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모임에서는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김은실 엮음)』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책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과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보면서
이 시대의 페미니즘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어떻게 기획해가야할지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해당 도서의 1쇄본은 본문 내용에 인용 등의 문제가 있어 수정 후 2020년 9월 7일자로 2쇄를 출판한 상태입니다. 참고 바랍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이번 모임도 비대면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고, 활발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쉼 없이 열심히 적었는데 그만 그 종이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적혀있던 반짝이는 지식과 통찰들이 아까워 여기 저기 찾아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짧게나마 기억나는 것들과 함께 저의 후기를 적고자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돌봄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되면서도, 사회가 멈춰도 돌봄의 영역만큼은 절대적으로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은
돌봄의 가치와 주된 돌봄 노동자인 여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 주변의 사례들을 함께 떠올려보며 실제적으로 여성 노동자와 여성의 노동이 팬데믹과 같은 재난 상황을 더 혹독하게 겪어내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트렌스젠더의 여대 입학과 관련된 논쟁을 다루며 우리는 '누가 여성인가'라는 질문을 심도깊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사회적으로 조건지어지는 '여성다움'을 해체하고자 하는/해체되어가는 분위기와, '여성스러운' 모습에 동일시하며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정체화하는 현상 사이에서, 무엇이 개인의 고유한 성별을 정체화하는 기준이 되는가, 그렇다면 그 기준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인가와 같이 모호하고 제대로 정의되지 않는 혼란감을 느껴오고 있었습니다. 모임 당시에는 질문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요. 질문을 정리하면서, 그리고 답변과 논의를 통해 저 스스로 조금은 명확해지게 된 건, 성별을 정체화한다는 건 이분법적인 생물학적 성별 구분이나 gender, 외양의 특성만으로 구분지을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이구나 하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여전히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공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회원분께서 말씀해주신 구절 하나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하나를 소개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면, 답은 모든 곳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97쪽)
"모든 인간의 취약성과 의존성을 기본값으로 하는 사회.
이것은 '국민체도' 이후 젊고 건강하고 생산적인 몸을 규범화하고
'쓸모'를 중심으로 존엄성을 차등해온 국가와 자본 중심 건강관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누구도 서로를 돌볼 책임에서 면제될 수 없도록
가족과 경제를 재구조화하는 젠더 정의의 실현을 의미한다." (98쪽)
다음에는 『시선으로부터(정세랑 저)』 를 읽고 9월 22일 화요일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모두 안전하고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이 후기는 소모임 참여자 임유진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