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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에이즈 공포' 선동을 멈춰라
  • 20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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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에이즈 공포' 선동을 멈춰라


4월 3일 한 여성이 숨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말할 기력도 없는 상태가 되어 한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덕분에 그는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으나 폐렴이 악화되어 일주일 만에 숨을 거뒀다. 모든 사람에게 건강할 권리가 있으나 그에게는 폐렴 진단과 치료조차도 죽음의 문턱에서야 허락되었다. 우리는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런데 애도로 끝낼 수 없다. 그는 HIV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죽은 이후에도 '시한폭탄' 취급을 당하고 있다. 죽음조차 평등할 수 없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한다.

언론은 연일 포항, 에이즈, 불법체류, 마사지라는 단어를 연결시키며 '에이즈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포항이 '발칵' 뒤집히고 '들썩' 혼란을 겪는 것처럼 선정적인 제목을 뽑아대고 있으나 우리가 보기에 혼란을 겪는 것은 언론일 뿐이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매수 경험이 있는 남성이라면 불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몇의 불안이 모두가 공포에 떨어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부적절한 내용으로 공포만 조장하는 기사 쓰기를 멈춰라. 이 사건과 관련한 보건당국의 대응과 언론의 보도 등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기본적인 정보의 오류다. "에이즈 양성"은 없다. 에이즈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이후 합병증이 발생한 상태를 일컫는 질병명이다. 여러 증상을 종합하여 에이즈 진단을 하게 되며 검사로 양성/음성 반응이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양성'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HIV 검사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넘어가려 하지 마라. 치료제의 개발로 HIV는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되어 에이즈까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탓에 바이러스 양성 반응만으로도 공포에 떨게 되고 검사 자체를 두려워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양성반응이 확인된 후 보건당국은 그의 행적 파악에 나섰다고 한다. 왜 그의 행적을 파악하는가. 할 수도 없거니와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가 실제로 성매매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만약 그것이 우려된다면 전국의 모든 남성에게 알려라.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매수를 한 경험이 있다면 가까운 보건소를 방문해 HIV 검사를 하시라고. HIV양성반응이 나오더라도 치료가 가능하고 30분도 걸리지 않으니 두려워 말고 검사를 받아보시라고. 그래도 두렵다면 상담도 가능하니 연락 주시라고. 그의 행적을 조사하는 것보다 확실하고 바람직한 방법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공포를 부추기지 말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라.

한편, 그가 일했던 업소가 유흥업소와 달리 건강검진 의무가 없는 점을 문제 삼는 언론도 있다. 문제는 남성을 위해 여성을 검진시키는 제도에 있다. 콘돔으로 예방 불가능한 성병은 없다. 여성에게 검진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실효도 없다. 차라리 남성에게 콘돔 착용의 의무를 부과하라. 또한 언론은 그가 외국인이며 '불법 체류' 상태였다는 점이 문제인 듯 몰아가기도 한다. 만약 '불법 체류'가 문제라면, '불법 체류' 상태에서는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의료서비스도 접근하기 어려운 체류 제도가 문제다. '불법 체류' 외국인이 공포의 진원인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를 멈춰라.

언론이 에이즈공포를 부추길 때마다 HIV 감염인들은 사회로부터 배제된다. 그리고 잘못된 정보 때문에 감염인들에 대한 편견이 더욱 심화되고 차별과 인권침해가 강화된다. 게다가 이번 보도에서도 드러나듯 '에이즈공포'의 조장은 성차별과 인종차별 등 복잡한 차별의 구조를 더욱 강화한다. 또한 '에이즈공포'를 부추기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주장하는 혐오선동세력과 손뼉을 마주 치는 셈이 될 뿐이다. 감염인 인권 보장이 곧 에이즈 예방이라는 세계보건기구의 호소를 허투루 듣지 마라. 공포를 부추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언론이 지금 에이즈 예방을 방해하고 있으며 평등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는 에이즈가 아니라 그런 언론이 더 공포스럽다.


2019년 4월 11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