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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맥락을 무시한 판정을 규탄한다!”
  • 2019-07-12
  • 1576
       


지난 7월 8일(월), 오후 2시. 폭염 속에서 여성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현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수희 선생님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규탄한다”는 구호로 문을 열었습니다. 먼저,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의 다음과 같은 사건경과 공유 및 발언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한국방송공사 모 지역국에서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가해자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이를 부당징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성희롱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형이 과다하다는 취지의 판정으로 가해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성희롱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맥락을 철저히 무시한 것입니다.



발언하는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이 사건의 가해자는 2014년 경부터 지난해까지 후배 기자들과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 성추행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잦은 회식으로 노래방에 가게되면 여성 기자들과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걸그룹 노래를 시키면서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고, 불쾌한 신체접촉을 자행했습니다. 또한 늦은 밤 후배 여성 기자를 여성 접대부가 있는 유흥업소(‘룸살롱’)로 불러내고는 여성 기자 후배를 동시에 불러 누가 더 빨리 오는지 다른 언론사 남성 기자와 100만원 내기를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노래방에서 술에 취해 후배 여성 기자의 블라우스 가슴 쪽 홈에 지폐를 꽂아 넣기도 했다고 합니다(안타깝게도 이들 사건은 KBS 규정상 징계시효 2년을 넘어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희롱,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도 피해자들은 직접적으로 업무지시를 하는 상급자인 가해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모욕감과 불쾌감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몇 년 후까지 고통을 느낄만큼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피해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인격권을 침해합니다. 불안정한 지위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경우 더욱 더 문제제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전 사회적인 미투운동의 흐름 속에서 피해자들은 사내 성폭력 사건에 강경 대응하기로 하고 성평등센터에 공식적으로 사건을 접수한 것입니다. 한국방송공사는 가해자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고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음에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이를 징계 사유에 비해 양정이 과도하다는 취지의 판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어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의 “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성인지감수성’과 성차별·성희롱 사건 판정의 전문성을 갖춰라!”는 제목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발언문]

                          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성인지감수성’과 성차별·성희롱 사건 판정의 전문성을 갖춰라!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오늘 우리는, 한 여름 폭염 속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어이없는 판정에 공분하며 모였습니다.


원 사건에 대해 KBS 측에서는 성차별, 성폭력 없는 방송사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가해 행위자에게 6개월 정직 징계를 내렸습니다. 징계시효 안에 있는 사건은 문자를 보낸 사건 하나지만 좀 더 면밀히 사건을 들여다보면 평소 룸싸롱에 가서 폭탄주와 충성주를 돌리는 문화를 속에서 여성기자의 블라우스에 1만원 지폐를 꼽는 등의 인권침해 사안들과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가해자는 당시 ‘캡’으로 사건팀 팀장역할과 직접 취재 및 보도 전과정을 피드백할 뿐만 아니라 근태 등 모든 활동을 지시하고 허가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일상적으로 노동권과 성적 존엄성을 침해를 받았지만, 위력이 작동하는 공간에서 이를 즉각 거부하기도, 징계 시효 내에 문제제기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가해 행위자에 대한 KBS의 6개월 정직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정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들은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있는 사람들입니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의 가치를 이행해가는 2019년입니다. 새벽 0시 30분에 직장상사가 “사랑해 영원히”라고 문자를 보내는 것이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친밀감 있는 행동의 범위”라니요! 그런 행위를 하고도 자신을 성찰하며 잘못된 행동에 책임질 줄 모르고 적반하장격인 가해 행위자도 문제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들, 당신들이 더 문제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당신들만의 사회통념’ 안에 갇혀있을 것인가요? 이미 2018년에 우리 대법원 판결문에도 명시된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당신들은 스스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당신들의 시대를 역행하는 판정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또 다시 억울함과 분노, 고통의 시간 속에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노사간의 이익 및 권리분쟁에 대한 조정과 판정을 주업무로 하는 독립성을 지닌 준사법적 기관입니다. 노동위원회법 제8조 1항에 보면 공익위원의 자격기준을 노동문제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위촉하되, 여성의 위촉이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심의위원 중 여성은 단 1명으로 위원회는 관련법조차 무시했습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로, 이들이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상황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성인지감수성’을 갖춘 사람들인가요? 성폭력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동위원회는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까? 시급히 성희롱·성차별전문위원회를 구성해서 정의로운 판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들을 감시할 것입니다. 특히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없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왜 거부를 못했느냐?” 등 2차 피해를 양산하며 이뤄지는 노동위원회 조사 및 판정과정의 변화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제 본 사건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성인지감수성’을 갖고 정의롭게 판정할 것을 촉구합니다. 온 국민이 지켜볼 것입니다.


 세번째는 “가해자에게 징계 내린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은 지나치다?”는 제목으로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국장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발언하는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국장


[발언문]

가해자에게 징계 내린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은 지나치다?


김수경(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국장)


서울지노위가 본 진정건에 내린 판정입니다.


그러나 성폭력 폭언 폭행 사건은 행위의 경중에 따라 자로 재듯이 징계 양정을 정할 수 없습니다. 정직 6개월, 직장인에게 정직 6개월은 결코 가볍지 않은 징계인 점 맞습니다. 그러나 가해 행위자가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이용한 위력으로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았고 행위의 반복성으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그 행위는 결코 분쟁 당사자 개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해당 조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사건이 되기에 이러한 징계 양형이 결코 과하다는 판단을 기계적으로 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징계를 결정한 해당 조직의 노력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징계양형을 정함에 있어서 행위의 당사자가 반성의 여지가 있거나 피해자들과의 조정.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또한 이에 응당한 판단을 할 수 있겠으나 이 건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행위자가 진심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변화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당노동행위라는 주장으로 피해자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서울지노위가 피해자들의 증거만으로 가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 한마디로 피해자들이 피해를 객관적으로 피해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증거 불충분으로 행위자의 가해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안타깝게도 지금 서울지노위는 성희롱 사건의 처리 절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투 운동이 촉발된 이후 사업장에서 드러나는 성폭력 성희롱 사건들은 안타깝게도 오래전 사건들이 많습니다. 사업장과 노조의 규정에서 보장하는 신고 기간인 1.2년 이내의 사건들이 아니라 5년 10년 15년 된 사건들도 늦게나마 신고 되고 있습니다. 이미 유효 신고기간이 노동위 2년, 인권위 1년, 대부분의 사업장의 경우도 이에 따라 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피해자들에게 실효성이 없는 규정인 것이 현실입니다. 자신의 피해 경험을 말하기가 어려웠던 환경이었기에 침묵했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고 지지자들을 찾고 말하기를 시도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각 급의 구제기구에서는 신고기간을 정하고 이에 따라 행위의 가해와 피해 여부를 인정 불인정하겠지만, 피해자에겐 그 시간이 10년이 되든 1년이 되는 바로 어제였든 차이가 없습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징계를 내렸던 한국방송공사는 바로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이에 적당한 징계 양형을 내린 것이기에 고무적이라 여깁니다. 그런데 오히려 서울 지노위가 가해행위자에게 손을 들어주며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그 징계가 과하다고 판정한 점은. 규탄 받아 마땅합니다. 이제 성희롱 사건이 노동위로 이 관된 상황에서 노동위가 이 정도 인식으로 판정을 한다면... 미투운동으로 우리가 변화시키려던 것들이 물거품 되는 것입니다.


서울노동위는 정신차리시기 바랍니다. 성희롱 사건은 가해행위자 개인의 구제조치만으로 접근하면 안 될 일입니다. 오히려 그 사건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이 개인의 구제만이 아니라 우리가 변화시켜야 할 조직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봐야합니다.


가해행위자의 복귀를 앞두고 피해자들은 다시 시작될 2차 가해와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클 것입니다. 앞으로 반복적으로 가피해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바랍니다. 서울노동위는 노동현장의 변화를 읽어내고 앞으로 바꿔야 할 환경이 어떤 것인지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가해자를 옹호하는 조직과 문화는 사라지길 바랍니다.



이어서  언론감시활동을 하고 있는 김언련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의 발언과 박지혜 방송작가유니온 사무차장의 발언이 있었어요. 박작가님은 방송 현장에서 PD와 작가 관계에서 얼마나 위력이 작동하는지를 여러 실례를 들어 설명해주었습니다. 문제제기를 했다가는 다음 일자리까지 위협받는 방송계의 현실은, 왜 피해자분들이 그동안 피해를 드러내지 못했는지를 알 수 있게했습니다.



발언하는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발언하는 박지혜 방송작가유니온 사무차장


[발언문]

박지혜(방송작가유니온 사무차장)


지난해 방송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스태프, 프리랜서 작가 2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번만 만져보게 해달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같은 팀 피디에게 업무상 전화를 걸면 늘 사귀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회식 자리에서 50대 중후반의 피디가 20대 후반의 서브 작가의 가슴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움켜쥐었다. 아무 조치도 징계도 없었다. 아무도 말린 사람이 없었다” “관계를 거부했기에 많은 불이익을 당했다” “방송사 국장이 메인작가 입봉과 든든한 지원을 제의하며 연인관계를 제의했다” 이 모든 사례들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일어나는 미투 운동을 국민들에게 보도하는 방송계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방송계에서는 여전히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뿐만 아니라 신체 접촉, 심지어 성적 관계를 요구하는 일까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방송제작현장 내에 성폭력이 심각한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방송계 성폭력 문제는 수면 위로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성폭력 행위자와의 위계관계,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조직문화 내에서, 가장 쉬운 표적이 되는 방송작가나 조연출 같은 여성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이 성희롱 성추행을 당해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떄문입니다. 그러기에 10명 중 8명이 성희롱 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저희 방송작가들은 프로그램 담당 피디에 의해 고용이 결정되지 때문에 성차별이나 성희롱, 성추행 피해를 문제제기하는 건 꿈도 못 꿉니다. 문제제기를 했다가는 바로 일자리를 잃고, 피디들이 문제제기한 작가와 일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서 다음 일자리마저 위협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 지상파 방송에서 남성 피디가 여성작가를 성추행했는데, 그걸 문제제기한 작가만 떠나고 남성 피디는 짧은 징계 후 복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방송인 김생민 씨가 2008년 방송작가를 성추행했던 사건 역시 작가가 문제제기를 했으나 “방송가에서 이런 일로 출연진을 자르는 법은 없다”라는 당시 메인작가의 말처럼 작가가 방송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처럼 문제제기를 했을 때 고용과 생존 문제를 즉각적으로 위협받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사내 성폭력 사건에 강경 대응하기로 결심하기까지, 성평등센터에 공식적으로 사건을 접수하기까지 저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을 겁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자행한 성희롱과 성추행이 모두 사실로 인정됐고, 업무상 위계관계나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해 징계시효가 지난 사건들도 참작해 KBS에서 선도적으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음에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시효 2년이라는 규정을 들어 징계사유는 인정하지만, 징계양형이 지나치다는 시대착오적이고 성인지 감수성 떨어지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번 기회에 KBS의 성희롱 징계시효를 현실적으로 개정하길 촉구하며,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와 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출범한 성평등센터의 활동마저 위축시킬 수 있는 이번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성희롱과 성폭력이 너무나 일상적이고 만연한 방송계에서 송곳처럼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의 편에 서야 합니다. 부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성평등 사회로 가는 길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와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의 기자회견문 낭독이 있었습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와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기자회견문]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직장내 성희롱 발생 맥락을 무시한 판정을 규탄한다

지난해 KBS지역국에서는 폭언과 성희롱, 성추행을 지속적으로 자행한 가해자에 대해 KBS에서 가해자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성희롱 징계 사유는 인정이 되지만, 징계 사유에 비해 정직 6개월이라는 징계양형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오늘 서울지노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다.

이번 서울지노위 판정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발생의 전체적인 맥락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권력의 상하관계에서 가해와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문제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다수의 피해자가 피해를 고발하고 있고, 더 이상 침묵할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낸 것이다.


가해자는 공영방송의 기자로서 사회적으로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동료인 후배들에게 성희롱‧성추행 가해행위를 지속해 노동권을 침해했다. 가해자는 징계를 받은 후 반성은 커녕 KBS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고, 서울 지노위는 KBS의 징계 양형이 부당하다며 가해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가해자는 2014년 경부터 지난해까지 후배 기자들과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 성추행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노래방 회식에서 노래와 춤을 강요하며 성희롱 발언과 불쾌한 신체접촉을 일삼았고, 늦은밤 유흥업소로 후배 여성 기자를 불러내는 것을 타사 기자와 내기를 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은 모욕감과 불쾌감을 넘어 피해 경험 몇 년 후까지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가해자가 직접적으로 업무지시를 하는 상급자이기에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 속에서 공영방송 KBS가 사회적 공공성을 훼손한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해 내린 징계 처분은 충분치는 않으나 미투운동이 확산되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징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지노위는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릴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은 지나치다’는 시대착오적인 판정을 내렸고 이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과 유지의 맥락을 무시한 것이다.


이번 한국방송공사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가해자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KBS 내부의 인사규정에 직장 내 성희롱 징계 시효가 2년으로 짧아 2014년부터 발생한 성희롱 사건은 징계시효가 지나 인정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기회에 KBS 에서는 성희롱 사건의 징계 시효를 재검토 하고 실효성 있는 징계시효를 도입할 것으로 강력히 요구한다.


이제 곧 가해자는 정직 6개월이라는 징계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누구보다도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복귀를 두려워할 것이다. KBS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 인사 발령 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라는 기본적 매뉴얼을 반드시 지킬 것을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하나, 서울지방노동위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맥락을 무시한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하나, KBS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


                                                                    2019년 7월 8일

한국여성단체연합(경기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전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기독여민회 대구여성회 대전여민회 부산성폭력상담소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수원여성회 여성사회교육원 울산여성회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천안여성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함께하는주부모임), 한국여성노동자회(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전북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경주여성노동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언론시민연합


현재 이 사건은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심의 중입니다. 우리는 그 과정과 결과를 감시할 것입니다. ‘성인지감수성’을 담은 정의로운 판정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 하는 30분 내내 폭염의 한 가운데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규탄하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주신 취재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몇 개의 보도내용을 공유합니다.


폭염속에 취재하는 보도진들



● 한겨레(2019. 7. 8), “팀원 룸살롱에 호출하며 100만원 내기…KBS 팀장급 기자 정직”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460202

● 여성신문(2019. 7. 8), “반복 성추행 KBS 남성 기자 6개월 정직이 과한가?”… 여성단체, 서울지노위 규탄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1602

● MBC 뉴스데스크(2019. 7. 8), “성추행 기자 '정직 6개월' 과하다?…여성단체 반발”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0962288


                                                                           < 이 후기는 본 상담소 이미경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