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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위력의 존재가 곧 행사일 수 있음을 인정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유죄 판결을 환영한다.
  •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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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의 존재가 곧 행사일 수 있음을 인정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유죄 판결을 환영한다.

오늘 2019년 2월 1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었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입법 취지를 반영한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뒤늦게나마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을 한 2심 재판부의 유죄 선고를 환영하며 동시에 󰡔위력은 존재하나 행사되지 않았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던 1심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피해는 물론 수많은 여성들의 공분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법부가 겸허히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 

이미 대법원은 여러 판례를 통해 ‘위력의 행사 행위가 없더라도 무형적 위력의 존재만으로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의 선고결과가 3심에서도 당연히 유지되어 자신의 지위, 권세, 업무상 위력을 이용하여 성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우리 사회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유무형의 영향력으로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고, 성적 침해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 더 철저히 감시하고, 권력의 오남용이 묵과되어 더 많은 피해가 양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시는 피해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언론을 통해서만 피해를 고발하지 않아도 법적,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오늘의 판결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성추행을 저지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직권을 남용했던 안태근 전 검사장의 유죄판결에 이어 위력의 좁은 해석과 엄격한 판단기준으로 처벌의 공백이 만연하던 ‘우월적 지위’, ‘업무상 위력’ 성폭력 사건에 대해 그 특성을 적확히 파악하여 판단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우리는 사법부가 오늘의 의미 있는 판결을 기억하여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체육계 성폭력 등 여타 성폭력 사건들에서도 사법의 본령을 더욱 분명히 지켜나갈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사법부의 역할만으로 지독한 가해자 중심사회에서, 위력에 사로잡힌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피해자를 꽃뱀으로, 거짓말쟁이로 모는 부당하고 차별적인 잔혹한 공동체는 더 이상 안 된다. 가해자의 말을 받아쓰기하며 피해자 비난을 강화하는 언론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직장이라는 공적 장소가 얼마나 남성중심적인지, 중요 지위를 누가 독점하고 있는지, 비정규직 내 성별비율, 성별임금격차 등 성별이 곧 차별과 취약함이 되는 현실에서 따로 불러내기, 요구하기, 불이익주기, 압력 넣기, 괴롭히기는 얼마나 의도된 일상적 차별이자 폭력일 수 있는지를 질문하지 않으면 우리의 일상은 변화할 수 없다. 지난 1년간 문화예술, 체육, 종교, 학교, 공공기관, 군대, 정치 등등 모든 영역에서 #미투운동이 일어났고 용기 있는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그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제 우리 사회 전체가 가해자 중심⦁위력에 사로잡힌 구조와 문화에 대해 질문하고 #미투에 응답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미투운동을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미투운동에 함께 한 여성들은 누가 뭐래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는 이들과 함께 피해자가 형사사법절차의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고 일상을 찾을 수 있도록 끝까지 연대하고 지지하며 성평등 정의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19년 2월 1일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