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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연대] 010. 조두순, 도가니, 이윤택 성폭력 사건 등 지원한 성폭력 피해자 변호사 이명숙의 인터뷰
  • 2019-10-10
  • 1586


[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윤문 및 편집 외에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을 충실하게 실었습니다. 저마다의 관점과 논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인터뷰 취지에 맞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있을 경우 수정 또는 삭제 요청드리거나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 있게 경험을 나눠주신 인터뷰 참여자 분들께 비난과 질타보다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보통의 연대] 010. 조두순, 도가니, 이윤택 성폭력 사건 등 지원한 성폭력 피해자 변호사 이명숙의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변호사 이명숙입니다. 저는 1990년부터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고요. 주로 여성과 아동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성폭력, 성매매, 아동학대와 같은 사건도 많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피해자 변호사가 되셨나요?


제가 변호사가 된 지 3-4년 정도 됐을 때 여성과 관련된 법률 정보가 너무 없다는 생각에 책을 한 권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책이 『딸들아 일어나라 깨어라』예요. 그 책 중에서 성폭력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찾게 되었죠.


어떤 사건들이 있고,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되고, 주로 어떤 법이 필요한지. 관련된 인터뷰도 하고 조언도 듣고 필요한 것도 같이 상의하다 보니, 선생님이 ”잘 오셨다, 우리 상담소 자문 좀 해달라“고 (말씀하셨어요) ”매주 토요일 날 법률 상담이 있는데 법 상담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책 만들러 자료 얻으러 갔다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상담소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제가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에 자문해주고, 무료 법률 상담을 해주면서 지원을 하노라니 거의 피해자가 중심이 되었고요. 성폭력도 그렇고 가정폭력, 아동학대 전부 다 피해자들만 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에게서 돈을 받고 지원하는 경우는 정말 거의 없거든요. 거의 다 공익 차원에서 무료로 저 혼자, 혹은 동료나 후배 변호사들과 같이 해오곤 했어요. 가해자가 어쩌다 소송을 해달라, 변호인 선임을 하고 싶다고 오더라도 나는 피해자 지원을 하기 때문에 가해자는 수임하지 않는다고 돌려보내곤 했습니다.


Q. 피해자 변호사인데 가해자가 변호를 의뢰하기도 하나요?


제가 피해자 변호를 전문으로 하니까 ”이런 변호사님이 가해자 변호를 해주면 ‘정말 억울하니까 무죄라서 수임했겠다’라고 재판부가 볼 것 같다“며, ”너무 억울하니까 꼭 좀 변론해서 무죄를 받아달라“고 하신 분이 있었어요.


(가해자가) 재혼했었는데 의붓딸을 강간했다는 죄명으로 유치장에 구속되어있는 사람이었거든요. “만약에 유죄라고 내가 심증이 생기면 나는 수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그 전제하에 경찰서 유치장에 가서 상담했어요.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여러 가지 정황들이 당연히 무죄고 너무 억울해 보였어요. 그런데 30분 정도 이야기하다 보니까, 아니에요. 거짓말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모순점들을 계속 지적하면서 ”이건 어떻게 된 거냐, 저건 어떻게 된 거냐, 이건 뭐냐“라고 몇 가지 질문을 하면서부터는 이 사람이 진범임을 확신하게 됐죠.


엄히 나무라고 ”솔직하게 이실직고하는 게 형량을 최소한으로 받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당신 사건을 수임하지 않을 거고 다른 변호사님이 수임해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법원에 선처를 구하는 게 낫다, 그렇지 않으면 형량이 엄청 가중될 거니까 잘 생각하시라“고 (말하고) 돌아왔던 적이 있거든요. 그 사건 이후로는 가해자 사건을 수임한 적이 없습니다.


2018년 3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피해자들 공동변호인단 기자회견 ⓒ연합뉴스


Q. 피해자 변호사로서 가장 어렵거나 좋은 점은 뭔가요?


피해자들의 상처가 큰 것이 가장 마음이 아팠고요. 가장 보람 있고 의미 있었던 것은 소송을 진행함으로써 피해자들이 자존감을 되찾고 밝아지는 (거예요) 트라우마 치료를 할 수 있게끔 의사 선생님들과 연결되고, 성폭력상담소에서 지원을 받고, 그러면서 일도 다시 하게 되고, 굉장히 밝아지는 모습. 그게 가장 보람 있고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해자 처벌 이건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해자가 처벌되어야 피해자도 자존감이 회복되고 많은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가해자 처벌은 당연한 거예요. 그 이외에 우리가 지원하는 대상인 피해자분들이 힘을 얻고, 자존감을 되찾고, ‘주변에 나를 걱정해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손을 내밀어주는 따뜻한 분들이 많이 있다, 이분들이 돈이나 다른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이례적으로 손을 내미는 게 아니라 진심을 다해서 지속적으로 함께 한다’는 신뢰를 갖게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상담과정에서 피해자분들이 변호사와 소통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피해자분들에게 변호사와 소통하는 팁을 알려준다면?


피해자분들도 성향에 따라 다 달라요. 굉장히 열심히 적극적으로 연락하시는 분도 있고, 너무너무 부담을 느끼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연락하기 전에는 아예 연락을 안 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연락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죠.


일단 변호사님을 처음 만나서 앞으로 연락할 때 어떻게 소통할지 상의하는 게 필요합니다. 카톡을 통해서, 이메일을 통해서, 아니면 변호사님과 직접 전화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 상의하면 훨씬 소통이 편할 것 같고요.


변호사님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내 일을 도와주기 위해서 나와 연결되었다’라고 생각하세요. 아예 도와줄 마음이 없으면 소송을 하면 안 되는 거죠. 도와줄 생각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와 연결이 된 거고, 그렇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오히려 변호사님이 제대로 변호할 수 있게 그분을 도와주는 셈이 되거든요. 아무래도 계속 외면하고 연락도 안 되고 귀찮아하면, 다른 변호사님으로 바꿔 달라고 하세요. 성폭력과 관련해서 공익 차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단체나 변호사는 정말 많이 있습니다.


지원했던 사건 피해 아동이 직접 그려서 보내준 이명숙 변호사의 초상화(왼쪽 사진 휴대전화)와 행복한 신랑·신부 그림(오른쪽) ⓒ중앙일보 신인섭 기자


Q. 혹시 피해자 이외에 피해자의 주변인과 소통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나요?


많죠. (피해자와) 같이 오시기도 하고, 어쩌면 피해자는 나타나지 않고, 어머니 혹은 아버지, 아니면 친구, 집안사람들, 주변 직장인들, 이런 사람들이 정면에 나서서 도와달라고 하기도 해요. 주변 사람들이 그 사건으로 인해 2차, 3차 피해를 겪게 돼서 하소연하고 소송을 하는 경우도 많고요.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고요. 그 주변 사람 모두의 문제이고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조두순 사건이나 도가니 사건 같은 아동 성폭력 사건들이 보도될 때마다 그게 한 사람의 사건이 아니잖아요. 피해자 한 명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가해자는 가해자와 관련된 집안사람들, 직장 사람들, 주변 모두가 문제가 되는 거고요. 피해자도 마찬가지죠. 때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회, 장관, 각 기관, 각 부처며 모두가 문제로 삼고 한동안 그것 때문에 정말 다른 일이 마비되다시피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좀 극단적인 예시이고 대개 사건의 정도는 다르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속하는 주변에서 다 그 정도로 큰 혼돈, 충격, 상처, 손해,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Q. 공동대책위원회 등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협업하는 일도 많지요?


제가 젊었을 때는 그 사건에 대한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에만 집중하고 소송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대부분 변호사들의 역할인 거죠. 의사분들은 치료만 하면 되고, 상담소는 보호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연대하는 게 굉장히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선생님이 필요하고요. 조두순 사건 피해자처럼 그 외 여러 가지 상처가 있으면 외과나 다른 관련된 치료도 필요하죠. 화상 치료도 해야 하고 골절 치료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부의 병원도 필요한 거고요. 그리고 단체에서의 보호. 집안에서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으면 집을 나와야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 쉼터가 필요하죠. 직장을 잃어버렸거나 직장이 없다면 생계유지를 하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구직 활동도 필요한 거고요. 여러 가지 기관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조두순 사건 같은 경우, 저는 법률적으로 공동 변호인단을 만들어서 국가를 상대로 검찰이 수사를 잘못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했었고요. 당시 피해자 주치의였던 선생님을 중심으로 의료 쪽에서는 세 번, 네 번 수술을 하고 여러 가지 트라우마 치료도 했죠. 상담소 등을 통해서는 지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논의했고요) 하다못해 배변 주머니나 이런 물품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사회 보험이나 후원금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피해자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어떻게 제대로 상처를 극복하고 자라날 수 있게끔 하면 좋은지, 학계, 의료계, 법조계, 단체 등 여러 기관이 모여서 각각 할 일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손잡고서 같이 상의하면서 진행하면 훨씬 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거든요.


조두순 사건 때 같이 연대하는 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본 이후로 저는 가능하면 꼭 필요한 몇몇 기관만이라도 같이 연대해서 하게끔 공대위를 만들고, 언론에 보도되는 큰 공대위가 아니더라도 연대하고 협업하고 상의해서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참 도움이 되고 좋고요.


2012년 3월, 도가니대책위 및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주최로 열린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기자회견 ⓒ뉴스1


Q. 수사·재판이 전문성을 키우고 더 잘 수사하고 더 잘 판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명실상부한 전문 수사관을 키워야 하는 거죠. 경찰과 검찰은 우리처럼 10년, 20년, 30년 활동하는 변호사나 상담소 전문가들과 달리 잠시 와서 1-3년 업무 보직을 하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전문 수사관, 전문 법관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일을 현재 하고 있어서 ‘전문’이지 10년 이상 계속 그 일만 하는 전문가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십여 년 전 캐나다에 갔을 때 비디오 녹화하는 경찰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분은 성폭력 피해자 비디오 녹화만 십 년 이상 했대요. 십 년 동안 매일 그 일만 하고 있으니까 그분은 어떤 아이들이 와도 어떤 상황이어도 비디오 녹화에 관한 한 딱 보면 바로 아는 거예요. 뭘 해야 하겠다. 어떻게 이 아이 마음을 열어야 하겠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물론 성폭력만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걸음마 단계예요. 성폭력에 대한 직관, 뭐가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판단하고) 어떤 증거를 찾아야 하는지 바로바로 알아채는 데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성을 키우려면 일단 인력이 많이 배정돼야 하고, 재정 확보가 돼야겠죠. 그리고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더 앞서간 전문가들, 각계에 있는 의사나 학자, 변호사, 판사, 검사 모두가 교육도 같이하고요.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죠. 계속 한 분야의 일을 하게끔 하고, 인력을 많이 배치하고, 예산도 많이 확보하고, 교육도 많이 하고, 본인도 관심이 있고, 경험을 많이 하고, 이런 노력이 따라야만 전문인력이 제대로 만들어지는 거죠. 그래도 (전문가 양성) 시작한 지 오래되었고 조금씩 역량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죠.


2016년 4월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청소녀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이화여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주관한 [2016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성폭력 판례뒤집기 모의법정] 이명숙 변호사가 재판장 역을 연기하였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Q. 지원했던 성폭력 사건들이 영화화될 때 피해자 변호사로서 우려되는 점은 없었나요?


물론 영화는 픽션이에요. 그 안에 주인공이나 스토리들이 기본적인 팩트만 같지, 많이 다르죠. 많이 다름에도 그로 인해 피해자들이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까, 그때 상처를 떠올리면서 또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우려되었어요. 명예훼손이 될 여지는 없을까.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사건 내용을 새삼스럽게 영화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저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라고 오해를 하거나, (영화 속 내용을) 그대로 (사실로) 이해하게 되거나, 혹은 제대로 전달이 안 될까 봐 걱정되긴 하는데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어린 아이가 나이 많은 사람에 아침에 학교 가다가 성폭력 당했다’ 같은 객관적인 팩트 외에는 다 실제 사건과 많이 다른 내용이어서 피해자들이 다시 상처를 입거나 명예훼손이 된 것 같지는 않았어요.


영화가 만들어질 때는 피해자분들이 지속적인 상담이나 사회의 도움으로 트라우마를 많이 극복한 상태여서 아픔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피해자분들이 ‘이제는 다 잊어버려서 괜찮아요, 봐도 돼요’라고 이야기했지만, 막상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는 너무너무 서럽게 많이 우셨어요. 내가 다 치유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남아 있었다고. 오히려 이 영화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고, 교훈을 주고, 모두가 성폭력 없어지게끔 아동학대 없어지게끔 하는 데 앞장섰으면 좋겠다.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트라우마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우리 사회에 대해서 또 다른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정말 감사할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고, 지금까지는 영화들이 피해자들도 많이 배려해서 우리 사회에 좋은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한 피해자는 영화를 끝까지 안 보고 뛰쳐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사실과 다르고 엉터리여서. 가장 큰 이유는 그때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겠죠. 때에 따라 성폭력을 다룬 영화들이 워낙 자극적이게 될 수 있고 말초적인 이야기들처럼 보일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긴 하죠. 영화를 만드시는 분들이 피해자에게 상처를 다시 주지 않게끔, 피해자의 입장과 가해자의 입장으로 이 영화를 통해서 무슨 메시지를 줄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시나리오나 촬영에 신경 써 줄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영화화 한 [도가니](왼쪽 ⓒCJ엔터테인먼트), 조두순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영화화 한 [소원](오른쪽 ⓒ롯데엔터테인먼트)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제가 만났던 피해자분들이 자신을 더이상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요. 가해자를 최대한 처벌할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한 변호사들이 도와줄 테니까, 설령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무죄가 되더라도 아니면 아주 극형에 처해지더라도 일희일비하지 말고 ‘누군가 내 피해를 알고 내가 당했던 아픔을 알고 함께 손잡고 울어주는 분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더 이상 그 일을 뒤돌아보지 않고 더 담대하게 밝게 건강하게 자존감을 회복하고 내 인생을 당당하게 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당당해지시기를 바랍니다.


(사진)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성폭력 사건이 있기 전과 동일하게 피해자를 대할 것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인터뷰 진행자로 함께 하며,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2019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확대 공모사업인 "성폭력,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이 인터뷰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진행하고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