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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18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 <생존자의 자리 Everywhere>
  • 2018-11-29
  • 2007

2018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 <생존자의 자리 Everywhere> 후기


2018년 11월 3일(토) 오후 3시, 2018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 <생존자의 자리 EVERYWHERE>가 하자센터 하하허허홀에서 개최되었다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2003년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올해 14번째를 맞이했다올해는 총 네 분의 말하기 참여자가 함께 했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면 등록 후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준비한 사전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한쪽에는 지지엽서 꾸미기 코너가 있었다책상 위에 있는 색연필과 사인펜 등으로 홍보엽서의 뒷면을 꾸며 응원의 그림이나 문구를 적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외부에도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는데날씨가 좋았던 덕에 사람들이 밖에서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생존자의 고 풀기코너도 있었다여기서 는 매듭의 종류이기도 하며, ‘인고의 옛말이기도 하고, ‘괴로움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고풀이의 고는 이 세 가지 모두를 의미한다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풀지 말고 가지고 있으시라고 미리 얘기를 드렸다이는 이후의 퍼포먼스를 위한 것이었다.



객석 초입에는 북갤러리 <읽고 다시 살아나>가 마련되어 있었다성폭력에 관한생존자에게 위로나 용기를 줄 수 있는 문구 등을 표시해놓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어 사람들이 누구나 편하게 둘러보거나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사전 부스에는 또한 말하기 참여자 중 한 분이신 에스더님의 2심 재판을 위한 청원 서명을 함께 받을 수 있게 준비해두었다재판 과정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관심과 연대를 끌어낼 수 있었다.



오후 3시에 행사가 시작했다행사는 배우 김지영님의 사회로 진행되었고먼저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듣기 참여 수칙을 안내하며 1부를 열었다오프닝으로 싱어송라이터 서예린 님의 지지공연이 있었다자작곡 몇 곡과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의 이야기를 시작해나갈 수 있었다



말하기 참여자들이 이어서 말하기를 시작했는데모두 자신의 무대를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해낸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다.


첫 순서로 말하기를 하게 된 캐시님은 노래 동백 아가씨를 부르며 말문을 열었다중간에 감정 표현을 위해 북을 사용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리나님은 자신의 여러 정체성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님을 느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에스더님은 무대 위에서 자신을 힘들게 했던 벽이 세워지는 과정과 이를 무너뜨리고 나오는 과정을 표현하였다



명선님은 예쁜 종이꽃들로 가득히 무대를 꾸몄다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낸 무대는 모두가 특별했다.


말하기 무대가 끝나고 고풀이 퍼포먼스가 있었다듣기 참여자들에게 나눠주었던 고(매듭)을 각각 손에 쥐고 모두의 한을 풀 수 있게 다 함께 매듭을 털었다매듭이 안 풀리면 한이 안 풀린 것이라고 하여풀릴 때까지 우리는 힘차게 팔을 뻗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2부가 시작되었다말하기 참여자들의 말하기에 응답하는아니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듣기 참여자 지지의 말’ 시간이 있었다시간이 부족해 많은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다음으로 생존자의 경험을 재구성한 영상 <생존자의 자리:만약바꿀 수 있다면>을 함께 보았다한국성폭력상담소가 이나연 감독님과 제작한 영상 시리즈로엄마편직장동료편친구편가해자편마을공동체편 총 다섯 편의 영상이 있었다생존자의 자리가 어떠한 모습이었으면 좋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슬프지만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엔딩으로는 아프리칸 댄스 컴퍼니 따그(TAGG)의 대표 권이은정님이 지지공연을 해주었다나에게 아프리칸 댄스는 낯선 장르의 춤이었는데 굉장히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쳤다사회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웃으면서 나갈’ 수 있기에 더없이 적합한 춤이었다.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말하기의 의미중요성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개인의 경험이 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전해져 공명을 이룰 때 그 파장이 얼마나 크게 퍼져나갈 수 있을지를 보고 온 것 같다나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곳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에 두렵지 않은 곳그런 공간의 소중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후기는 본 상담소 자원활동가 감수민님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