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 일탈 행동’이 아니라 ‘조직적 성착취’다
- 조주빈의 궤변에 부쳐
텔레그램 성착취 집단 “박사방”의 주범 조주빈은 9월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범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돈을 벌 목적으로 성착취물을 브랜드화하려 했다”고 범행 목적을 밝혔다. 성착취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자 입장에서 소신껏 말하자면, 상식이 색안경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피의자[태평양, 17세]는 법적·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로 보면서, 또래가 피해자가 됐을 때는 돈이나 사회를 모르는 존재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구매자나 방관자나 피해자나 상식 밖의 세상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라며 “진짜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으면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악취가 진동하는 조주빈의 궤변은 피해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며 본질을 호도하고자 한다. 피해자를 성착취에 유입시키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 치밀하게 설계했으면서 그 책임을 회피하려고 “상식” 운운하며 말을 치장한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더러운 수 쓰지 말라.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피해자를 철저히 상품으로 취급하고 “노예”라고 일컬은 자들이 가장 잘 안다. 조주빈의 논리는 스스로를 변호할 때만 “여성의 자발성”을 찾는 가해자들의 비열한, 한결같은, 전형적인 주장이다. 조주빈과 공범들만이 이 범행을 정당화할 “상식 밖의 세상”이 필요했을 뿐이다.
또한 이 말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과 같은 디지털성폭력을 잘 알려지지 않은 하위문화로 규정하거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가담한 일탈적 성행동으로 왜곡하고자 하는 시도다. 그러나 조주빈과 범인들은 개인정보를 불법 탈취하고, 경찰·검찰·법원을 사칭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낙인을 극대화한,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과 차별의 지형을 이용한 범죄자들일 뿐이다.
성착취를 “브랜드화”해서 수익을 창출하려던 조주빈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성착취물을 보기 위해 돈을 들고 모여들었다. 텔레그램에서만이 아니다. 단톡방에서, 불법 포르노 사이트에서, SNS에서, 웹하드에서, 온갖 데서 여성 신체가 끊임없이 상품으로 거래됐다. 가해자들은 성폭력을 취향으로서 소비하는 자들을 기반 삼아 온라인 플랫폼을 여성착취 산업의 현장, 즉 “상식 밖의 세상”으로 건설해가며 범죄를 실행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귀추를 지켜보는 시민들이 묻는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재판부들은 이 궤변과 어떻게 단절할 것인가? 이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작동 가능했던 세상을 바꾸는 판결이 이루어져야 할 때다. 성착취가 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성착취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판결을 너무나 많은 사람이,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으로써 이것이 작동 가능한 세상의 구조를 짚었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오만한 가해자의 허무맹랑한 가르침은 필요 없다. 언론은 가해자의 궤변에 마이크를 들이밀지 말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해결은 오직 여성 착취가 돈이 될 수 없다는 본질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2020년 9월 2일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