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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사건 경과보고 및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서 제출을 위한 기자회견문
  • 2006-03-22
  • 4914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사건 경과보고 및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서 제출을 위한 기자회견문

지난 2월15일 기자회견을 통해 20대 초반의 한 남성 동성애자가 군대에서 경험한 끔찍한 인권침해 사실이 사회적으로 폭로되었다.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성관계 사진을 제출해야 했고, 군병원에서는 본인의 동의없이 에이즈 감염되었을 것이라는 잠정적 전제아래 채혈이 진행되었으며 무엇보다 고도로 예민하게 보호받아야 할 자신의 성정체성의 비밀조차 주변 동료, 간부들에게 알려져 성적수치심을 느끼며 군복무를 해야 했다. 하지만 본 사건이 밝혀지고 나서 군 당국은 공식 사과와 해명은 고사하고 적반하장 격으로 ‘현행법 상 남성 동성애자들은 변태적 성벽자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커밍아웃한 남성 동성애자들을 전역시켰다’라는 입장만을 밝혔을 뿐이다. 애초에 부모님과 약속한 전역여부는 군 당국이 당사자가 경험한 모든 인권침해 사실을 부인하면서 지켜지지 않았고 당사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휴가기간 채워졌다라는 판단 아래 군 병원의 진료 후 모든 것이 결정될 수 있다라는 점만을 강조해 왔다. 1달이 넘는 시간동안 부모님은 거대한 권력 앞에서 자신의 자식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없어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당사자는 현재 군 상급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전역조치가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진상조사단은 당사자의 현재 상태로는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아래 군 당국에 맞서 모든 힘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군 당국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과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실이 당사자 신변을 지키기 위해 취했던 공가요청까지도 거부하며, 막무가내로 복귀만을 종용해왔다. 심지어 복귀를 하지 않을 시 체포영장을 발부해 검거에 나서겠다는 공문을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보내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현재 당사자는 군에서 경험한 인권침해로 인해 매우 심각한 우울증 증세와 더불어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아주대 병원에 긴급 후송되어 치료를 받아왔던 당사자는 자신을 직접 찾아온 군관계자를 보고 극도의 두려움을 갖기도 했으며 늘 혼자 있으면서 불안한 생활을 해왔다. 담당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증’이라는 최종 진단과 함께 ‘자살의 위험이 크다’라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전역 후에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부대복귀는 당사자의 심리상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복귀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하지만 당사자의 심리적인 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군 당국은 ‘10여일의 휴가면 당사자가 안정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민간대학병원의 진료소견은 큰 의미가 없다’라는 원칙만을 앞세우며 무조건적인 복귀만을 강조해 왔으며 우리는 비통한 심정으로 3월9일 당사자를 군 상급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군 당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7개월간 군의무대에 입실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당사자의 상황을 고려하기보다 단 두 차례의 형식적인 진료만을 앞세웠던 군이 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지금에서야 군의관의 진료소견만이 중요하다는 당위를 앞세우는가? 또 군 입대 전 그저 평범한 20대 청년이었고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지며 살아왔던 당사자가 전역 후에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한 동성애자의 삶을 끔찍하게 만들어 버린 군 당국의 횡포와 역겹기까지 한 당당함에 우리는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가장 우선적으로 당사자의 심리적인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전역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전역에 대한 사유 역시 그가 법령에 규정한 ‘변태적 성벽자’로서가 아니라 군 당국의 인권침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장애여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혀야 됨은 물론 당사자에 대한 사과와 해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쥐꼬리만 한 양심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지금까지의 모든 치료 비용은 물론 앞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할 때까지의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며 당사자가 겪은 심리적 충격에 대해서도 배상해야 한다. 또 군은 더 이상 모든 사실을 은폐하려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존재해왔지만 침묵해왔던 동성애자 인권침해 사실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지금. 은폐와 책임전가는 더 큰 저항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군 당국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있다는 바보같은 행동을 당장 중단하고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사건의 사실정황만을 따져묻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증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국가인권종합기본계획(NAP) 권고안에서 밝혔듯이 군제도 상의 동성애자 차별조항이 본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앞으로의 대안은 무엇인지 등 거시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주길 주문한다.

동성애를 범죄행위 내지 심신장애로 보는 현 군제도 안에서는 더 많은 젊은 동성애자들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군은 언제까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차별적인 조항만을 강조하며 원칙없는 대응으로만 맞설 것인가? 군은 더 이상 ‘동성애자’를 사회 통념 상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일선 군에서 받아 들 일 수 있는 지침을 시급히 마련해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시민권조차 획득하지 못한 채 없는 존재로만 여겨져 왔던 성소수자들과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는 인권, 시민, 여성, 소수자 단체 등과 함께 본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개인에게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경험하고 있고 이미 경험했던 현실임을 사회적으로 폭로하며 보호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활동은 물론 그 근거가 되고 있는 군형법 92조 계간금지 조항, 정신적 장애로 바라보고 있는 장병신체검사규칙 중 ‘성 선호도 장애’, ‘성 주체성 장애’, 그리고 군인사법시행령 ‘변태적 성벽자’ 조항이 폐지될 까지 투쟁할 것이다.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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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18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