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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특집기획-대학내 성폭력 관련 정책 <반 성폭력 정책의 원칙>
  • 2005-09-16
  • 3792


11월의 특집기획-대학내 성폭력 관련 정책



많은 대학이 학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학칙을 제정하고, 관련 업무를 전담할 성폭력 상담소를 개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책이 실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닌데요.
지난 11월 17일에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열렸던 <대학내 성폭력 관련 정책 토론회> 자료집에 실린 "대학내 성폭력 관련 정책,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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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대학내 성폭력의 실태

반 성폭력 정책의 원칙

반 성폭력 정책의 실제 : 활용 가능한 정책의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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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성폭력 정책의 원칙

한국성폭력상담소


(1) 성폭력 관련 정책은 '공동체 내부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성폭력 정책이 전체 공동체에 대한 문제제기나 대학내 성폭력이 재생산되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피해자에 대한 개별적인 상담이나, 개별적 사건의 처리에 중점을 둔다면, 대학내 성폭력의 예방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70년대부터 대학내 성폭력이 이슈화되고 제도화 되어진 미국의 경우도 여성들이 대학내 신고 센터가 갖추어져 있다 해도 자신들의 경험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Cairns(97)에 따르면 이는, 신고 센터나 개인 대상의 프로그램이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개인적인 기술의 문제에서 성폭력을 해결하려 했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성폭력의 처리를 개인적인 기술의 문제나 대응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일은 성폭력의 대응에 대한 책임을 여전히 여성에게 남겨 놓는 일이다. 때문에 여전히 피해자 여성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피해와 강제의 경험을 나의 실수, 나의 책임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그들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데 실패했다는 것과 남성에 의한 원하지 않는 행동을 거부하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자기 확신과 자기 평가의 중대한 손실을 계속해서 보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대학내 성폭력 관련 정책은 특정 개인의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성폭력 사건의 사후 관리를 위한 장치이어서는 안되며, 이는 공동체 내부를 성찰하는데서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내 성폭력 역시 다른 성폭력처럼, 가해자의 이상 행동에 의한것이 아닌, 여성을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 만드는 사회 구조,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성별 권력의 문제에서 기인한 사회적 범죄이다. 또한 성적 비하,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자연스러운 친밀감의 표시로 해석하고 공동체내의 성폭력적인 문화에 문제제기 하지 않는 대학의 분위기는 대학내 성폭력이 발생하게 하는 근원이다.
때문에 대학내 성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위한 정책은 개인간의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닌 포괄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제기를 담는 것이어야 하며 대학 문화 전반의 개선에 관심을 둘 수 있어야 한다.

"대학당국은 그들이 성폭력의 발생을 허용하는 조건을 영속시키는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을 항상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2) 反 성폭력 정책은 대학의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학은 교육의 장인 동시에, 고용의 장이며, 다양한 구성원을 포괄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내 성폭력의 실태를 살펴 보았을 때, 학생간 또는 교수-학생간의 성폭력 뿐만 아니라 직원에 의한 학생 성폭력, 직원간 성폭력등 구성원간의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본 상담소의 상담통계에 따르면 수업을 듣는 학생에 의해 피해를 입은 여성 강사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은 대학이 진정 성폭력 "Free Zone"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대학내 성폭력 정책이 교육 수혜자인 '학생'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반증한다. 물론 이것이 각 구성원들의 특수성을 고려 하지 않은 처리나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고용 관계와 교육관계등 구성원들의 관계에 따른 특수성이 반영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反 성폭력 정책이 대학의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대학내에서 권위와 지위를 가진 구성원 역시 예외 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의 정책에 대해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중 하나는 교수나 강사 등에 의한 성폭력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직위에 의한 권력을 매개로한 교수 성폭력은 대학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권리인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권리"를 가장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가해 행위이기 때문에 반 성폭력 정책이 이들을 포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정책도 되지 못할 것이다.
반 성폭력 정책은 성폭력의 예방과 처리, 근절의 모든 차원에서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며 대학내의 위계나 권력 관계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3) 反 성폭력 정책은 성폭력 사건의 신고를 촉진하고 장려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

대학이 성폭력으로부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사건이 신고되지 않을 때' 가 아니다. 그것은 '어떠한 사건이든 대응할 수 있고 신고 받을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갖추었을때'이다. 많은 경우, 대학들은 성폭력 정책을 마련하면서 한편으로는 성폭력 사건이 신고되지 않기를 바랄 수 있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이 신고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고 성폭력을 발언할 수 없을 만큼 대학 환경이 척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올바른 성폭력 정책은 단지 앉아서 사건을 기다리는데 국한되지 않는다. 현실속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이 자신의 책임이 아님을 인지하고 문제를 직면하기 위해 자신의 피해를 신고 하기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때문에 성폭력 신고를 장려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고안하고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정책하에서, 많은 사건이 신고되고 처리된다는 사실은 특정 대학의 성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이 대학에서 성폭력 피해로 불행을 겪고 있는 여성이 줄어들고 있음을, 자유롭게 학습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에 한 걸음 더 가까워 지고 있는 '증거'이다.

(4) 모든 성폭력 정책과 처리 과정, 결과는 공유되어야하며 공개적이어야 한다.

성폭력 사건의 처리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비밀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그러나, 비밀의 유지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이지 그것이 성폭력 정책 자체의 폐쇄성으로 끌려가서는 안된다. 성폭력 정책이 페쇄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신고 등을 촉진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 뜨리며, 무엇보다 성폭력을 공공의 문제가 아닌 비밀스런 개인의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
정책의 공유와 공개는 정책 마련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교육 공동체의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최고 행정관에 의해 채택되고 발전, 수정된 정책은 폭넓은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 반대로,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의견 교환이 이루어진 정책은 더 이해가 쉽고,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정책의 마련 과정, 발전 과정은 그 자체가 구성원을 교육하는 도구로써 사용될 수 있다.
다른 한편, 정책의 공유와 공개는 성폭력 사건의 결과와 처리의 공고를 의미한다. 성폭력 사건의 보고는 대학 구성원에게 그들의 신고가 진지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신고를 촉진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함으로써 대학의 풍토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성폭력 사건의 결과의 공유는 성폭력 사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문제임을 명시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5) 성폭력 정책이 보급될 수 있는 모든 공식적인 방법이 고민될 수 있어야 한다.

성폭력 정책의 마련에 있어 정보의 질 만큼 중요 한 것은 정보를 보급하는 일이다. 많은 경우, 대학에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정보는 성폭력 상담소등 특정 기관의 문제로 한정되는 것으로 사고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폭력에 대한 정보가 보급될 수 있는 명확하고 총체적인 구조를 마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대학당국은 성폭력 정책의 실행에 있어서, 상담 기관 뿐만아닌 모든 기관이 실행하고 적용할 수 있는 공적인 정책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6) 성폭력 정책은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성폭력 처리 절차를 포함해야 한다.

미국의 반 성폭력 동맹(AASC)은 믿을 만한 고통의 처리과정은 다음의 네 가지 보증을 제공한다고 제안한다.
- ① 비밀의 유지, ② 조사에서의 공평성, ③ 보복으로부터의 보호, ④ 혐의가 증명될 경우 실행 가능한 처치/교정의 확실함.- 성폭력 예방교육은 대학내 모든 구성원에게 성폭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효과적이고 포괄적인 제도일수 있지만, 성폭력 근절에 대한 정책 의지와 기관의 신뢰성을 가장 분명히 해주는 것은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 명확성이다.
고통의 처리과정은 혐의가 증명된 경우에 대한 교정과 징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혐의가 증명될 경우, 징계적 행동이나 교정 행동이 취해질 것이라는 것에 대한 분명한 명시과 실천은 대학이 성폭력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행동으로 이러한 것을 없앨 의지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7) 反 성폭력 정책은 피해자 중심의 사고를 기반에 담고 있어야 한다.

피해자들에게 성폭력의 경험은 매우 많은 손실을 가져온다. 특히, 대학내 성폭력에서 별다른 해결책을 갖지 못한 많은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피하기 위해 수업을 취소하거나 동아리나 과등 자신의 주변 관계들을 단절 시키는 등, 자신의 교육기회와 생활의 권리를 제한받기도 한다. 여성들이 남성의 성적 관심을 일으켰다는 책임을 지게 되는 사회에서, 피해 여성들은 피해를 입을 경우, '왜 나인가?' 또는 '내가 이런 일을 당할 만한가" 라는 질문을 내면화 하도록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설령 피해자가 성폭력이 결코 자신의 잘못이 아니며, 이것이 개인의 인권에 대한 침해이며,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훼손임을 인지한다 해도, 성폭력의 상황이 알려지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많은 경우,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 경험을 드러낼 때,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때문에 피해자는 피해로 인한 어려움을 함부로 드러내지도, 이야기 하지못하며, 또한 자기 비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이처럼, 피해자가 사건을 신고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 혼란과 주변의 인식등 많은 갈등 속에서 어렵게 내린 선택이며, 의지의 표현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학내에서 사건을 공개되거나 처리되는 과정에서도 사건에 스스로 직면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은 불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행정가들이 방어적이거나 심지어 피해자를 공격함으로 해서 기관에 의해 또다른 피해를 경험한다. 그리고 사건이 처리 된 후, 돌아간 공동체에서 피해자는 비난에서 외면까지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감수해야 하며, 이후 공동체에서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너무 자주 피해자들은 성폭력이후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위로와 지원보다 "트러블 메이커" 로써 인식되는 부정적인 반응에 직면하게 된다.
이처럼, 성폭력의 피해자가 놓여 있는 척박한 현실에서, 만약 대학 당국이 정책을 실행하는데 피해자의 관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너무나 손쉽게 또다른 피해에 노출 되게 할 수 있다. 反 성폭력 정책은 무엇보다, 피해자의 관점을 중심에 두고 사고 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정책의 각 단계마다 피해자의 관점을 주요한 근거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사건의 신고와 처리의 모든 과정에 있어, 피해자 보호의 원칙이 세워져야 하며, 조사 과정에서 신고인으로 하여금 반복적인 진술을 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또한 사건을 판단하는데 있어서도 객관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당시에 처해있을 상황과 감정들을 최대한 고려 해야 한다. 사건이 처리된 이후에도 피해자 치유나 관계 형성 프로그램, 가해자 접근 금지의 명령등 피해자가 자유롭게 대학생활을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필요하다면 의료비용이나 소송 비용의 일부를 학교가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 사건의 책임은 결코 피해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며 이는 가해자와 성폭력이 발생하도록 방치한 대학 당국에게 물어져야한다.

(8) 모든 성폭력 정책은 긴급하고 중대한 의제로써 다루어 질 수 있어야 한다.

성폭력은 대학내 구성원의 교육권을 근본적으로 손상시키는 중대한 범죄이다. 또한 이는 인적 자원을 교육하고 생산해야 하는 대학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상당한 손해이며, 동시에 전 사회적으로 보았을때도 손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성폭력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특정 대학에서 성폭력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점점 더 대학의 경쟁력이 중시되는 현실에서 대학에 심각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이미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학내 성폭력은 그 빈도수와 영향 모든 측면에 있어, 이미 심각한 위험 수위에 올라 있다. 때문에 성폭력 정책을 대학내의 부차적인 위치로 한정시켜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성폭력 정책은 긴급하고 중대한 의제로써 다루어 질 수 있어야 하며 대학교육의 목적은 기회의 확장과 개인의 능력의 개발이지, 차별의 내면화와 순응을 위한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