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성차별 플랫폼에서 성평등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할 때
페이스북은 지난 8월 1일부터 4일 사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 행사 홍보와 관련된 총 4개의 게시글과 2개의 이미지를 일방적으로 삭제하였다. 그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규정 위반 경고와 삭제를 통보받았고, 삭제-복원 조치가 일관성 없이 번복되었으며, 위반 횟수가 누적되면 페이스북 페이지 공개가 취소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페이지 관리자는 3일간 게시글 및 댓글 작성이 금지되는 처분을 받기도 했다. 상담소는 페이스북의 규정과 적용이 성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일방적, 강제적인 과정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하며 페이스북을 규탄한다.
페이스북이 8월 1일부터 4일까지 상담소의 <청년 여성> 공동체상영 게시글과 관련해 취했던 조치는 다음과 같다.
타임라인
8월 1일 오전 공동체상영 <청년여성> 홍보글 게시 *게시글1 8월 1일 오전 게시글1 규정 위반으로 경고 및 삭제 8월 1일 오후 삭제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홍보글 재게시 *게시글2 8월 1일 게시글2와 게시글2의 이미지, 규정 위반으로 각각 경고 및 삭제 8월 2일 오전 삭제된 게시글 1, 2 검토요청 및 고객센터에 항의 메일 발송 8월 2일 오후 게시글2와 게시글2의 이미지 규정 준수 확인 및 복원 (게시글1은 위반 및 삭제 조치 유지) 8월 2일 경향신문 기사 “페이스북, 또 ‘여성 유두’ 포함한 게시물 차단 “행사 홍보물인데..” 공유 *게시글3 8월 2일 오후 2시경 게시글2를 위반 사유에 대한 알림 없이 재삭제 8월 2일 오후 규정상 “시위 행위와 관련된 사진”임을 명기하여 홍보글 재게시 *게시글4 8월 2일 오후 게시글 4의 이미지 규정 위반으로 경고 및 삭제 (게시글 4는 유지) 8월 2일 오후 삭제된 게시글 4의 이미지 검토요청 및 고객센터에 항의 메일 발송 (검토 결과 위반 및 삭제 조치 유지) 8월 4일 오후 게시물 3, 게시물 4 규정 위반으로 각각 경고 및 삭제 (검토 결과 위반 및 삭제 조치 유지) |
1. 성차별적인 이중 기준(Sexist Double Standards)을 바꿔라
페이스북이 상담소의 게시글이 위반했다고 설명하는 규정은 불쾌한 콘텐츠 규정 중 성인 나체 이미지 및 성적 행위 규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가려지지 않은 여성의 유두”를 게시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 전반의 적용과 관련해 페이스북은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다. “우리는 나체 이미지가 시위의 한 형태, 특정 사안에 대한 인지도 향상, 교육 또는 의학적 이유를 포함한 다양한 이유로 공유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도가 명백한 경우 나체 콘텐츠를 허용합니다. 예를 들어 유두가 포함된 여성의 가슴 이미지는 일부 제한되지만, 시위 행위를 묘사하거나, 직접 모유를 수유하거나 유방 절제 수술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은 허용됩니다. 나체 상태의 인체를 묘사하는 그림, 조각 및 기타 예술 작품의 사진도 허용됩니다” 또한 직접적인 규정과 관련해서는 가려지지 않은 여성의 유두라도, “모유 수유, 출산 및 출산 직후 장면, 유방 절제 수술 후, 유방암 식별, 성 확정 수술 등 건강 또는 시위 행위와 관련된 경우는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해당 규정 설명에서 사람의 나체가 “다양한 이유로 공유”될 수 있으며 그 자체로 성적 대상화되거나 착취된 이미지가 아닐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삭제된 이미지는 불꽃페미액션의 ‘찌찌해방’ 시위의 사진 가운데에서 가져온 것이며, 광복절 이틀 전날 두 청년여성 페미니스트가 여성해방을 위해 온다는 메시지에 맞춰 해당 사진이 사용되었다. 행사 홍보글의 어떤 부분이, 사진 어떤 부분에서 이미지가 허용되는 맥락을 벗어났는가? 페이스북은 ‘여성의 유두’가 들어간 가슴 사진을 무맥락적으로 삭제한 것이다.
우리는 무맥락적인 규정 적용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게시하면 안되는 내용”에 ‘여성의 유두’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를 규탄한다. 이 규정은 여성의 유두가 그 자체로 성적인 신체 부위라는 시선을 전제한다. 그러나 문제는 성별이나 신체 자체가 아니라 성적으로 ‘대상화’, ‘도구화’되는 신체이며, 누가 그것을 규정하고 누가 무엇은 착취하고 무엇은 통제하는가이다. 이미 ‘유두’만 가린, 혹은 ‘일부 신체’만 가린 성적대상화된 포르노적인 이미지는 현실에 차고 넘친다. 이 규정은 성적대상화의 맥락과 현실을 제지하지 못하며, 오히려 성차별주의자들이 효과적으로 (법·제도적으로) 규제를 피하게 하고, 여성을 효과적으로 (문화·규범적으로) 규제할 수 있게 한다. 여성의 유두 그 자체가 음란물이라는 것은 남성중심적인 기준이며 성차별적 이중잣대다.
2. 페이스북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라
보도되었던 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기술 회사이다보니 게시물을 검토하는 인공지능(AI) 정확도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 중”이라고 했다고 한다. AI 기술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려면 여성의 유두만 골라내야 하고, 수천만 사람들의 제각기 다른 가슴 모양을 남성의 유두와 여성의 유두로, 성별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학습시켜야 한다. 이것은 무엇을 위한 효율인가.
또한, 여성의 유두를 골라내는 데에 정확도가 높아진다 한들, AI는 게시글이 성적으로 소비되기 위한 것인지 아닌지는 분별하지 못한 채 기본값으로 ‘삭제’한다. 삭제처리와 근거 규정을 문제 삼자 AI가 하는 일이라는 페이스북 측의 답변은 문제적이다. AI가 규정을 수행하도록 코딩하고, 개발하고, 삭제할 이미지를 규정하고, 이를 편리하게 골라내고자 한 것은 페이스북 측이다. 그런데 그 책임을 AI에게 돌리는 것은 기술이 스스로 존재한다는 착각을 확산시키고, 이용자나 관리자가 복잡한 알고리즘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왜곡시키는 기술에 대한 우민화 발상이다.
상담소는 페이스북의 성차별적인 규정과 무맥락적인 조치에 대하여 우리의 문제의식을 전달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듣고자 했지만, 책임자가 누구인지 어떤 과정으로 삭제 및 검토가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페이스북은 소통 창구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해당 조치에 대해 우리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의 경고 메시지 하단에 붙어있는 검토 요청을 누르거나 ‘본 메시지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고 클릭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고객센터에 보낸 항의 메일은 답장이 없으며 담당자에게 전달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삭제된 홍보글을 항의 내용과 함께 다시 게재하거나 언론에 인터뷰를 한 뒤 기사를 공유하는 등, 페이스북의 해당 조치에 대한 우리의 항의 표현은 ‘게시 금지’와 ‘페이지 공개 취소 경고’ 메시지로 돌아왔다.
우리가 겪은 일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불꽃페미액션을 비롯해 해외의 단체 및 개인들은 여성의 유두 사진은 무맥락적으로 삭제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혐오 표현 등은 유지하는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이중 기준(Sexist Double Standards)**에 대해 문제제기 해왔다.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교류를 전제로 하면서 발언권과 교류할 권리를 일방적, 강제적으로 빼앗는 일련의 조치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코드/알고리즘/규정 안에서만 자유롭게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맺으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 규정이 성차별과 성폭력을 확산하든 말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든 말든 말이다. 온라인에서의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페이스북은 국가를 넘나들며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플랫폼 기업이 되고 있다. 우리는 단지 서비스 제공자에게 이용자의 입장에서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이 국내/국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행위자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다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규정 자체를 바꾸고, 성차별과 성착취와 성적 대상화와 관련해 더 면밀히 맥락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
* 경향신문, [단독] 페이스북, 또 ‘여성 유두’ 포함한 게시물 차단 “행사 홍보물인데···”, 2019.08.02.
** METRO, “Woman accuses Facebook of 'sexism' for removing photo of mastectomy scars”, 2018.12.11.
2019. 8. 5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