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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일상회복 프로젝트 후기②
  • 2019-08-01
  • 1668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경험 이후 일상을 다시 살아가고 삶을 기획하는 데에는 다양한 욕망이 작용하지만, 현재 국가 차원의 지원 제도는 의료적, 심리적, 법적 분야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일상회복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피해생존자가 스스로 지원금의 규모와 지출 계획을 기획하고 실천하며 삶의 안정성과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2019년 일상회복 프로젝트 참가자의 후기를 전합니다."

 



  1. 일상회복 프로젝트의 기획내용과 실제 진행 내용은 무엇인가요?

 

   말그대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일정-헬스-을 만들어서 좀 움직이고, 개명도 하고,타투로 조그맣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근데 실제로는 최근 두세달간 심신이 지쳐있어서 예정대로 한건 헬스 이용 정도이고, 이외엔 키우던 반려동물의 사료와 용품을 사는데 이용했어요. 그래도 제대로된 일을 하지 못한다는걸 알았을때부터 아이의 기본적인 지출은 어떻게 메꾸나 싶었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확실히 후련했구요. 이외에 끼니를 챙겨먹을 용도로 편의점에서 식비를 이용했는데, 이것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야말로 페미니즘이 사람 하나를 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외에 소소한 물건이나 평소에 운동 및 편안한 보행을 위해 운동화를 샀는데, 평소에도 이정도 가격대로 구입한 적이 없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고, 이 신발이 향하는 곳으로 돌아다닐때마다 제가 성장해 나가고 또 이전보다 좋은 경험 가져다 줄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일상회복 프로젝트를 통해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먼저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일상회복기금에 선정된 이후로, 제 피해 경험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은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인지하고 지원하고 또 공감하는 과정을 만드는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제의 해결이 중요한게 아니라 저 혼자 감당하느라 벅차던 시간들을 주변에 나누니 이전보다는 분노감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 저를 걱정해주는 이들이 늘었다는게 마냥 행복한 경험은 아니지만, 제가 스스로 저의 경험을 축소하지 않게 된다는건 이후에 나와 유사한, 젠더에 기반하든 아니든간에 폭력 및 차별에 놓여진 이들의 사건을 접하게 되었을 때, 누구보다도 당사자 입장에서 숙려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경험치를 쌓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내 경험과 당신의 경험이 다르지 않고, 제가 힘 닿는 만큼 누군가의 피해 경험에 대해 귀기울이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피해자 및 그에 연대하는 이들의 편에 더욱더 서게 하는 신념의 강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론 제 경험을 이야기 했을 때 주변인의 공감을 통해 제가 타인과의 교류에 너무 기대치를 낮춰왔다는걸 깨닫게 되었고, 신뢰할만한 사람에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움 요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식비 이외에 서울핑크닷에 참여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예쁜 굿즈들고 구경하고 또 구입도 하면서 제가 교류하기를 거부했던, 그러니까 제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느라 살피지 못했던 내가 손 내밀면 그 손을 잡아줄어떤 이들을 인지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핑크닷 이후에 제 피해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하게 되었으니까요. 우울 증세나 자살 충동은 아직 있지만, 그런대로 병원 꼬박꼬박 다니면서 치유해나갈 생각이고, 살면서 내 커리어를 쌓는 시간이 피해의 치유 때문에 딜레이 되는게 영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제가 쉬어도 된다고 생각을 했고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그건 누군가를 믿고, 어울리고, 이야기 하고, 내가 나를 해치지 않는 이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조금 긍정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지지하는 이들을 저스스로가 찾게 되었다는 점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