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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도너스 콜라보레이트 2023 참여후기: 커다란 변화 속, 비영리의 '경계 넘기'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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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상담소는 후원관리 프로그램으로 ‘도너스’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상담소의 모금/홍보 담당자로서 매일 들여다보며, 간편한 인터페이스로 후원자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실무자가 후원내역을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잘 구성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왔어요(광고 아닙니다). 또, 뉴스레터를 통해 디지털 모금 동향, 모금과 관련한 아티클, 후원자의 목소리 등을 공유하며 후원단체의 모금에 인사이트를 주기도 하는데요(광고 아닙니다2).

그런 도너스에서 ‘한국의 비영리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국가, 산업, 기술의 경계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리더와 실무자가 강연과 대담, 네트워킹을 나눌 자리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다녀왔습니다🏃‍♀️! 담당자로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고 어떤 고민을 떠올렸는지, 여러분께만 알려드릴게요😉



컨퍼런스는 6월 15일 종일 진행되었는데요. 오전에는 두 세션이 진행되었어요. 첫 번째 세션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서>에서는, 국가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영리조직의 활동과 가치를 논의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컨퍼런스에 도착한 란 활동가는, 일본모금협회 CEO 마사타카 우오님의 발표가 인상깊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그는 일본의 인구지표를 공유하며 앞으로 모금의 방향이 어떻게 바뀌어야할지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2000년대에 들어서며 현재는 ‘초고령 사회’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그와 함께 국민의 개인화와 고립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원율은 증가한 반면, 후원자가 느끼는 멤버십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마사타카 님은 시민들이 ‘연결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모금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며, 앞으로 ‘유산기부’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더 넓은 시야로 고민하고 효과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모금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한다고도 덧붙였어요.

흔히들 현재 일본의 모습이 15년~20년 후의 우리나라라고 하니, 인구지표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고려할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세션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를 넘어서>는 비영리 생태계의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어요. 재단법인 동천의 상임변호사 이희숙님과 베어베터 대표 이진희님, 루트임팩트 대표 허재형님,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 김재현님이 대담을 나누었습니다. 가치소비, 공유경제 등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금,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킬 지속성과 과제에 대한 토론이었지요.

개인적으로 시민단체, 비영리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분야의 특성상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지라, 활동가가 동력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며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이 비영리 생태계가 유지되는 핵심이니까요. 활동가를 업으로 삼아도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며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비단 비영리 영역의 단체들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한 시간 동안 점심식사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정성가득 대나무 도시락. 밥 사진만 찍는 나란 활동가…😎


오후에는 세 세션이 진행되었어요. 세 번째 세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모금기술과 전략>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과 유용한 기능을 어떻게 모금과 접목시킬 수 있을지 브릭투웍스 이사 장혜선님과 인스파이어디 총괄이사 김유섭님이 발표해주었습니다. 저는 김유섭님의 발표가 특히 공감되었어요.

김유섭님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 속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후원도 상품’이라는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후원이란 후원금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거래’하는 것이니, 곧 상품이라고요. 따라서 후원의 가치를 제안하고 후원자와의 연관성을 증명하여 상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종종 스스로를 상담소의 영업사원으로 생각했던 저는 이 부분에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답니다.

하지만 ‘상품화’가 쉬운 것은 아니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김유섭님은 이어 사람들이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어떤 자극을 얻는지 뇌의 변연계(두둥 등장)를 들어 설명해주었어요. 그리고 최근 사람들의 후원 동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보여주었는데, 그 결과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2018년 인크루트가 실시한 기부 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상위를 차지한 응답 세 가지는 동정심(21.5%), 효능감(21.2%), 행복감(19.9%)이었습니다. 이는 모두 후원자의 감정에 기반하고 있지만, 효능감과 행복감의 경우 후원을 하는 것이 후원자 자신의 기분이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동정심과는 다르죠.

또, 2015년과 2017년의 조사를 바탕으로 연구한 아름다운재단의 기빙코리아 2018에 따르면, 유사한 질문에 이타심의 비율이 29.6%에서 20.6%로 급격히 감소했고, “시민으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서”(시민의식)라는 응답이 29.3%에서 31.3%로 증가하며 1위로 올라갔는데요. 이 두 조사의 결과를 통해, 후원은 더이상 타인에 기여하는 것만 아니라 무엇보다 후원자 자신의 자아실현에 기여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발표를 들으며 상담소의 회원님들이 많이 생각났어요. 상담소는 어떤 만족감과 효능감을 주고 있을까, 제대로 주고 있기는 한 걸까, 어떻게 말을 걸어야 상담소로부터 친근함과 소속감을 느낄까 등등…. 현재 상담소의 회원 예우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고, 반성도 하게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네 번째 세션 <새로운 흐름, 모금현장의 변화와 도전>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선제적으로 적응해 활동하고 있는 현장의 사례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컨선월드와이드 한국 팀장 김희로님, 뉴웨이즈 대표 박혜민님, 베이크 대표 이은희님의 발표를 차례로 들으며, 상담소가 지지자와 후원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이 무엇일지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은희님의 발표를 통해 김유섭님의 발표에서 생각했던 ‘상담소의 의제를 어떻게 상품화하여 잠재지지자와 연결할지’에 대해 힌트를 얻기도 했습니다. 베이크는 국내 최초로 NGO 사내벤처가 독립분사한 사례인데요, 후원자가 주도하여 자신이 기여하고 싶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누구와 해결할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직접 고민하고 활동하게 해주는 소셜액션네트워크입니다. 처음 사내벤처가 시작했을 때, 이은희님은 후원에 대한 관점을 ‘사업을 위한 모금’에서 ‘후원자의 풍성한 삶을 위한 수단’으로 전환했다고 해요. 이에 따라, 단체가 의도한 주제/방향대로 참여자를 유도하기보다 후원자가 직접 ‘소셜캠페인 기획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탄생한 것이 베이크인 것이지요.

상담소도 회원소모임이 활발할 때가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모임을 이어가거나 다음을 기약하며 펑하는 등 여러 변화를 거치며, 현재 운영되는 소모임은 없는 상태입니다(혹시 내가 모임을 열고싶다!!!는 분이 계시다면 02-338-2890으로 편히 연락주십시오💜). 소모임은 동료 페미니스트와 만나며 연대와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창구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데요, 조만간 더 많은 분이 편안하게 모임을 꾸리고 교류할 수 있도록 점검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ChatGPT, AI, 핀테크 등 매일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모금과 후원자 소통에 활용할지 그 가능성과 사례를 나눈 마지막 세션 <디지털 기술,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를 끝으로, 컨퍼런스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를 통해 디지털 환경과 모금을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새로운 인사이트도 여럿 얻은 흥미로운 자리였습니다. 이번 도너스 콜라보레이트 2023을 통해 보고 배운 것들을 잘 소화하여, 상담소의 회원 여러분과 잠재지지자 여러분에게 다가갈 다양하고 재미있는 전략을 고민해보겠습니다.

저는 왠지모를 든든함도 느낄 수 있었어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다양한 비영리 분야의 종사자들이 커다란 행사장을 가득 메운 모습에 압도된 것도 있지만, 한 발표자의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동료’라는 발언이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시민단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정부 기조와 계속된 경기 침체, 상호돌봄은 부재한채 심화하는 개인화 현상 등 쉽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상담소의 모두가 마냥 막막함만을 느끼지 않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동료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은 회원홍보팀 산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