웹하드 카르텔을 끊을 수 있는 강력한 규제나 처벌과 관련한 법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 이외에 여성의 삶을 파괴하고 뒤흔드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근절할 수 있는 법안들은 여전히 산적해있을 뿐이다.
또한 법사위 위원들의 태도에서도 미투법안에 대한 안일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월 28일 진행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9월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한 법안들을 심의하며 발의안 내 내용과 용어 등을 이유로 들며 관련 법을 12월 3일 진행되는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로 회부시키며 “1주일을 못 참습니까?”, “오늘 통과가 안 되면 문제가 생기나요?”라고 말하는 안일함을 드러냈다. 여성들은 하루가 급한 마음으로 미투 법안의 통과를 바라고 있지만, 법사위 의원들은 여가위에서 통과된 법을 아무렇지 않게 미뤄버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들은 안전을 위협받고, 일터와 학교를 비롯한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국회와 정부는 성차별적인 한국사회를 향한 여성들의 분노에 구체적인 내용으로 반응하라. 우리사회 불평등한 사회구조 변혁을 위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정부와 국회 대상으로 미투법안 가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관련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여성들은 과거로 절대 돌아가지 않으며,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18년 11월 29일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경기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독여민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여민회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단체연합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수원여성회 여성사회교육원 울산여성회 전북여성단체연합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천안여성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함께하는주부모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