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가 두 번이나 진행되었습니다. 매월 세번째 화요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정기 모임과 별개로, 시간이 맞는 참여자끼리 오프라인으로 모여 뮤지컬을 보는 번개 모임이 있었거든요.
번개 모임은 7월 10일(일) 진행되었고, 앎, 메릿, 지은, 총 3명이 참여했습니다. 먼저 오후 2시 국립정동극장에서 뮤지컬 <포미니츠>를 보았어요. 동명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이었는데요, 60여년 간 여성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온 크뤼거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제니의 천재적 재능을 알아보고 피아노 콘테스트에 참여시키면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조심스럽지만, 각기 다른 차별과 폭력을 경험해온 두 여성이 세대를 넘어서 아픔을 나누고 공감하는 내용이었어요. 뮤지컬은 넘버(노래)와 퍼포먼스를 중요시하다 보니 전체적인 내용은 원작에 비해 많이 축약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원작 영화도 보고 싶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비건 카페에 가서 소감도 나누고 여느 때처럼 뭐든지 생각나는 이야기를 마음껏 수다떠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택시 기사에게 불쾌한 일을 당한 이야기, 오래 전에 연재 중단된 <카산드라>라는 웹툰을 참 좋아했는데, 최근 작가님이 <도박중독자의 가족>이라는 다른 작품을 연재했고 차기작은 <카산드라>로 다시 찾아 뵙겠다고 하여 기대 중이라는 이야기, 1인 가구여서 집에 혼자 있는데 모르는 남성이 창문을 두드리고 문 열라며 욕을 한 이야기 등을 나눴습니다.
특히 기숙사 앞에서부터 낯선 사람이 자꾸 쫓아와 말을 걸어서 두려웠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한 참여자는 처음에는 상대가 같은 기숙사 입소인일 거라고 생각해서 기숙사 문을 열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대요. 나중에는 상대가 자꾸 쫓아오니까 무서워서 서둘러 자신의 방문을 닫고 들어갔는데, 혹시라도 자신이 기숙사 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상대가 다른 기숙사 입소인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고 합니다. 얼마 후 인하대 성폭력·사망 사건이 발생해서 그 이야기가 새삼 떠오르더라고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에서 갓 발행한 <에브리바디 플레져북>과 <섹스 빙고>도 함께 살펴보고 몇몇 키워드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예를 들면 '성적 건강'을 주제로는 예전에는 'HPV 예방접종'을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라고 불러서 마치 남성은 접종하지 않아도 괜찮고 여성만 접종해야 하는 것처럼 오인됐지만, 실제로는 남성도 HP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구강암이나 두경부암 등 암 발현 위험이 있고, 파트너가 함께 예방접종을 해야 핑퐁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 사회가 이런 점을 제대로 교육하고 알려야 하는데, 여전히 성매개감염 등에 관한 정보는 부정확하고 터부시돼서 오히려 사람들의 성적 건강을 저해한다는 이야기 등을 나눴습니다.
정기 모임은 7월 19일(화) 오후 7시부터 온라인 ZOOM으로 진행되었고, 앎, 메릿, 예은, 태완 총 4명이 참여했습니다. 근황 이야기로 시작하여, 여성으로서 노동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고민과 어려움,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잡아 있는 군대 문화(남성중심, 상명하복, "군대 가야 사람 된다"라는 인식 등), 군사주의와 전쟁이 성별에 따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과 주변인들의 태도,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재생산 권리 침해와 그에 대한 대응, 과학 기술 발전이 다양한 인권 문제(여성, 장애, 인종, 계급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이야기 나눴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페미니즘 연극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올해 저는 연극제 작품을 모두 볼 예정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노랑의 보색은 검정이다>라는 연극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모임에서 했습니다. 문자통역, 수어통역 뿐만 아니라 공연 시작 전 무대 설명, 공연 중 배우가 직접 자신의 행동을 묘사하는 음성 해설 등 제가 지금까지 본 공연 중에서 가장 장애인 접근성에 신경 쓴 공연이었어요.
다음 모임은 8월 16일(화) 오후 7시에 진행될 예정이오니, 페미니스트끼리 즐겁고 속시원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많이많이 신청해주세요!
2022년 정기 일정은 매월 세번째 화요일 저녁 7시-10시입니다. 다음 모임은 2022년 8월 16일(화) 오후 7시에 온라인 ZOOM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참여 안내에 따라 이메일로 참여 신청을 해주세요. 담당자가 확인하여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올해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는 월1회 여성주의 수다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하여 다른 주 목요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및 지지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신청해 주세요~ ◆ 일정 : 매월 세번째 화요일 오후 7시-10시 ◆ 장소 : 신청자에게 별도 공지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온라인 ZOOM을 통해 진행 ◆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02-338-2890, f.culture@sisters.or.kr) ◆ 신청방법 : 다음 구글 설문지 작성 https://forms.gle/WVcNJwHW22wX2Cbw6 또는 성문화운동팀 이메일(f.culture@sisters.or.kr)로 다음과 같이 참여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주세요! 제목 : [페미말대잔치] 회원소모임 참여 신청 내용 : 이름/별칭, 연락처, 참여 동기 * 담당 활동가가 참여 신청서를 확인하면 1주일 이내로 이메일 답장을 드립니다. * 신규 참여자에게는 모임 당일에 문자로 참여 안내를 보내드립니다. * 1회 이상 모임에 함께한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경우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를 보내 페미말대잔치 단톡방에 초대해드립니다. 이후 단톡방을 통해 참여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앎님이 작성했습니다.>
아래는 그 밖에 7월 모임에서 언급된 작품 목록입니다.
정현백 『연대하는 페미니즘』
권인숙 『대한민국은 군대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보이지 않는 여자들』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http://aladin.kr/p/nov5n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나디아 무라드 『더 라스트 걸』
이스마엘 베아 『집으로 가는 길』
그레타 툰베리, 스반테 툰베리, 베아타 에른만, 말레나 에른만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