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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성폭력피해 아동을 위한 추모제
  • 2006-04-14
  • 4636
지난 4월 6일 12시 명동성당 앞에서는 성폭력피해 아동을 위한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지난 2월 서울 용산에서 성추행당한 뒤 살해당한 초등학생의 49재를 맞아 열린 이번 추모제는 아이들의 넋을 달래고자 피해 아동의 부모님들과 여성 청소년 단체 등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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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

우리는 성폭력 피해로 희생된 아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성폭력에 대해 무관심하던 사회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 관심을 보이더니 이내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아이들을 외로운 시간 속에 남겨두지 않기 위해 여기에 모였습니다.
늦었지만, 정말 늦었지만 우리는 너희와 함께 있다고.
우리는 너희를 잊지 않았다고.

무엇이 아이의 따뜻했던 온기를 싸늘하게 했는지,
도대체 무엇이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멈추게 했는지,
파렴치한 가해자를 저주해보기도 하고,
성폭력에 둔감한 이 사회를 탓해보기도 하지만,
아이의 죽음 앞에 망연해진 우리는 그저 애꿎은 하늘만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이대로 절망만 하고 있을 순 없습니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눈동자에 마지막으로 남겨졌을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
아직도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자각하지 못한 세상.
이 세상에 여전히 남겨져 있는 살아있는 자의 몫을 우리는 무겁게 느낍니다.
우리는 더 이상 성폭력을 용인하는 세상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얘들아, 우리는 오늘도 너희를 생각한다.
내 곁에서 숨쉬고 웃고 떠들었을 너희들.
눈을 반짝이며 미래를 꿈꾸었을 너희들.
너희에게 사랑한다는 한 마디 말이라도 전해줄 수 있었다면
우리 마음이 이렇게까지 미어지지 않았을까.
미안하다 얘들아.
이제는 편히 쉬거라.
세상의 안 좋았던 기억, 우리에게 내려놓고 이제 가벼워지거라.
너희의 짧은 생이 우리에게 남겨준 아픈 교훈을 기억하며
너희들이 살아야 했던 성폭력 없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갈게.
우리는 너희와 함께 숨쉬고 있음을, 내 안에 너희가 살아있음을 잊지 않을게.

사랑한다. 정말로 사랑한다. 얘들아.




사진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