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
일시: 2022년 3월 31일 목요일 낮 12시
장소: 대법원 후문 앞 (서초역 6번 출구)
주최: 해군상관에의한성소수자여군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 순 서 -
사회 : 유호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 대법원 판결의 요지
: 박인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피해자 법률대리인단)
지금 당황스럽고 참담합니다. 대법원이 공표한 보도자료를 근거로 어떤 판결이었는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10시 10분 두번째 가해자에 대해서는 저희가 주장한 바와 같이, 피해자 진술신빙성을 인정하며 파기환송 결정했습니다. 강간죄의 폭행협박 고의 등에 대해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두번째, 저희 피해자를 거의 죽음으로 이끈 가해자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했습니다. 대법원의 공보자료를 읽겠습니다. "사실심 법원은 인접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질러진 동종 범죄에 대해서도 각각의 범죄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그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고, 이것이 실체적 진실발견과 인권보장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에 부합함"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번째 가해자에 의해 성폭력이 이루어진 것은 첫번째 가해자가 성폭력 행위를 함으로써 이에 대해 상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였습니다. 두번째 성폭력에 대해서 피해자 진술신빙성을 인정하면서도, 첫번째 가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 진술신빙성을 달리 판단하는 것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진술 등이 서로 다르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그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음"이라고 말합니다. 두번째 가해자의 경우는 일부 범죄사실은 인정하고 있고, 첫번째 가해자는 전부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피고인이 하나도 인정하고 모든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범죄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 두 사건의 가해자는 서로 진술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두 사건을 따로 보아 하나는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고 하나는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아서 -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겼던 가해자를 완전히 본인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것은 심히 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대법원이 재판부가 다르게 배정되면 달리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런 사건은 병합하여 한 재판부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았나,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 대법원 선고 규탄 발언
: 최희봉 (젊은여군포럼 공동대표)
2018년 11월 고등군사법원이 해군 여군 성폭력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후, 대법원의 정의구현을 기대하며 40여개월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대법원은 직속 상관 박00에 대해서는 기각하고, 피해자가 탄 함정의 최고 지휘관인 함장의 성폭력에 대해서는 파기환송하는 반쪽 짜리 판결을 내렸습니다. 너무도 어이없는 판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이 사건 피해자뿐 아니라, 군에서 신고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성폭력 성희롱 피해자들에게는 절망이고, 군 변화에 희망을 가졌던 국민들에게는 악몽 같은 소식입니다.
군에는 지금도 신고를 고민하는 많은 피해자들이 있고, 신고하고도 조직적 은폐와 편견 속에서 고통받는 피해자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이 주는 상처로 인해 스스로 운명을 달리한 공군 이예람 중사 같은 안타까운 죽음도 있습니다. 그들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가해자와 조직에 향한 분노를 자신에게 돌릴 정도로 절박합니다. 대법원은 오늘 그들의 좌절과 분노, 억울한 죽음까지도 외면하였습니다.
직속 상관 성폭력에 대한 기각 판결은 이 사건 피해자 한 명의 삶은 물론이고 군의 ‘정의구현 시스템’을 무력화 시킨 것입니다. 가해자 대비해서 지위가 낮은 군의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만드는 카르텔 속에서 고립되고 재판 과정에서 받는 금전적 정신적 압박도 불리합니다. 결국은 중간에 포기하고 군 조직을 떠나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오늘 ‘가해자는 반드시 단죄하고 피해자는 살아 남는다’는 군의 정의구현 교두보를 무너뜨렸습니다.
이제 남은 절차는 군의 대응입니다. 성폭력?성희롱은 전장에서 총구를 전우에게 겨누는 이적 행위처럼 군 조직을 와해시키므로, 이 사건의 가해자 상관에 대해서는 군의 엄정한 징계규정으로 단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 판결로 인해 피해자가 입을 내상을 보호하고 일상을 회복하도록 군이, 전우들이 응원해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이 버린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과 분노를 표명하면서, 군의 가해자 징계와 피해자 일상 회복을 촉구합니다.
- 피해자 입장 대독
: 대독 _ 도지현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3년을 넘게 기다렸습니다.
파기환송 소식에 잠시 희망을 가졌지만, 결국 다시 절망 속에 빠졌습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성적소수자라는 점을 알고서도 강간과 강제추행을 일삼고, 결국 중절수술까지 하게한 자를 무죄로 판단한 대법원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제가 겪어야만 했던 그날의 고통들을, 그 수많은 날들의 기억을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을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파기환송과 기각이 공존하는 판결로 오늘의 저는 또 한 번 죽었습니다. 행복한 군인으로서 살아보고 싶은 저의 소망을 또 한번 짓밟혔습니다.
부디 저의 후배들은 저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피해를 입었더라도 생존자로 살아남기를, 기다림의 시간이 이처럼 길지 않기를 바랍니다.
- 기자회견문
: 낭독 _ 김지윤 (녹색당 대외협력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