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화) 오후 7시 온라인 화상회의(ZOOM)으로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 6월 모임이 진행됐습니다. 이번 모임은 앎, 명아, 지은, 메릿 총 5명이 참여했습니다.
페미말대잔치는 특별히 주제를 정해두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여성주의 수다 모임이에요. 오랜만에 함께하는 한 참여자가 그동안 주변인의 여성혐오·성차별적 발언에 분노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페미니스트끼리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 공간이 참 소중한 것 같다"고 말했는데, 모든 참여자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공통된 관심사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저는 페미말대잔치에 참여할 때마다 '페미니스트들은 정말 책을 많이 읽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라는 말도 나온 걸까요? 실제로 페미니스트가 책을 많이 읽는지 알 수 있는 통계는 없지만, 적어도 페미말대잔치에서는 참여자들 간 근황을 나누다 보면 항상 자연스럽게 각자 최근에 본 책, 영화, 공연 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거든요. 꿀 같은 정보를 얻을 때마다 저는 얼른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화면 갈무리를 해두곤 합니다.
한 참여자는 책을 살 때 주로 중고거래를 이용하는데, 페미니즘 관련 책을 사면서 동네 페미니스트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다른 참여자는 오디오북을 듣는 편이라고 해요.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참여자도 여럿 있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추천 받은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제목은 김효정의 『야한 영화의 정치학』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영화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재현해왔는지 다룬 책이라고 해요.
제가 최근에 읽은 백설희·홍수민의 『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위 '소녀문화'라고 불리는 마법소녀, 디즈니 프린세스, '여성향' 게임, 아이돌 등 문화가 실제로는 성인, 남성, 자본의 관점으로 생산되고 소비되어왔다는 점을 비판하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를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야한 영화의 정치학』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한 참여자가 독서모임에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제가 한참 열을 올려 떠들어댄 기억도 나네요. 『롤리타』는 흔히 '소아성애'를 미화하는 책으로 오해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친족성폭력 또는 아동·청소년 그루밍 성폭력을 상당히 잘 다룬 책이라고 저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를 화자로 한 작품이어서 읽을 때 화가 나고 감정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가해자가 어떻게 '피해자다움'에 대한 편견이나 '피해자 유발론'을 이용해 자기합리화를 하고 스스로 인지 왜곡을 일으키는지 알고 싶다면 한번쯤은 읽어볼 만 하다고 생각해요. 작중에서 가해자가 결국 자신이 한 행동이 성폭력이었음을 인정하는 장면이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야 할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가가 분명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작품을 썼다고 믿지만, 이후 수많은 비평가들이 『롤리타』에 관하여 '성폭력'을 말하지 않고 '불멸의 사랑'을 운운해온 점, 영화화 등 2차 창작에서 원작의 문제의식이 희석되고 미장센 등으로 인해 오히려 가해자 옹호, 성폭력 미화를 조장해온 점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집니다. 사회적으로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이런, 제가 모임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마구 쏟아냈는데, 후기를 쓰면서 또 말이 길어졌네요!
그 밖에 언급된 전체 작품 목록은 후기 하단에 공유하겠습니다.
원래 6월 26일로 예정되어 있던 번개 모임도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지난 모임에서 뮤지컬 공연을 함께 보러 가자는 제안이 나와서 각자 표도 미리 예매하고 근처 카페도 알아보고 했거든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페미말대잔치를 줄곧 온라인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은 근 2년 만이었고 아예 처음인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함께 보기로 한 공연은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포미니츠>였습니다.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날 지, 끝나고 어디에 갈 지 등등 기대에 들떠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 참여자가 비건 카페를 추천해줘서 비건에 관한 저마다의 실천과 고민을 이야기 나누기도 했고, 예전에 페미말대잔치 참여자끼리 페미니즘 연극제를 보러갔던 경험과 다가오는 7월에 진행되는 올해 페미니즘 연극제에 관한 기대 등을 이야기 나누기도 했습니다. 최근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에서 만든 '섹스 빙고'를 번개모임에서 같이 해보자고 약속하기도 했고요.
'곧 번개모임으로 다시 만날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모임 당일에는 미련없이 ZOOM을 종료했는데, 너무 아쉽게도 공연 이틀 전 배우 1명이 코로나19로 확진되어 번개모임은 보류되고 말았습니다. 7월 중에 다시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벌써 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다음 모임이 기다려집니다. 그럼 또 만나요~ 새로운 참여자도 언제든지 환영!
<이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앎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 6월 모임에서 언급된 그 밖의 작품들
김정은 <경아의 딸>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59312
킵 앤더슨·키건 쿤<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3130
토머스 케일 <해밀턴>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1597
이브 엔슬러 『아버지의 사과 편지』 http://aladin.kr/p/rNBqI
크리스틴 R. 고드시 『왜 여성은 사회주의사회에서 더 나은 섹스를 하는가』 http://aladin.kr/p/BPQoK
김준기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http://aladin.kr/p/KFZYn
에밀리 창 『브로토피아』 http://aladin.kr/p/VKCwE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읽기』 http://aladin.kr/p/FfEoe
민서영 『망해도 망해도 또 연애』 http://aladin.kr/p/pyrhW
2022년 정기 일정은 매월 세번째 화요일 저녁 7시-10시입니다. 다음 모임은 2022년 7월 19일(화) 오후 7시에 온라인 ZOOM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참여 안내에 따라 이메일로 참여 신청을 해주세요. 담당자가 확인하여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올해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는 월1회 여성주의 수다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하여 다른 주 목요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및 지지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신청해 주세요~ ◆ 일정 : 매월 세번째 화요일 오후 7시-10시 ◆ 장소 : 신청자에게 별도 공지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온라인 ZOOM을 통해 진행 ◆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02-338-2890, f.culture@sisters.or.kr) ◆ 신청방법 : 다음 구글 설문지 작성 https://forms.gle/WVcNJwHW22wX2Cbw6 또는 성문화운동팀 이메일(f.culture@sisters.or.kr)로 다음과 같이 참여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주세요! 제목 : [페미말대잔치] 회원소모임 참여 신청 내용 : 이름/별칭, 연락처, 참여 동기 * 담당 활동가가 참여 신청서를 확인하면 1주일 이내로 이메일 답장을 드립니다. * 신규 참여자에게는 모임 당일에 문자로 참여 안내를 보내드립니다. * 1회 이상 모임에 함께한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경우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를 보내 페미말대잔치 단톡방에 초대해드립니다. 이후 단톡방을 통해 참여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