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페라(Prospera)는 전세계 38개국 여성재단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세계여성재단네트워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통합회의(Regional Convergence)는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프로스페라의 회원단체들인 재단들 뿐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각 노동,인권,여성운동와 관련한 단체들이 직접 참여하여 서로가 처한 현실과 상황 등에 대한 어려움이나 필요성 등을 함께 나누고 교류도 할 수 있는 국제네트워킹의 장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프로스페라 회원단체인 한국여성재단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참여해보기로 결정했다.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이번 회의에 상담소가 처음 참여하게 되는 거라 누가 가는게 적절한지를 고민했다. 여러상황을 고려한 뒤 결국 회계,재정 업무인 상담소 살림 전반을 주 업무로 하는 내가 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결정적으로 영어가 안된다. 아뿔싸......
너무나도 막막한 상황에서 듣게된 희망찬 소식! "통역이 함께 동행 한다." 내심 감사하고 든든했다.
그래도 내가 이런 회의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많이 망설여지고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일정은 나의 의지나 의사보다 빠르게 진행 되어갔다. 나는 주섬주섬 궁금함과 두려움 그리고 불안함, 걱정 등 온갖 여러 감정을 뒤섞은 채 '가야 하는구나'라고 현실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무엇을 준비 해야 하고 어떤 과제를 가지고 참석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 하면서 이번 출장을 위한 짐을 싸고 그렇게 일정이 시작되었다.
4박 5일 간 일정을 잘 소화 할 수 있을지 걱정을 가득안고 9월 24일 방콕에 도착했다. 방콕 첫 방문이라 여행을 온 듯한 설렘도 잠시, 일정의 첫날 첫 시작부터 나는 무너져 버렸다. 처음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어색함을 없애고 소통을 시작하기 위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 참가자들을 보며 쭈뼛거리다 화면에 숫자가 나왔다. 제시되는 인원으로 모둠이 만들어졌고, 역시 화면에 제시된 질문으로 서로 얘기 나누는 모둠 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들을 수 없음에 당혹하여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조금 울게 되었다. 그렇게 위축된, 그야말로 좌절의 시간이었다. '내가 여길 왜 온걸까?' 내가 오는게 맞았는지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가두고 회의에 집중하지도 따라가지도 못했다. 무엇이든 해야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런 내 상황을 들키키도 싫었다. 그저 마냥 비참하고 슬픈 시간 속에서 서성였던 걸 생각하니 지금은 너무나도 많이 아쉬울 뿐이다. 두려움과 낯설음 그리고 언어의 단절은 개인적 어려움이였지만 그러함에도 나는 이러한 대회에 참석할 수 있었던 시간은 내게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었어도 세계의 각 재단들은 어떤 식으로 활동을 하는지 무엇을 중요해 하는지 어떻게 소통하는지 등을 조금,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그리고 우리 단체의 지정학적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활동을 이어가는데 재정적으로 보다 자유롭거나 혹은 제약을 덜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함께 이번 회의에 참가한 활동가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한국에서 어떻게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활동과 운동을 해나가야 하는지를 궁극적으로 고민 해볼 수도 있었다. 일상 속에선 마주하기 어려운 시간을 이번 회의를 통하여 얻을 수 있어서 나에겐 중요하고도 알찬 시간이었다.
또한 생각해보니 그런 속에서도 주어지는 세션들의 주제 주제 마다 평소 해보지 않았던 고민들을 마주하고 들여다보고 타단체 분들의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 공감하고 혹은 새로 배우기도 했다. 업무 특성상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만 지내는 나는 타단체 활동가들과 함께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 하여 다른 분들의 시각도 이해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는데 내가 너무 움츠러서 더 많은걸 못 나눈 것 같아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내가 무엇에 많이 부족한지 무엇을 더 고민할 수 있을지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음에 역시 기쁘다
이번 프로스페라 회의를 통해 감사함과 푸짐해진 마음을 담아~~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 활동가 선민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