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지만원씨 발언에 대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입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편견과 시각을 주장하는 지만원은 공식사과하라!!!
지난 13일 군사평론가 지만원씨는 자신의 홈페이지 상에, ‘위안부 문제를 해부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지만원씨는 전시성폭력 문제로서의 정신대 문제 본질을 왜곡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편견과 시각을 주장함으로써, 전시 성폭력 피해생존자인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침해하고, 할머니들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를 행하였다. 이에 본 단체는 지만원씨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제제기와 항의를 하는 바이다.
1. 전쟁범죄이자 전시 성폭력으로서의 정신대 문제의 본질을 왜곡, 축소시키지 말라.
지만원씨는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국가배상 요구와 관련하여, “애초에 성의 문제는 돈으로 환산될 수가 없는 것인데 왜 돈의 문제와 결부시켜서 자기 망신을 계속하는 것인지?”라는 말을 통해, 정신대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
정신대 문제는 2차대전시 발생했던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전시 성폭력이자 명백한 전쟁범죄이며, 따라서 피해생존자인 할머니들은 전시 성폭력을 조직적으로 기획하고 주도했던 가해당국에 대해 침해된 인권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는 할머니들의 당연한 권리주장이자 정당한 요구이다. 지만원씨는 명백한 전시 성폭력 범죄로서의 정신대 문제를 마치 개인간의 자유로운 성적 관계의 문제처럼 호도, 왜곡함으로써 전시 성폭력 피해생존자인 할머니들에게 명백한 2차 가해를 행사했다.
더불어 지만원씨는 문제의 글에서 “일본이 한국여성을 전쟁 중에 그렇게 이용했다는 것도 전쟁 중의 일시적이면서도 예외인 현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피해자가)그리 많았던 수도 아니었는데...”라는 말을 통해, 정신대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시키고 있다.
일본에 의한 전시 성폭력 범죄 피해자규모는 아시아 지역만을 기준으로 할 때, 20만 여명이 넘는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비단 피해자의 규모가 가지는 이 전시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만원씨의 발언은 ‘일시적’이며 ‘예외적’이라는 말을 통해, 전시 성폭력 피해생존자인 할머니들의 침해된 인권의 가치를 축소하고 무시하는 명백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2.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은 성폭력 피해생존자에 대한 2차가해 행위이다.
지만원씨는 “진짜 ‘일본군위안부’나 ‘종군위안부’였던 할머니들은 창피해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 후미진 곳에 산다고 한다. 일본 법정에서 진짜 ‘일본군위안부’로 증명된 할머니의 말씀으로는 진짜 할머니들은 TV에 얼굴 찍히기를 싫어하여 단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다고 한다.” “진짜 위안부 할머니들은 정신적 고통과 성병 및 기타 질병으로 건강이 너무 상해 거동이 불편하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TV에서 보여지는 위안부 할머니들 중에는 ... 건강도 매우 좋아보이며, 목소리에도 활기가 차있는 분들이 있다.” 면서 수요집회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이 진짜 위안부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지만원씨의 주장은,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에 대한 고정된 상을 강요하는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라면 너무나 힘든 고통에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며,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히기 꺼려하고, 매우 고통스러워할 것이다’라는 하나의 상을 정해 놓고, 이러한 상에 들어맞지 않을 경우 피해자임 자체를 의심하고 부정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폭력이라 할 것이다. 우리사회 속에서 성적 폭력의 피해자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피해자는 자신의 모든 일상적 권리와 자유를 스스로 포기해야만 하는 것인가?
성폭력 피해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은 개인마다 그리고 한 개인 안에서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폭력으로 인한 고통 속에 너무나 힘든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힘들지만 그 고통을 치유해나가며 자신의 침해된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힘든 용기를 내기도 한다. 피해 이후 피해로 인한 고통을 치유하고 극복해가는 개인의 반응과 선택은 다양할 수 있으며, 그것은 또한 피해생존자가 가진 권리이며 자유이기도 하다.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를 억압하는 이와 같은 주장은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부당한 성적 폭력의 피해자를 보호할만한 여성과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여성으로 구분하여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자 인권침해이다.
지만원씨는 자신의 글에서, 위안부를 ‘일본군위안부’, ‘종군위안부’, ‘정신대’로 구분하고, “일본군위안부는 일본인들의 비위를 건드리거나 일본에 반항하던 집안의 규수들, 시집을 미처가지 않은 규수들이며, 이 여인들이야말로 가장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종군위안부는 살림이 어려워 스스로 군표를 받고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 창녀”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만원씨는 위안부에 대한 이와 같은 구분 속에서, ‘일본군위안부’만을 진짜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다.
지만원씨의 이와 같은 분류와 기준은, 우리사회가 성적 폭력의 피해생존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잣대를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다시 말해, 정숙함이나 정조의 가치를 기준으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여성과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여성을 구분하고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만원씨의 이러한 주장은 여성의 성에 대한 남성중심적이고, 가해자중심적인 시각을 정당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적이며,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자 인권침해 행위이다.
올해는 2차대전이 끝난 지 60주년이다. 그러나 종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쟁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을 고통스러운 기억들과 싸우며 생존하고 있음에도, 그 고통과 기억에 대한 충분한 사과와 정당한 권리회복에의 요구를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생존자인 할머니들의 분노, 그리고 650차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는 수요시위가 바로, 우리 곁에서 끝나지 않고 있는 전쟁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과 편견 속에,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던 전시 성폭력 피해자로서 할머니들의 정당한 분노와 당연한 권리주장을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하고자 하는 지만원씨는 할머니들에게 이번 발언에 대해 할머니들에게 책임있는 사과와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사)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