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엄정한 수사와 진상규명,
여성들에 대한 지원 등 즉각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한다!
성매매 집결지 화재의 참극이 또다시 되풀이 되었다. 지난 22일 토요일 오전, 서울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내 성매매 업소 1층에서 난 화재는 순식간에 2층에서 잠자고 있던 사람들을 덮쳤다. 화재는 20분 안에 진압되었지만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국가와 사회가 방치한 성착취의 현장에서 얼마나 더 많은 여성들의 죽음이 필요한 것인가.
이 사건은 철거예정인 노후한 건축물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비극이 아니다. 여성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착취적인 공간에서 일어난 예정된 비극이다. 40평도 채 되지 않는 면적에 방 6개가 좌우로 밀집해 붙어 있는 구조는 성매매 업소의 전형적인 형태다. 성매매집결지 업주들은 이제는 예전과 다르다며 여성들이 자유롭게 출퇴근하면서 많은 돈을 번다는 거짓 포장을 서슴치 않았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일이 끝난 피곤한 아침, 좁은 공간에 모여 잠들어 있었다. 더구나 철거가 코앞인데도 업주들은 자신들의 영업권을 행사하며 더 많은 이주비를 받기 위해 여성들을 볼모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곧 철거할 예정이었다며 변명을 일삼는 지자체와 성매매피해여성을 위한 조치나 계획없이 업주들의 이익에만 휘둘려 단속에 손 놓은 경찰은 어떠한가. 공권력은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기 위해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위한 지원과 불법적 이익 환수 등 수요차단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지역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그동안 여성들을 착취하고 성매매로 불법적 이익을 편취해온 성매매집결지 건물주들에게 또다시 재개발의 이익을 돌려주는 부동산 개발사업에만 급급했을 뿐이다.
비극적 소식에 애도할 사이도 없이 계속되는 뉴스와 댓글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성매매집결지업주들의 대표라는 자의 발언을 여과 없이 인용하고 있다. 마치 성매매여성들을 위해 업주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것처럼, 성매매집결지를 양성화하면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처럼, 여성들의 죽음조차 재물삼아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업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또다른 성매매집결지에서도 반복되고 있듯이 포주 등 관리자들과 건물주들간의 개발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나 지자체의 부동산 개발에만 기대어, 여성들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던 상황들이 지금 여기 천호동 성매매집결지에서 다시 안타까운 죽음을 목도하게 만들었다.
성매매집결지의 호황시절에 결탁하여 이익을 챙기고 여성들을 착취한 바로 그자들이 부동산 개발에서도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나뉘어 이전투구하고 있고 공권력은 그들의 협박에 굴복하거나 협작하고 있는 작태에 분노하면서,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성매매집결지를 이토록이나 오랫동안 유지시켜온 부끄러운 역사 앞에서 우리는 요구한다.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착취로 규정하고 불법화해 온 대한민국에서 성매매 집결지의 존재는 모순 그 자체다.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사회는 아직도 성매매 집결지 현장에 여성들을 남겨두고 있다. 이 예정된 비극에 대하여 우리는 국가의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1. 이번 사건에 대한 엄중한 조사와 진산규명 및 목숨을 잃거나 상처입은 여성들에게 사과하고 최선을 다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라.
2. 천호동 성매매집결지를 비롯해서 남아있는 성매매집결지의 사회정의와 여성인권에 부합하는 폐쇄과정을 위해 탈성매매를 위한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
3.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성매매집결지와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전담팀을 구성하라.
4. 거짓 뉴스를 양산하며 성매매알선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 등은 즉시 이를 바로잡고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라.
2018년 12월 24일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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