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2] 정치는 시민의 것이다, 시민이 주인이 되어야 할 선거에서 시민의 자리는 없는 현실을 규탄한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 불가피한 이유가 아닌 불의한 이유로 이번 4.7 재보궐 선거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전임 시장들의 성폭력 이후 가세한 2차 가해 속에서, 가해자에 대한 책임도 피해자의 일상회복으로도 더디고 더딘 걸음을 가고 있습니다. 서울시민과 부산시민들은 570억 9천 9백만 원, 253억 3천 8백만 원 씩 나가지 않아도 될 세금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재보궐은 왜?>라는 질문이 이번 선거를 맞이한 모든 시민에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바로 그 질문을 하기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재보궐은 왜?> 열리게 되었는지, 재보궐이 열리게 된 사건 이후 지금까지 무엇이 해결되었고 무엇이 해결되지 않았는지, 이번 재보궐에서 우리는 어떤 정치적 책임을 묻고, 어떤 정치적 변화를 기대해야 할지 묻기 위한 기자회견으로 기획되었습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특정 정당을 호명하여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주제를 변경하여 진행하는 기자회견이 오늘의 기자회견입니다. 지난 2월 15일, 박원순을 롤모델 삼겠다는 서울시장 후보의 발언을 규탄하고 후보 자격을 묻기 위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진행한 기자회견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제90조를 들어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 규정에 따라 피켓과 현수막을 통해 게시한 것에 대해 경고를 했습니다. 또한 지난 18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에서 한국젠더연구소, 여세연,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할 때, 같은 이유로 현수막과 피켓에 있던 재보궐 선거에 책임이 있는 정당의 이름을 가리고, 공직선거법 제91조 확성장치와 자동차 등의 사용제한을 이유로 들어 마이크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17일, 재보궐 선거가 왜 열리는 지는 사라지고 책임있는 정당과 후보가 2차가해자들을 기용하며 기만적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현실에서 피해자가 직접 나서니, 2차 가해 세력들은 선거법을 먼저 들이밀었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정치적인 관심이 가장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기입니다. 나를 대변하여 중대한 권한을 행사할 사람을 가리는 시간이니만큼 정치의 이유를 가장 치열하게 이야기해야 하고, 후보로 나선 자들을 향한 정치적 행동을 가장 열심히 해야 할 때가 바로 선거시기입니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로 나선 자 외의 시민들의 입을 선거법이라는 이름으로 틀어막습니다. 공정하지 않은 시간과 자원 속에서 누구나 후보로 나설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현실에서 후보로 나선 자에게만 마이크를 쥐어주는 선거법은 대다수 마이크를 쥘 수 없으나 실제 주권자,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의 권리를 제약하고 대의하는 자의 입장을 과대대표하게 하는 비민주적인 제도입니다. 이 비민주적인 제도 앞에 누구의 목소리가 표출되지 못하고 있습니까? 성폭력 심판 선거, 평등과 민주는 악세사리이거나 다른 정당을 공격하는 수단일 뿐 자본주의 가부장 권력 카르텔을 절대 벗어날 생각이 없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분노와 심판의 목소리가 표출될 수 없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선거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선거법을 바꿀 수 있는 자리에 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대의민주주의 사회의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안된다고 하는데도 그냥 물러서지 않고 이렇게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불가능하다고 하는 선거에 후보로 나오기도 합니다. 모두가 차별없이 마땅히 그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는 오늘과 같이, 그릐고 다양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낼 길을 열어낼 것입니다. 대의를 공정하게 가장 잘 반영하기 위한 제도임을 포기하지 않아야 마땅한 대한민국 공직선거법 또한 주권자의 권리에 가장 합한 제도의 기틀로 변화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