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한 강간은 강간이 아니라고 한다"
오늘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강간죄 개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개정하라!>가 진행되었습니다. 208개 여성인권단체 등이 함께 하는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에서 진행하는 첫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기자회견은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총 5명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활동 보고 및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하여 발언하였습니다.
발언1. ‘강간죄’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활동 보고 및 향후 활동 계획 ....................................................................김영순(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개정하라는 여성운동의 요구는 오래되었다. 2005년 구성된 ‘여성인권법연대’에서도 ‘동의 없는 성적행동’을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만들었었다. 지난해 전사회적인 미투운동으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사회적 요구가 더없이 높아졌고, 이에 국회에서도 원내 5당에서 강간죄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2019년 3월 21일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여부로 개정하기 위하여 전국 208개 여성인권단체들로 결성되었다. - 발족 후 연대회의는 8차에 걸쳐 운영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며 운동의 방향과 전략, 실행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법학자, 법조인과 함께하는 전문가회의를 통해 형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법안 발의 후에는 공청회를 통해 대국민 홍보 및 의원 압박 활동을 펼쳐갈 것이다. - 연대회의는 지난 8월까지 세 차례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 1차 의견서는 2019년 3월 30일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라>는 제목으로 제출되었다. - 2019년 7월 9일 제출한 2차 의견서는 전국 66개 성폭력상담소의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접수된 강간(유사강간 포함)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사례 분석결과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 발생하는 강간이 전체 71.4%에 달했고,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행사된 성폭력 피해사례는 28.6%에 불과했다. - 2019년 8월 13일에는 국제법과 해외입법례를 조사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3차 의견서를 제출했다. - 9월 18일 4차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추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활동가들의 의견서를 이어서 제출할 계획이다. - 연대회의는 7월 9일(화) 오전 국회 법사위 제1소위 소속 의원들 사무실을 일일이 방문하여 의견서와 함께 강간죄 개정에 대한 여성들의 뜨거운 목소리를 전달했다. 또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과 함께 국회 각 당 대표 면담을 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법안이 1소위에 상정되면 위원장과의 공식면담 등 국회 압박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 10월 14일(월)에는 강간죄 구성요건 변경을 위한 토론회가 예정되어 있다. |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라>라는 주제로 발언을 하였습니다.
발언2.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라 ...............................................................박아름(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1953년 대한민국 형법이 제정되었을 당시, 성폭력 범죄를 규정하는 형법 제32장의 제목은 '정조에 관한 죄'였습니다.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 즉, 여성을 강간한 자 중에서도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자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그 판단 기준으로 제시된 최협의설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가장 협소한 의미의 폭행·협박이 있는 경우에만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보다 여성의 ‘정조’ 유무가 더 중요했던 가부장적 인식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당시 입법자들은 성폭력의 보호법익을 피해자의 인권으로 바라보지 않고, 여성의 ‘정조’라는 성차별적 관념 자체로 바라보았습니다. 여성은 언제나 ‘목숨보다 소중한 정조’를 지킬 일차적인 책임을 강요받았고, 법은 여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유로 ‘정조’라는 가치가 훼손된 경우에만 가해자를 처벌하고자 하였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죽도록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몸가짐을 잘못해 성폭력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음행에 상습이 있어서'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을 당하기 부지기수였습니다. 심지어는 법원이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결혼시키기도 하였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결혼하면 결과적으로 ‘정조’라는 가치는 훼손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성폭력의 개념과 보호법익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었고 1995년 형법 제32장의 제목이 ‘강간과 추행의 죄’로 개정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성폭력을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의 죄'라고 말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적 자유’는 적극적으로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소극적으로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를 말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행위를 할 것인가 여부, 성행위를 할 때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가 여부, 성행위의 방법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참조). 미투운동은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사회적 변화를 혁명으로 드러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미투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외쳤습니다. 성폭력은 피해자의 인격권, 존엄성, 성과 재생산 권리, 신체의 자유, 개인의 안보, 평등권, 행복추구권, 생존권, 직업의 자유, 종교의 자유, 교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는 문제이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우리 사회의 법, 제도, 문화, 인식, 규범, 교육, 담론이 변화해야 함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성폭력 관련 법체계는 여전히 ‘정조에 관한 죄’를 전제로 규정된 구시대적 법 규정에 고스란히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66년 동안 강간죄는 단 한 번 개정되어 그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장하였을 뿐, 여전히 ‘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두고 매우 제한된 피해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행법은 성폭력 피해자의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세계적인 입법 추세와 국제 사회의 권고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에게 보복성 역고소의 힘을 실어주는 부정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의 직무유기입니다. 미투운동 이후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거나 비동의간음죄를 신설하는 10개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작년 3년 홍철호 의원안을 시작으로 강창일 의원안, 백혜련 의원안, 천정배 의원안, 송희경 의원안, 김수민 의원안, 이정미 의원안, 나경원 의원안, 박인숙 의원안, 올해 6월 김철민 의원안까지. 작년 하반기에는 이미 모든 정당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는 더이상 논의를 미루지 말고,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십시오. 성폭력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십시오. |
최나은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성폭력이라니, 성폭력의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이 아닌 '동의'로 개정하라!>라는 주제로 발언하였습니다.
발언3. 폭행 협박이 있어야만 성폭력이라니, 성폭력의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이 아닌 ‘동의’로 개정하라! ...................................................................최나은(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우리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의 협조를 통해 전국의 131개의 성폭력상담소 중 66개의 성폭력상담소의 2019년 1월부터 3월 사이에 진행 및 접수된 강간 상담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총 3개월이라는 길면서도 짧은 기간 동안 총 1,030명의 성폭력 피해사례가 있었고 이중 ‘직접적인 폭행 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피해사례는 71.4% 735명’에 달했습니다. 상당수의 성폭력 피해가 직접적인 폭행 협박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장애인 피해자는 73.9%, 비장애인 성인 피해자 68.4%, 미성년자 피해자 76.4%, 65세 고령의 피해자 62.5%가 직접적인 폭행 협박이 없는 성폭력 피해였습니다. 반면 직접적인 폭행 협박이 행사된 성폭력 피해사례는 28.6%(295명)로 집계되었습니다.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없었던 강간(유사강간포함) 상담사례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가해자가 성폭력 행위 당시에 직접적인 폭행·협박을 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벗어나기 어렵고 도움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저항을 포기하는 사례들입니다. 상습적으로 위협을 가해온 상황에서의 두려움, 입원 중 의료인에 의한 성폭력, 고립된 상황에서 발생한 성폭력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 가해자가 성폭력 행위 당시에 직접적인 폭행·협박을 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를 속이거나 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으로 무력한 상태를 이용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잠 든 사이에, 술 또는 약물에 취한 상태를 이용하여,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기습적으로 발생한 성폭력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물론 준강간죄 등에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성폭력을 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라는 구성요건 또한 매우 협소한 경우에만 성립이 인정되고 있어,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성폭력 상담사례 중 대부분은 준강간죄 등으로 포섭되기 어려웠습니다. 형법 297조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담 통계가 보여주듯 현실에서의 성폭력은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해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폭행 협박 없이도 성폭력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요. 성폭력을 가능하게끔 하는 것은 ‘권력’입니다.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쉽게 제압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혹은 상대방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조건을 이용하거나 속이는 등의 나이, 장애유무, 영향력, 힘, 위력, 경제력 등 ‘권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권력은 물리적인 폭력이나 협박 없이도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내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저항하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았다’ ‘평소에도 자기 마음대로 안되면 물건을 부쉈다. 그래서 나도 맞을까봐 너무 무서웠다’ ‘나한테 사랑한다, 사귀자, 결혼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가만히 있었어요’ ‘계속 계속 섹스 해달라고 했어요. 계속 졸랐어요. 싫었지만 거절하기 어려웠어요.’ ‘이상한 짓 안할게, 치킨만 먹고 TV만 보다가 가자. 쉬러 가자고만 했어요’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성폭력이라는 것이야 말로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상대방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폭행 협박을 해석하는, 이른바 최협의설은 과거의 일이라고, 법원의 판례도 바뀌고 있다고 말입니다. 아닙니다, 이것은 현재의 일입니다. 강간죄의 구성요건으로써 ‘폭행 협박’이 있는 지금, “폭행 협박이 없었지만 그래도 강간(성폭력)이었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진술, 정황, 관계 등을 통해 피해자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폭행 협박이 구성요건으로 있는 한 피해자는 얼마나 저항했는지, 왜 도망치지 않았는지, 왜 충분히 거절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는지 계속 증명해야만 하며, 앞서 말한 수없이 많은 피해들은 피해로써 구제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미래에도 존재하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형법 제297조 강간죄를 개정하여, 성폭력의 구성요건을 '폭행 협박'이 아닌 '동의'여부를 중심으로 규정할 것은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
도경은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는 <아직도 '폭행·협박'인가, 국제사회는 이미 '동의' 여부가 기준이다!>라는 주제로 발언하였습니다.
발언4. 아직도 '폭행·협박'인가, 국제사회는 이미 '동의' 여부가 기준이다! ..............................................................도경은(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만 성폭력 피해가 인정됩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본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를 스스로 입증해야만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법의 ‘엄격한’ 기준 안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저항할 수 없게 만들었던 다양한 맥락은 삭제됩니다. 이러한 법은 “해고될까봐”, “거절하기 어려워서”, “분명히 거부했지만 가해자가 듣지 않아서” 저항할 수 없었다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무력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법적 처벌의 공백 속에서 피해로 인한 고통은 오롯이 피해자가 떠안아야 합니다. 우리와 함께 성폭력 피해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피해자들은 호소합니다.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뿐인데, 제가 겪은 것이 성폭력이 아닌가요?” “제가 피해자인데 왜 제가 폭행과 협박을 당한 것까지 증명해야 하나요?” “피해를 있는 그대로 말했는데, 오히려 제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요.” 이러한 현실을 포괄하지 못한 법 앞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아직도 ‘폭행·협박’입니까. 국제 사회의 흐름은 이미 ‘동의’ 여부가 기준입니다. 유엔은 각국이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강간을 정의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습니다. 유엔 여성지위향상국은 ‘강압적인 상황’이 존재하는 경우 강간이라고 보되, ‘강압적인 상황’을 넓게 해석하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권고하였습니다. 특히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한국정부에 대해 형법 제297조를 개정하여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의 부재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와 같은 국제재판소들 역시 “국가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모든 성적 행위를 기소하고 처벌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영국, 스웨덴, 독일, 캐나다, 미국 등의 여러 선진국들은 이미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따르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또는 동의 없는 성적 침해를 강간죄 등으로 규정하여 폭행 및 협박 없는 성폭력 사례들을 처벌합니다. 또한 형식적으로는 동의가 있다고 해도 폭행협박, 위계나 위력, 피해자의 연령, 장애유무, 무의식, 공포 등을 고려하여 실질적인 동의가 불가능한 경우까지 ‘동의 없음’으로 판단하여 처벌하는 입법을 채택하였습니다. 특히 스웨덴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동의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 바 있습니다. 국가마다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국제법과 해외 입법례는 모두 한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폭행 및 협박이 없다고 하더라도 동의 없는 성적 침해가 범죄이며 국가는 이를 처벌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주장합니다. 성폭력이 발생하는 현실을 왜곡하고, 피해자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법적 처벌의 공백으로 피해를 구제받지 못하게 만들고, 도리어 수사 재판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도록 만드는 법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국회는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고,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어야 합니다. 강간죄의 판단 기준이 바뀌고 더 나아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인식이 바뀌는 날까지, 우리는 계속 싸워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현혜순 한국여성상담센터 센터장은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성폭력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이 아닌 '동의'로 개정하라!>라는 주제로 발언을 하였습니다.
발언5.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성폭력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이 아닌 '동의'로 개정하라!! ..........................................................................현혜순(한국여성상담센터, 센터장) 현행 형법 제297조는 폭행·협박을 이용하여 강간하는 행위만을 강간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수준의 폭행·협박을 이용한 경우의 행위만을 강간으로 인정하여 강간죄로 처벌을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전국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되는 상담 사례의 70% 이상이 직접적 폭행·협박이 없는 강간사례였습니다. 이는 저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수준의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상대방이 억지로 한 성적 행위를 성폭력이라고 인식하며 피해의 고통을 호소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였을 때, 이를 성폭력 피해로 경험하고, 형법이 개입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형법은 이러한 일반인의 법감정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을뿐더러 성폭력 피해에 대해 법이 개입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들을 피의자의 지위에 서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발표된 성폭력 무고죄 검찰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무고 고소 중에서 82.6%는 불기소처분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성폭력 무고 고소로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에서도 15.5%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것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성폭력 피해자를 상대로 한 무고죄 고소 사건 중에서 실제로 성폭력 무고로 밝혀진 사건은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이 수치에 의하면, 성폭력 가해자가 자신의 성폭력 행위를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하여 무고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주요 근거는, 성폭력이 인정되는 범위가 ‘최협의’ 폭행·협박으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성폭력 가해자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명예훼손, 무고로 역고소를 하겠다는 위협을 더 수월하게 만드는 데 형법 조항이 악용되고 있음을 말합니다. ‘최협의’의 폭행·협박을 이용한 행위에만 강간이라 명시하고 있는 형법 조항 아래에서는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성폭력 피해라고 생각하더라도 형법이 인정하는 성폭력 범죄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를 입증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법이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 가해자로 둔갑시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로 처벌받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하더라도, 성폭력을 신고했다가 역고소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무고 가해자로 몰린 성폭력 피해자가 결국에는 불기소처분이 된다고 하더라도, 성폭력 피해자가 도리어 무고죄 혐의를 받고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피해자에게는 극심한 고통을 주는 2차 피해입니다. 이에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는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성립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전환하여 성폭력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형법 안으로 수용하고,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여 겪을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자신의 피해 경험을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체의 장애물을 제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
마지막으로 천주교성폭력상담소에서 준비한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1994년 성폭력특별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성폭력을 '정조에 관한 죄'로 보고 '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삼아온 구시대적 강간죄를 비판하고, 2019년에는 성폭력을 '성적 침해의 죄'로 보고 '동의' 여부를 구성요건으로 삼는 변화가 올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오늘 오전,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는 국회에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4차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각 의견서 전문은 다음 링크를 클릭하여 보실 수 있습니다.
1차 의견서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라] <클릭>
2차 의견서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 발생하는 강간 전체 71.4% : 전국 66개 성폭력상담소 2019.1-3. 상담사례 분석] <클릭>
2차 의견서 카드뉴스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2차 의견서 - '폭행,협박' 없는 성폭력이 71.4%] <클릭>
3차 의견서 [국제법 및 해외입법례, 강간죄를 ‘동의’ 여부로 판단] <클릭>
4차 의견서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명예훼손, 무고 등으로 역고소하겠다고 위협하게 하는 현행 강간죄 구성요건] <클릭>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는 앞으로도 전문가 의견서 제출, 교육·홍보, 토론회 등으로 성폭력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덧붙여, '강간죄' 개정과 관련해서 2019년 9월 28일 오후 6시에는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하는 대중집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곧 홍보물이 공개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