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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 성폭력>>-2002. 가을
  • 2005-09-16
  • 4375


데이트 성폭력,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결할 때
- 2002. 나눔터 42호 -

장윤경(본 상담소 자문위원)


본 상담소의 상담통계를 살펴보면 데이트 성폭력 피해는 1993년 4.2%, 1996년 6.4%, 2001년 9.7%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또한 형사정책연구원의 1996년 연구에 의하면 심한 성폭력의 72.7%가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였고, 그 중에서 친구나 애인에 의한 경우가 31.8%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데이트 성폭력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성문화 속에서 데이트 성폭력은 성폭력이 아닌 사랑의 행위 혹은 개인적인 성문제로 인식될 뿐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더욱이 데이트 성폭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데이트 성폭력을 성폭력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결국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데이트 성폭력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있다.
필자는 데이트 성폭력의 심각성에 문제의식과 연구의 필요성으로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우리 사회의 데이트 성폭력 실태,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그리고 사회인구학적 특성(성별, 연령, 대학입학 이전의 성폭력 피해경험, 데이트 상대 유무), 성평등 의식, 폭력 허용도가 데이트 성폭력 인지도를 매개로 하여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았다.
연구 대상으로는 데이트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시기가 대학시절이라고 판단하여 서울 지역의 8개 대학교의 남녀 대학생 531명에게 체계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국내에 데이트 성폭력에 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데이트 성폭력에 관한 기초 자료를 마련하였다는데 의의를 가지고 있으며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데이트 성폭력 피해 실태

지난 1년간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대상자는 전체 응답자의 20.5%를 차지하였다. 이는 미국의 경우 57.0%가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1988년도의 연구 결과보다는 낮지만 국내의 선행연구에서 보고되는 피해 실태보다 높은 결과로, 그 동안 데이트 성폭력의 숨은 피해자들이 많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데이트 성폭력 피해 유형으로는 데이트 강간이 6.0%, 데이트 성추행이 49.1%, 데이트 성희롱이 44.9%였다. 또한 피해자의 성별은 여성이 65.4%, 남성이 34.6%로 선행연구에서의 일반 성폭력의 남성 피해자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데이트 성폭력을 한 상대방과의 관계정도는 '좋아하지 않지만 부정기적으로 데이트'가 7.7%, '데이트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편'은 10.6%, '좋아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 편'이 33.7%, '사랑하지만 결혼은 안 할 생각'이 34.6%, '사랑하고 결혼할 생각'인 경우는 13.5%였다. 즉 친밀해 지려는 관계이거나 결혼을 결심한 관계인 경우보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단계에서 데이트 성폭력 피해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이트 성폭력이 주로 발생하는 장소는 비디오방, 노래방, 카페 등이 37.5%, 야외의 한적한 곳이 18.0%, 상대의 집이 15.0%로 주로 데이트하는 장소와 연관성이 있었다.
데이트 성폭력 피해 후유증으로는 이성에 대한 불신이 37.5%로 가장 많았는데, 이유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무시한 행위에 대해 인격적이고 감정적인 불신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대방이 사용한 가해방법은 주로 '애원을 하면서 요구했다'로 이 결과 또한 친밀한 관계이고 성적인 접촉이 허용된 관계라는 전제에서 상대에게 허락을 구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해 후에 다른 사람과 의논한 경우는 26.0%에 불과했고 의논한 상대로는 친구가 78.6%였다. 이 결과는 데이트 성폭력을 성폭력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이라고 인식하여 친구와 의논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에 대처한 경우는 51.9%, 대처하지 못한 경우는 48.1%로 선행연구의 일반 성폭력 피해자에 비해 대처를 한 경우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대처한 형태는 '하지 말라고 했다'가 72.2%로 무척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되는 사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대처방법이다.
대처하지 못한 이유로도 '상대방이 상처받을까봐'가 24.0%, '내 잘못도 있어서'가 18.0%, '헤어지게 될까봐'가 12.0%였다. 이 결과는 모두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데이트 성폭력을 성폭력이라기보다는 사적인 성적 접촉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 대학입학 이전의 성폭력 피해 실태

조사 대상자 중에서 대학입학 이전의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대상자는 13.6%였다. 이중 여성 피해자가 89.7%이고 남성 피해자가 10.3%로 선행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성 피해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남성피해자의 경우도 일반 성폭력 피해에서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으로는 성추행이 62.3%로 가장 많았고 성희롱이 30.4%, 강간이 7.3%로 나타났다. 피해 나이는 6세에서 10세가 34.8%로 가장 많았고, 11세에서 15세, 16세에서 20세가 각각 29.0%로 나타났다. 즉 6세에서 20세 사이에 92.8%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외부에서의 활동이 시작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부터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해자는 모르는 사람이 56.5%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선행 연구와 비교해서 높은 결과로 피해 횟수가 단 한번인 경우가 88.4%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친족에 의한 피해가 14.5%로 친족 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3. 성평등 의식, 폭력 허용도, 데이트 성폭력 인지도에 대한 태도

성평등 의식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고, 연령이 적을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대학 입학 이전에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었던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평등 의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폭력 허용도'에 있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덜 허용적이었고 대학입학 이전에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었던 경우가 덜 허용적이었다. 반면 데이트 상대가 있는 응답자일수록 폭력에 더 허용적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데이트 성폭력 인지도'의 경우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았고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았다. 대학입학 이전의 성폭력 피해경험이 있을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데이트 상대가 있을수록 인지도는 낮았다.

4.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성별, 대학입학 이전의 성폭력 피해 경험, 데이트 상대 유무, 데이트 성폭력 인지도였다.
또한 데이트 성폭력 인지도를 매개로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성별, 그리고 성평등 의식, 폭력 허용도로 나타났다. 결국 남성일수록, 성평등 의식이 높을수록, 폭력 허용도가 낮을수록 데이트 성폭력 인지도가 높았으며 데이트 성폭력 인지도가 높을수록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을 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데이트 성폭력이 얼마나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지를 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데이트 성폭력이 성적 친밀감이 있는 관계에서의 애정의 문제가 아닌 성폭력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데이트 성폭력 피해자인 경우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데이트 상대와의 관계에서 성적인 문제가 생긴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피해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데이트 성폭력 피해를 성폭력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더욱이 남성 피해자의 비율이 일반 성폭력 피해에 비해 높은 점을 고려해서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의 논리가 아닌 남성과 여성이 모두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예방 프로그램이 필요로 되어진다.
성별, 성평등 의식, 폭력 허용도가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데이트 성폭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성평등 의식을 향상시키고, 폭력 허용도를 낮추고 성별에 따라 데이트 성폭력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구조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데이트 성폭력은 더 이상 개인의 애정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범죄이다. 따라서 사회 문제의 하나로 해결해 가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트 성폭력 관련 연구는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제도 개선을 하는데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트 성폭력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 데이트 성폭력에 관한 보다 심화된 연구가 다양한 관점에서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필자의 논문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에 관한 연구」,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석사논문, 2002. - 을 토대로 쓰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