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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소원 결정에 대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의 입장
  • 2019-04-12
  • 1971

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소원 결정에 대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입장


411일은 대한민국 형법에서 낙태죄가 존치된 지 66년 만에, 헌법재판소의 2012년 합헌 결정 7년 만에 역사적인 진전을 이루어 낸 날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경제 개발과 인구 관리의 목적을 위해 생명을 선별하고 여성의 몸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아 그 책임을 전가하여 왔던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중대한 결정이며, 우리는 이를 크게 환영한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들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명확한 위헌결정으로 완전히 입장을 모으지 못하고 다시 입법자들에게 변화의 책임을 넘긴 것은 아쉬우나, 그럼에도 이번 결정에서 단순위헌 의견 재판관 세 명, 헌법불합치 의견 재판관 네 명의 의견으로 압도적인 위헌 의견이 제시된 것에 우리는 큰 의미를 부여한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라는 요구와 함께 지난 수년에 걸쳐 낙태죄 폐지를 외쳐 온 우리는, 그동안 경제개발과 인구관리의 목적에 맞추어 여성들의 몸을 통제하고 우생학적 목적에 따라 생명을 선별하며 그 책임을 여성들에게 처벌로써 전가해 온 역사가 바로, 낙태죄의 역사임을 폭로해 왔다.

집에서, 학교와 직장에서, 거리에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나선 우리의 행동이 없었다면 이번 결정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 온 이 역사적 변화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이제 우리는 결코 과거와 같은 처벌의 역사로 돌아갈 수 없음을 분명히 선언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의미]

 

더 이상 현행 형법상의 낙태의 죄'와 모자보건법은 유효하지 않다.

 

이번 결정으로 66년 만에 한국 형법상의 낙태죄는 그 의미를 상실했으며, 형법상 낙태죄의 허용한계를 규정해 온 모자보건법 제14조도 마찬가지로 현재와 같이 존속될 이유가 없어졌다.

헌법재판소는 20201231일까지를 시한으로 입법자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으나, 이번 결정으로서 낙태죄의 위헌성이 분명히 확인된 만큼 이 조항은 이후 누구에게도 실질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과거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결정권' 구도를 넘어선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결정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헌법재판관 세 명의 단순위헌 의견, 네 명의 헌법불합치 의견에서 모두 2012년 결정의 구도를 분명히 넘어섰다는 점이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을 공익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사익으로 두고 이를 태아와 여성의 권리 충돌로 판단하였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그와 같은 구도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의 헌법불합치 의견에서

임신한 여성과 태아 사이의 특별한 관계로 인하여 그 대립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태아는 엄연히 모와는 별개의 생명체이지만, 모의 신체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생명의 유지와 성장을 전적으로 모에게 의존하고 있다. (중략)특별한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임신한 여성의 안위가 곧 태아의 안위이며, 이들의 이해관계는 그 방향을 달리하지 않고 일치한다"고 언급함으로써 국가가 태아와 여성의 권리를 대립 구도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임신한 여성의 안위가 태아의 안위와 깊은 관계가 있고,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임신한 여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 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 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임신중지의 책임을 여성에게 처벌로서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실효성 있는 수단을 강구하고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위한 책임을 이행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이 점을 정부와 국회, 사회적으로도 명확히 인식하여 임신중지의 문제를 더 이상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결정권'의 문제로 다루지 말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삶의 조건을 제대로 보장해야 할 국가와 사회의 책임에 달린 문제로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은 실효성이 없음을 확인했다.

 

또한, 이번 결정에서 단순위헌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은 모두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이 실효성이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

 

단순위헌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은 결정문에서

임신한 여성이 낙태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태아에 대한 애착, 태아의 생명 박탈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더불어 출산 후 양육을 담당하면서 부담해야 할 막대한 사회적/경제적/신체적/정서적 책임과 태어날 아이의 미래의 삶을 종합적으로 깊이 고려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이러한 결정은 임신한 여성이 자신과 태아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중압감 속에서 자신과 태아의 미래의 삶에 대한 총체적이고 심층적인 고민에 기반하여 내려지므로, 그 결정의 무게에 비추어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위와 같은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여 낙태가 증가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자료를 찾기가 어렵고, 오히려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국가가 낙태를 처벌하는 국가에 비하여 낙태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실증적 결과가 있을 뿐이다. 또한 그간의 낙태죄 처벌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입법목적과는 다른 목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다는 본래의 목적과 무관하게 헤어진 상대 남성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 가사/민사 분쟁의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자신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이 병원에서 낙태를 한 후 자신을 만나지 않으려 할 때 상대 남성이 자기낙태죄로 고소하겠다는 위협을 하는 경우, 배우자가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청구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낙태에 대하여 고소를 하는 경우 등이 그러하다"고 언급함으로써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은 임신중지를 예방하는 실효성은 없는 반면 성적 불평등을 유지시키는 방식으로 악용되어 온 영향이 크다고 보았다.

 

임신중지의 예방에 처벌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계속해서 증명되어 온 바이다. 전 세계적 추이를 볼 때 임신중지를 폭넓게 합법화하거나 완전 비범죄화 한 국가에서 임신중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임신중지의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임신당사자가 처한 개인의 신체적, 건강상의 여건과 사회경제적 조건, 파트너와의 관계, 양육 환경 등에 따른 것이므로 이에 대한 변화와 보장에 사회적 역량을 기울이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앞으로 임신중지의 보장에 있어서 어떠한 제한 조건도 필요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히려 필요한 것은 성교육, 성관계, 피임, 임신, 임신유지, 임신중지, 출산, 양육의 전 과정에 있어서 제대로 된 보장체계와 성평등의 조건을 만드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임신의 유지 여부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헌법적 권리로서 분명히 확인했다.

 

이번 결정의 또 하나의 역사적 의미는 임신의 유지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헌법상에 보장된 여성의 인격권으로서 분명히 확인했다는 점이다.

 

단순위헌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터 잡아 형성한 인생관, 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하여 숙고한 뒤 임신의 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며,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자신의 몸을 임신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으며, 이어서

임신, 출산 및 육아가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분명히 짚었다. 나아가,

임신 유지 여부의 결정은 진공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임신한 여성이 그 당시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그 무게가 각기 달라질 수밖에 없고, 개별적 상황에 따라 임신중단이라는 선택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여성의 삶은 황폐해지고 인격이 손상되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임신한 여성의 임신 유지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서, 여성의 인격권의 핵심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또한 임신 유지에 관한 여성의 결정권이 헌법으로 보장되어야 할 자기결정권임을 확인하면서

자기결정권의 근거이자 동시에 목적인 인간의 존엄성은 국가에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 인간은 그 자체로서 궁극적 목적이자 최고의 가치로서 대우받아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이 다른 가치나 목적, 법익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어서는 안된다"라는 판단으로 현행 낙태죄'의 위헌성을 분명히 확인했다.

 

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헌법상의 핵심적인 기본권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가치나 목적, 법익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므로 향후 정부와 국회는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임신의 유지 여부에 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쟁점 정리]

 

주수는 논쟁 대상인가? 여성의 판단이 우선이다!

 

 

"한편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중요성 및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하여 전인적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실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경제적 상황 및 그 변경가능 여부를 파악하며, 국가의 임신출산육아 지원정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주변의 상담과 조언을 얻어 숙고한 끝에, 만약 낙태하겠다고 결정한 경우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거쳐 실제로 수술을 완료하기까지 필요한 기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이하 착상 시부터 이 시기까지를 '결정가능기간'이라 한다)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17p)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영진의 헌법불합치 의견에서 다음과 같은 주수에 대한 헌법적 이해를 도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과 동시에 여성이 자신의 주변적 환경을 점검하고, 판단하고, 임신중지를 안전하게 실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하게 함께 검토되었다. 임신중지라는 사건을 "시간적 사건"으로 해석한 것은 인상적인 부분이다. 여성이 임신을 인지하고, 다양한 선택지에 대해 탐색하며, 이를 숙고하고, 결정하는 과정은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며 이를 도식적으로 구분하고, 주수 간에 차등을 두는 것보다는 임신 22주 내에서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함을 명시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준으로 제시된 임신 22주 내에서는 "특정한 사유를 국가가 지정하거나 선별하지 않고" 여성의 결정과 요청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헌법상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해당 헌법불합치 의견에 따르면 임신 22주까지를 여성이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여성의 판단과 요청이 전적으로 존중되는 것이 헌법적으로 타당하다고 파악한다. 재판관 4인의 헌법불합치 의견은 여성과 판단과 요청을 근간으로 한 입법적 방향성을 이미 제시하고 있으며, 입법 재량은 이를 넘어설 수 없다.

 

 

"태아는 임신기간의 경과에 따라 점차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발달되어 간다. 태아는 일정 시기 이후가 되면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데, 의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 시기는 가변적일 수 있으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임신 22주라고 하고 있고, 산부인과 학계도 현 시점에서 최선의 의료기술과 의료인력이 뒷받침될 경우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훨씬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국가는 이 시기 이후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 (32-33p)"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다르지 않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터 잡아 형성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하여 숙고한 뒤 임신의 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자신의 몸을 임신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28p)“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의 단순위헌 의견은 임신 22주 이후에도 원칙적으로 임신중지를 제한할 수 있으나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예외적 기준을 두어 임신 22주 이후에도 임신중지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을 요청한다. 재판관 3인의 단순위헌 의견은 임신 22주 이후에도 임신중지를 모두 금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인간의 삶에 나타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사유를 두어서 이후의 임신중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입법자들이 간과할 수 없음을 명시한다.

 

재판관 3인의 단순위헌의견의 여성이 자신의 몸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임신 전 기간에 걸쳐서 보장되어야 함을 명확하게 적시한다. "임신한 여성이 임신의 유지 또는 종결에 관하여 한 전인격적인 결정은 그 자체가 자기결정권의 행사로서 원칙적으로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보장되어야(30p)"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입법자들은 특정한 주수를 우선적 기준으로 검토하는 구시대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권이 임신 전 기간에서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존중하는 입법적 방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어떠한 처벌도 없어야 한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다는 본래의 목적과 무관하게 헤어진 상대 남성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 가사·민사 분쟁의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자신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이 병원에서 낙태를 한 후 자신을 만나지 않으려 할 때 상대 남성이 자기낙태죄로 고소하겠다는 위협을 하는 경우, 배우자가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청구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낙태에 대하여 고소를 하는 경우 등이 그러하다. (22p)"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여 낙태가 증가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자료를 찾기 어렵고, 오히려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국가가 낙태를 처벌하는 국가에 비하여 낙태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실증적 결과가 있을 뿐이다. 또한 그간의 낙태죄 처벌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입법목적과는 다른 목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헌법불합치의견이 밝힌 것처럼 자기낙태죄 조항은 종종 헤어진 연인, 남편 등의 복수 혹은 괴롭힘의 수단이나 가사·민사 분쟁에서의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되었다.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어 사실상 사문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기소되어 처벌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사례들이 위와 같은 악의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은 낙태를 예방하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위 조항들에 의하여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미미하며 실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대부분이 본래의 입법목적과는 다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되는 등으로 형벌조항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들 조항이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40p).“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영진의 헌법불합치 의견은 자기 낙태죄 조항의 위헌성을 분명하게 명시한다. 사실상 임신을 중지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에 대한 위헌성과 함께 법적 악용의 지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형법 낙태죄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자들의 입법 재량은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넘어설 수 없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의 단순위헌 의견에서 살펴본바 헌법재판소는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그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적으로 어떤 형벌 조항이나 형사처벌 조항은 구체적으로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형법적 효과를 악용되는 사례를 통해 반인권적인 법으로 기능했음을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의 입법재량 역시 임신중지를 처벌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처벌 가능성을 탐색하는 등의 입법 방향을 채택할 수 없다.

 

처벌의 내용과 한계를 형법적 처벌로만 한정하여서 볼 수도 없다. 상담의무제, 숙려의무제 등의 해외의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제도들이 의료급여제한, 벌금형 등 여성에게 특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처벌을 예정하는 방식으로 논의되는 것은 반인권적인 입법 방향이자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이다. 임신중지의 과정에서 다양한 정책적인 대안들에 대한 검토가 가능하겠지만 그 내용에서 어떠한 '처벌성'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이다.

 

 

) 낙태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침습행위로서 여성의 신체와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임신 한 여성의 낙태가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요소를 줄이는 것 또한 낙태 문제에서 실질적이고 중요한 과제가 된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안전한 임신중절을 시기적절하게 받는 것을 방해하는 절차적·제도적 장벽들은 철폐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낙태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로는 낙태 당시 태아의 발달 정도(임신 기간), 의료인의 숙련도, 의료 환경, 낙태 이후의 돌봄과 관리, 낙태에 대한 정보 제공 여부 등이 거론된다. 낙태 비용도 낙태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낙태 비용이 높을 경우 소득이 없거나 낮은 여성들이 낙태를 망설이게 되어 결국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32p).

 


또한 재판관 4인의 헌법불합치 의견과 재판관 3인의 단순위헌 의견 모두 임신중지의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할 것을 여성의 "건강"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자들의 "어떻게 임신중지를 제한하고, 절차를 만들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에 따라 "어떻게 여성의 건강을 더욱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입법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서구의 입법례에서 나타나는 사유의 선별, 상담의무제, 숙려의무제 등은 이미 임신중지의 실행 과정을 더욱 어렵게 하며 궁극적으로 여성 건강에 악영향을 가져오고 있음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간과할 수 없다.

입법자들은 헌법재판소가 설시한 한계 내에서 입법재량을 가진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적 요지는 임신을 중지하는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의 판단과 결정이며, 임신중지에서 여성의 결정이 존중되는 것이 헌법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여성의 건강"을 보장하는 것, 개인이 경험하는 다양한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입법자들의 과제로 제시한다. 입법자들은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취지에 따른 입법 방향을 가져야 하며, 다양한 형태의 처벌을 담보로 한 충족조건 입법은 입법 재량을 넘어서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요구]

 

장애, 질병, 연령, 경제적 상황, 지역적 조건, 혼인 여부, 교육 수준, 가족상태, 국적, 이주상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사회구성원들이 아이를 낳을 만한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하는 성평등 사회,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삶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그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

 

임신 당사자의 자기 결정에 의한 임신중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더 이상 범죄로 남아서는 안 된다. 형법상 임신중지 처벌 조항을 전면 폐지하라.

 

빠른 시기에, 어디서나,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유산유도제의 도입을 즉각 승인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과 임신중지 전후 건강관리를 보장하라. 또한 누구나 병원, 약국, 보건소 등 어디에서든 피임, 임신, 임신중지, 출산에 관련된 안전한 정보를 얻고 상담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마련하라.

 

정부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포함한 교육정책, 고용 및 노동정책,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장애 정책, 이주 정책, 보건의료 정책 전반에서 성평등의 보장, 성적 건강과 재생산 권리 보장이 차별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 정책 연계 시스템을 마련하라.

 

정부와 국회는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법과 제도,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하라.

 

2019. 04. 12.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