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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연대] 029. “언론의 힘 무시할 수 없더라”, “반페미니즘 진영만의 문제 아니야” H와 J의 인터뷰
  • 2020-03-25
  • 1349

[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윤문 및 편집 외에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을 충실하게 실었습니다. 저마다의 관점과 논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인터뷰 취지에 맞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있을 경우 수정 또는 삭제 요청드리거나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 있게 경험을 나눠주신 인터뷰 참여자 분들께 비난과 질타보다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보통의연대] 029. “언론의 힘 무시할 수 없더라”, “반페미니즘 진영만의 문제 아니야” H와 J의 인터뷰


H : 성폭력은 일상으로 막 벌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저도 당연히 당사자이기도 했고, 또 그러한 일을 겪는 사람들의 주변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에요.


J : 저는 남성이다 보니까 성폭력을 겪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군대에서 그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확실치는 않아요. 주변인으로서는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을 주변에서 많이 봐왔고요.


H : 가해자도 많이 봐오지 않았어요?


J : 저 자신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가해를) 했을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일상적으로 돌아보게 되는 사람이고요. 어쨌든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Q.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나요?


J : 그냥 떠오르는 건 모든 사람. 워낙 일상적으로 일어나니까 피해자도 가해자도 항상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사실 주변인이죠. 그런데 이것을 인식하는 사람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인식하더라도, 인식했을 때 관심 가지고 적극적으로 성찰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무관심하게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정지되어 있다기보다는 사건에 따라서 또 바뀌어나가는 것이 떠오릅니다.


H : 네, 저도. 그런데 제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냥 그 단어에서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긴 있네요. 실제로 제가 성폭력 피해를 겪었을 때 내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 친구나 연인이나 가족이나 이런 사람들도 떠오르고요. 그리고 가해자도 가해자 주변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구체적으로 사람들이 떠올라요. 또 여성주의자나 단체들 이미지도 떠오르고 그런 것 같아요.


피해자의 주변인, 가해자의 주변인 뿐만 아니라 목격자,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 등도 주변인이 될 수 있다. 사진 출처 : Erceg and Cross (2004) 재구성


Q. 스스로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생각하나요?


H : 네, 뭐.


J : 그렇죠. 성폭력 주변인이죠.


Q. 그러면 나와 성폭력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H : 너무 가깝다. 공기 같다.


J : 그렇죠. 맞아요. 마찬가지예요.


H : 본인이 (거리를) 측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J : 지금으로부터 한 5, 6년 전만 해도 성폭력이 저랑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어요. 별로 생각도 안 하고, 주변에 있어도 느끼지 못하고, 별로 관심도 안 가지고, 고민도 안 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5, 6년 전에 과연 내가 가해자든 피해자든 주변인으로서든 뭔가를 제대로 했는가, 더 걱정되는데요.


어쨌든 한 5, 6년 전에 와서야 그런 관점과 문제의식을 겪게 되면서, 또 주변에서 구체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그러고 나서부터야 아주 일상적으로 이렇게 가까워진 거지, 그전에는 나와 별로 상관없는, 관심 없는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전에도 제가 나이가 꽤 많았을 때였는데도 그때까지도 그랬던 거죠.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폭력 주변인 캠페인 C.A.R.E. 홍보물. 주변인 개입(Bystanders intervention)을 통해 성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돕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Create a distraction(문제 상황을 방해하라), Ask directly(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직접 대화하라), Refer to an authority(안전하게 개입하려면 경찰, 경비원 등 상황에 개입할 권한이 있는 제3자에게 알려라), Enlisit others(혼자 개입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다른 사람을 참여시켜라) 등의 지침을 담고 있다. 사진 출처 : RAINN


Q. 미투운동과 관련해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나요?


H : 질문이 광범위하네요. 미투운동은 각계에서 벌어졌으니까, 대체로 미투를 하는 여성들을 비난하는 식으로 백래시가 많이 일어났는데, 그런 거에 대한 소회를 많이 나눈 것 같아요. 아무래도 주변에 여성들이 많아서, 기본적으로는 지지하는 관점에서 상대 가해자 측 논리에 같이 분노하면서 얘기를 했어요.


처음에는 막 지지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론의 힘을 또 무시할 수가 없더라고요. 언론이 뭔가 다 거짓말쟁이고 꽃뱀이라는 식으로 얘기가 나오면, 그때 되면 ‘사실은 좀 봐야 할 것 같더라’ 이런 식으로 얘기가 조금 바뀌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요즘은 이런 얘기를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자꾸 상처받는 기분이 들어서 피하게 되더라고요. 사람에 대해서 실망하게 되니까 그냥 말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J : 저도 미투운동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들었죠. 특히 저는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아주 다양한 측면과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토론하기도 하는데요. 미투운동에 대해 반대하거나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은 제 주변에 많지 않지만, 토론하면 할수록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생각이 정말 다양하게 다를 수밖에 없고, 쉽게 합의를 얻기가 어렵고, 미투운동은 이제야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하구나, 아직 멀었다,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단지 반페미니즘 진영, 반성폭력 운동에 적대적인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고 훨씬 더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성폭력과 관련한 SNS를 공유하거나 댓글을 쓴 경험도 있나요?


J : 저는 주로 피해 경험을 말하거나, 가해자를 비판하거나, 미투운동에 관한 성과 같은 것들을 보고하는 SNS를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눌러요. 제가 SNS에서 가능하면 댓글은 피곤해서 피하는 편인데요. 그래도 상황이 너무 심각하거나,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거나, 연대를 요청하거나 하면 응원의 댓글을 달고 그런 적이 있죠.


그런데 SNS의 한계는 있는 것 같아요. 뭔가 사람들이 SNS에 폭로하면 ‘과연 그 말만 가지고 이 내용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조심스러워지고, 양쪽의 얘기를 듣게 돼요. 그러다 보면 내가 처음에는 공감을 호소하고 연대를 호소하는 글을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눌렀다가도, 또 다른 얘기를 들어보면 ‘아, 내가 약간 섣부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한국일보에서 2018년 3월과 2019년 2월 두 차례 조사한 결과를 보여주는 자료. 2018년 3월에 비해 2019년 2월에는 남녀 불문 대부분의 세대에서 미투 영향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비율이 줄어들었다. 이는 언론이 미투 운동을 보도할 때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성폭력 통념을 확산하고,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부각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2차 피해를 일으켜온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 출처 : 한국일보 송정근 기자


Q. 두 분 다 대중교통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요?


J : 저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대체로 여성의 옷차림이나 외모를 성적 대상화 해서 쳐다보는 남성들의 노골적인 시선 같은 것은 많이 봤죠. 근데 이게 애매하잖아요. ‘아니, 나는 그냥 앞만 보고 있었다’ 이럴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뭐라고 얘기는 못 하고 그 사람을 계속 째려봤어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째려보면 그 사람이 눈을 피하거나 그런 정도였죠.


H : 대중교통에서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더듬거나 이런 피해 상황은 겪어본 적도 있고 직접 본 적도 있어요. 제가 목격하지는 않았는데 항의하는 여성을 본 적도 있어요. (가해자가) 지하철 이쪽 칸에서 저쪽 칸으로 넘어가는데 여성이 소리 지르면서 따라가더라고요. “저 사람이 지금 성희롱을 저질렀어요!” 그때는 제가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하기 전이었는데요. 그때는 ‘뭐야’ 이러면서 지나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고, 정말 용기 있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Q. 혹시 성폭력이 걱정돼서 주변 사람들의 옷차림을 지적한 경험이 있나요?


H : 되게 모순적인데요. 제가 일을 하다가 행사에 중고등학생이 노래 부르는 댄스팀을 섭외했어요. 그 학생들이 여자 아이돌을 흉내 내서 의상이나 춤도 당연히 흉내를 냈는데요. 저는 그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관람석에 있는 아저씨들이랑 사람들이 그걸 보고 휘파람 불고 환호하는 게 너무 보기 싫은 거예요. 너무 꼴불견이어서.


그래서 제가 댄스팀을 섭외할 때 의상을 아이돌 흉내 내지 말고 개성 있게, 단정하게 입어달라고 요청을 한 거죠. 요청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좀 웃긴 거예요. 이걸 이렇게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아이돌 의상이나 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관람석이 (성적 대상화를) 못하게 할 수도 없고. 그걸 어떻게 해야 하지.


대중문화를 잘 들여다보면 유독 여자 아이돌은 짧은 의상, 가슴 또는 엉덩이를 부각하는 춤, 수동적인 가사 등으로 성적 대상화된다. 사진은 <페미니즘 교실> 홍보 카드뉴스 중 일부. 사진 출처 : 돌베개(수신지 그림)


Q.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성폭력과 관련한 상황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경험이 있나요?


J : 있었죠. 지난 몇 년 동안 성폭력 사건이 여러 번 있었고, 그러면서 사건을 통해서 많이 배우게 됐죠.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공동체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게 되고, 그것이 어떻게 악화하거나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는지, 어떻게 해결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많이 고민하게 된 아주 유용한 경험들이었죠.


힘들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되게 힘든, 정말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는 걸 계속 느껴왔죠. 가장 힘든 건 결국 이걸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받고 거리가 멀어지는 거였어요. 이걸 통해서 치유가 되고 화해가 되고 더 건강한 공동체가 되면 참 좋은데, 치유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화해도 안 되는 것 같고, 가까웠던 사람들이 엄청 감정적으로 틀어지고, 서로 멀어지고, 서로에 대한 원망만 쌓이게 되고, 그러니까 그게 가장 힘들었죠.


그리고 멀어진 사람들이 그 이후로 적대를 하는 거예요. 그 문제에 있어서 생각이 달랐다고 해서 미워하고 적대할 필요는 없는데. 이게 성폭력 문제만은 아닌 것 같거든요. 다른 정치적 이견 때문에 적대하기도 하죠. 그런데 대표적으로 종북몰이 문제 이런 것들은 우리하고 먼 문제처럼 느껴지는데 공동체 내부에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든 피해자든 주변인이든 직접 본인과 연관된 문제가 되는 거예요. 직접 본인이 연관된 문제에서 이견은 훨씬 더 해소가 안 되고 감정적으로 나가는 거예요.


Q.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얘기해줄 수 있나요?


J : 제가 경험한 바로는 잘못 대응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침묵하거나 방관했던 것 같고, 해결 과정에서 침묵, 방관함으로써 가해자를 사실상 자유롭게 만들어준 경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대로 인식하거나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문제를 악화시킨 경우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런 경험을 통해서 제가 느낀 바는, 성폭력 사건에서 해결하려고 관여를 한다는 게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중요한 일이다, 그걸 통해 계속해서 뭔가를 더 배워나가고 더 좋은 방안을 찾고, 다음번엔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 해결은 단지 성폭력 여부를 판단하거나 가해자를 징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성폭력은 '사건'이기 이전에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누적된 결과" 이며, "성폭력을 공론화한다는 것은 우리가 있는 공간의 문화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변화를 위한 외침"이라고 말한다. 당사자로서 공동체를 돌아보며 그동안의 조직문화를 직면하고 성찰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은 구성원에게 감정적으로 힘들고 벅찬 과정일 수 있다. 사진 출처 : 한국여성민우회


Q. 그밖에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J : 최근에 진보 인사들이 몇백 명 들어와 있는 단톡방에 누가 갑자기 포르노를 올린 거예요. 그런데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하는 거죠.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해서 제가 얘기를 했는데요. 물론 이게 예외적인 일이긴 했어요. 자주 있는 일은 전혀 아니었고, 딱 한 번 있었던 일이에요. 그 사람도 아무런 반응도 안 하는 걸 보면 실수로 올린 것 같기는 한데, 그러면 사과를 하거나 해명을 해야 하는데 아무런 얘기를 안 해요. 또 한 번은 막 정치인들을 욕하면서 ‘~년’ 같은 여성차별적 욕을 쓰는데 아무도 말을 안 하는 거예요.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있어요.


그리고 성폭력 사건에 대해 2차 가해를 계속하고 있는 노동단체가 있는데요. 노동운동 관련해서 수백 명이 있는 단톡방에 툭하면 자기들 홍보글을 올려요. 제가 몇 달 전부터 ‘2차 가해를 중단하고 사과하고 나서 올리는 게 맞는 것 같다, 공격부터 중단하고 이런 걸 올려라, 링크 타고 들어가면 여전히 2차 가해 글을 볼 수가 있는데 그걸 보라는 거냐’라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여기에 호응하며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거예요.


솔직히 제 기대로는 몇백 명이 모여 있는 진보운동방이라면 여러 사람들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데 그만 좀 받아들여야 하지 않냐’ 이런 얘기를 해줄 만도 한데, 오히려 제가 반복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반응도 있었어요. 참, 진짜, 사회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방에서 좀 더 적극적인 반응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톡방 내에서 성폭력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단톡방 내 성폭력은 제지하는 사람, 이 문제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줄어든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없는 단톡방 문화를 만들기 위해 '0부터 시작하는 단톡방 10계명'을 제작·배포하고, 단톡방 내에서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용기 내어 단호한 목소리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성폭력 이제 그만! 단톡방 수호하는 불편냥' 텔레그램 스티커를 출시하기도 했다.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H :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피해자 자신은 피해 사실을 말하고 연대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지지해달라고 말하는 사람으로 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계속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요청해야 하는 위치 같은 느낌, 내가 지은 죄가 있는 건 아닌데 왠지 부담스럽고 민폐인 존재가 되는 듯한 느낌? 내 얘기가 나오면 차라리 궁금한 걸 물어봐 주면 좋겠는데, 묻지는 않으면서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보이는 것 같은데 얘기는 안 하고……당사자로서 겪어보니까 그게 정말 너무 힘들어요.


그러면 지지자로서 옆에선 어떻게 해야 하느냐?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냥 ‘당신의 입장을 믿고, 당신이 요청한다면 기꺼이 함께해주겠다’는 것만 보여도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싶은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서가 없네요.


J : 제가 성폭력에 대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그럼에도 저는 성폭력은 가해자나 피해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할 문제가 절대 아니라는 걸 배웠어요. 이건 정말 사회구조적인 문제예요. 그러니까 사회적 강간, 강간문화, 이런 말들이 정말 아주 중요한 문제의식이죠. 단지 어떤 개인을 악마화하거나 계도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피해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아니라, 공동체에서 누구든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고, 나도 가해자든 피해자든 될 수 있고, 그랬을 때 어떻게 우리가 함께 이걸 공동체적으로 해결해나가야 또 다른 가해자나 피해자가 나오지 않고 더 건강한 공동체가 되고 더 신뢰가 높아질 수 있는가, 이걸 배워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지난 몇 년 동안 몇 가지 경험들을 통해 배웠던 것 같아요.


(사진)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H : 분노


J : 잊지 않고 끝까지 투쟁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2019년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인터뷰 진행자로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이한님이 진행하였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