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7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수요시위는 성폭력 말하기와 같습니다. 91년 김학순 님의 국내 첫 증언을 시작으로, 2019년인 지금까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생존자들은 피해경험과 문제해결을 위한 요구사항들을 말해왔습니다. 용기 있는 첫 증언 이후 ‘나도 너였다’고 뒤이어 일어난 사람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240명.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경험을 말하는 피해생존자들의 목소리는 왠지 어제 진행했던 상담에서 들었던 소리와 닮아 있습니다. 어쩌면 수요시위는 1374번째 계속되어온 미투운동 일지도 모릅니다.
피해생존자들이 천 번 넘게 말하는 동안, 세상의 어떤 부분은 지독할 만큼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 제국주의와 남성중심적인 국가권력, 여성을 도구화 하는 여성혐오적 문화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MeToo 해시태그를 달고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은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생존자들에 대한 것과 같은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거짓말이다’, ‘돈을 노리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게 왜 거부하지 않았는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결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당한 일이 맞는가?’ 모든 비난에 맞서 ‘인정할 만한 피해자됨’을 증명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피해자 답게 구는지 판별하는 시선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생존자들이 천 번 넘게 말하는 동안, 세상의 어떤 부분은 놀랄만큼 새롭게 변화했습니다. 피해생존자들은 ‘할머니’나 ‘소녀상’으로 표상되는 존재로만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의 얼굴에서 전쟁과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세계 각지의 여성들과 연대하고, 다른 피해를 지원하고, 싸움을 멈추지 않는 강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들의 삶으로 인해 우리는 전과 다른 세상에서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여성의 말하기에서 전쟁의 현실이 드러났으며, 피해생존자의 관점에서 인권은 다시 쓰였습니다.
성폭력 피해생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해의 원인은 가해자’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며, 이에 따른 공식적인 사과와 처벌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사과에는 잘못에 대한 인정과, 폭력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및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본정부의 공식사과, 진상규명, 책임 이행,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의 회복, 이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충족되지 못했습니다. 일본정부와 한국정부는 피해생존자들의 목소리에 대해 ‘2015 한일합의’라는 외교수장들의 담합으로 답하였습니다.
피해생존자들과 시민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2018년 11월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이 발표된 것처럼, 결국 우리의 연대로 정의로운 문제해결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피해 회복의 과정에 필수적인 ‘듣기’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피해생존자가 혼자 외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외침이 되고자 합니다. 제 1374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 일동은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일본정부는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공식사죄하고 법적배상하라!
일본정부는 일본군성노예제문제에 대한 역사왜곡을 중단하고 올바른 역사를 교육하라!
한국정부는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하고 피해자중심적 문제해결을 추진하라!
양국정부는 피해생존자의 의견을 직접 수렴할 수 있는 시간의 가치를 깨닫고 피해자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즉시 행동하라!
2019년 2월 13일
제1374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참가자 및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