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성폭력사건 재판부 판결에 따른 대책위의 입장
오늘 울산지법 제 3형사부(재판장 황효진 부장판사)는 지난 1월 7일 성폭력 피의자로 기소된 10명 전원을 소년부에 송치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결에 앞서 그 이유로 피해자의 친권을 가진 아버지와 피해자가 합의한 점, 피의자들이 미성년으로서 충동적 집단심리에 의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위라는 점, 피해자가 평온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점, 피의자들이 진학이나 취업이 열려있는 미성년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러한 판결은 지난 1월 검찰이 10명을 기소하고 20명을 소년부로 송치한 이후에 이어 30명 전원이 모두 소년부로 송치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재판부는 10명의 소년부 송치 판결에 대해 지난 1월 검찰에서 소년부로 송치한 피의자들과의 형평성이라는 점을 들었는데 무엇이 형평성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10명은 죄질이 중하다고 하여 기소되었는데 똑같이 소년부에 송치한 것은 오히려 형평성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밀양성폭력사건은 우리 사회의 청소년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온 세상에 알려준 사건이었다. 또한 1년여에 걸친 지속적이고 집단적인 성폭력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재판부의 판결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첫째, 재판부가 피해자 아버지와 피해자의 합의사실 때문에 특수강간(집단성폭력)을 소년부 송치라는 경미한 판결로 마무리한 것은 성폭력범죄의 심각성을 간과한 것이다. 종래에도 한국의 사법부는 유독 강간사건에 대해 합의를 이유로 경미한 처분을 해왔는데, 성폭력이야말로 정신적 살인이라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둘째, 합의과정의 경우 친권자이지만 알코올중독자이며 가정폭력가해자인 아버지에 의해 심약한 여중생 피해자는 주도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재판부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피해자는 현재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합의를 해주지 말았어야 할텐데...”라고 후회하고 있다.
세째,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평온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가 피해자의 불안정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평온한 학교생활’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무책임하다고 본다. 현재 피해자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 못하며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다.
네째, 재판부가 말한 피의자가 미성년으로서 충동적 집단심리에 의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라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 피의자들이 1년여에 걸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자들을 성폭력해온 범죄에 대해 과연 면죄부를 주어야 하는가? 재판부는 가해자의 교화가능성을 들어 소년부 송치를 했는데, 실제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의 소년부 송치’는 이후 공판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된다는 것과 심리 후 내려진 결정에 대해 별도의 불복수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소년범의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실제로는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침해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황에서 내려진 재판부의 소년부 송치결정은 피해자의 피해로부터의 극복을 위한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할 것이다.
다섯째, 피의자가 진학이나 취업이 열려있는 미성년이고 교화가능한 점, 청소년시기의 성적 호기심을 들어 재판부는 소년부 송치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성폭력 가해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판결은 더 많은 청소년에 의한 성폭력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재판부는 간과하고 있다. 또한 재판부가 밝힌 가해자의 범죄행동 교정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기 위해서는 단순히 형량을 낮추는 식의 방안이 아니라 심리후 최종결정시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하고 피해자의 피해로부터의 극복을 위한 조치들이 함께 수반되어야 하며, 가해자로서 진심으로 반성할 장치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결국 대책위는 집단적이고 지속적으로 반복된 밀양성폭력 사건의 피의자들에 대한 오늘의 판결이 성폭력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리를 원했던 시민들의 상식적 판단과 이해에 매우 동떨어지는 판결임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밀양성폭력사건에서 성폭력에 가담했던 44명의 교화와 선도 문제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마지막으로 재판과정에서 성폭력 사실을 계속 부인하고 죄를 인정하지 않는 가해자들에 대해 제대도 교정․교화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이번 판결을 통해 본 재판부의 성폭력사건 및 처리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다른 성폭력사건 처리나 판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후로도 이러한 성폭력사건의 근절과 재판부의 안이한 판결문제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전국의 여성단체 및 상담기관들과 힘을 합해 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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