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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민사소송 알아보기 - 성폭력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을 중심으로
  • 2023-10-30
  • 2307

올해 신설된 법률팀에서는 활동가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법률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내부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지난 224일에는 형사공탁 특례제도에 대해, 630일에는 2021년 성폭력 사건 하급심 판결을 톺아보았습니다상담소에서 법률지원을 하는 경우 주로 형사 대응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민사소송을 고민하는 내담자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주로 소 제기, 소멸시효 등에 대해 많이 상담을 요청하시는데 활동가들도 간혹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어, 법률팀 이도경 변호사에게 '민사소송'을 주제로 교육을 요청하여 10월 6일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교육을 통해 정리된 것들을 간략하게나마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작성자의 의견보다는 민사소송의 정보를 위주로 담은 후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어떤 일에 대한 법적 해결이라고 하면 민/형사 소송이 떠오르는데, 이 둘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형사는 범죄에 대해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검사가 입증책임을 가지고 있는 반면, 민사는 사인 간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것으로 당사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 민사소송 제기하기

형사 고소를 위해서는 고소장을 작성하여 경찰서에 제출합니다. 민사의 경우는 법원에 원고가 소장을 제출하며 접수됩니다. 소장 접수를 위해서는 양식에 맞게 소장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민사소송법에 따라 당사자의 법정대리인, 청구의 취지와 원인을 기재해야 합니다. 이어 준비서면에는 원고의 인적 사항 등을 적습니다이렇게 작성된 소장이 그럼 피고에 대한 인적 사항도 있어야겠지요? 그래야 피고에게 소장이 송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고의 주소나 주민등록번호를 모른다면 어떡해야 할까요? 소장접수 후 사실조회신청, 금융거래제출명령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원고가 알고 있는 피고의 정보에 따라 조회 신청 방식이 달라집니다.)


- 소송 서류 열람

 피고에게 소장이 송달되면 대응하기 위해 원고가 제출한 서류 열람신청을 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형사는 사인 간 다툼이기 때문에 형사와 다르게 소송당사자들 모두 각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 열람이 가능합니다당연한 권리이지만,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열람으로 가해자에게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2차 피해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민사소송을 고민하다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민사소송 시 피해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법안이 2018년에 발의되기도 했지만 폐기되기도 했습니다그런데 최근 관련한 민사소송법이 일부 개정되었습니다.


163(비밀보호를 위한 열람 등의 제한) 소송관계인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있다는 소명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해당 소송관계인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소송기록의 열람ㆍ복사ㆍ송달에 앞서 주소 등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개인정보로서 해당 소송관계인이 지정하는 부분(이하 개인정보 기재부분이라 한다)이 제 3(당사자를 포함한다. 이하 제3항ㆍ제4항 중 이 항과 관련된 부분에서 같다)에게 공개되지 아니 하도록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 <신설 2023. 7. 11.>


법률이 일부 개정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소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성폭력 사건에는 적용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습니다해당 법률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인 2025712일 부터 시행되므로 이후에 어느 정도 사안에서 적용되는지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소멸시효 

상담전화를 통해 소멸시효에 관해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근거 법령을 살펴보면,

766(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性的)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 [신설 2020.10.20.]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 2항 시효 중 하나만 경과하여도 시효는 소멸한 것이라고 합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시점은 피해자 개인마다 다르지만, 형사고소를 한 경우라면 수사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을 받은 뒤, 이를 토대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런데 성폭력사건 공소시효에 비해 소멸시효는 너무 짧은 느낌이기도 합니다. 형사고소 결과를 기다리다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지나버리겠다는 불안이 들기도 합니다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해를 입은 뒤 3년 내 소 제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하여 여러 판례가 있습니다. 어떤 강제추행 사건의 경우 강제추행일로부터 7개월 뒤 공소가 제기된 점, 관련 형사 사건의 제 1,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피고가 줄곧 범행을 부인하면서 행위 여부뿐만 아니라 그 행위 형법상 추행에 해당하는지 관하여 다투었던 점 등을 들어 원고로서는 관련 형사 사건의 제 1심 판결이 선고된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피고의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2. 16. 선고 202028749 판결). 이처럼 형사고소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 가해 행위나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수 없는 경우로 본 것인데,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놓인 상황을 잘 고려해서 판단한 판례도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원고가 피고를 형사고소 했던 무렵에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한 판결도 있습니다(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6. 6. 9. 선고 2015가단106031 판결).


이렇게 살펴보면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 불법행위가 발행한 날로부터 10'을 되도록 맞추는 것이 다소 안정적으로 소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그렇지만 인지 시점에 대해 다르게 판단한 사례들도 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시점에 민사를 준비 중인 분이시라면 관련 전문가와의 상담 후 결정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는 원고가 청구원인에서 주장한 사실을 입증해야 하므로, 피고의 위법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가 있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폭력 사건의 경우 형사 유죄 판결 후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형사에서 확보된 판결문이 민사 시 입증의 증거로 쓰일 수 있을까요? 이 경우는 민사재판에 있어서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유죄로 확정된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증거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배척할 수 없다고 합니다.


손해배상의 종류는 적극적 손해(피고의 위법한 행위로 인하여 기존에 재산에서 감소한 손해), 소극적 손해(피고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장래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상실한 경우의 손해), 정신적 손해(민법 제751조 소정의 손해를 의미) 등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피해로 인해 치료 비용이 발생했다면 적극적손해, 성폭력 피해로 일을 하지 못해 급여를 받지 못했다면 소극적 손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위자료라고 부르는 정신적 손해의 경우 재산상 손해가 아니므로 구체적인 피해액을 입증할 필요는 없지만 정신적 피해를 입증해야 합니다. 이에 경우 구체적인 손해를 증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주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재판 결과와 소송비용 

민사소송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인지액, 송달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을 보게됩니다.  인지액의 경우 다소 생소한 용어일 수 있는데요. 인지액은 소송비용 중 '재판비용'의 하나로서, 사법수수료입니다. 민사소송절차, 행정소송절차, 그 밖에 법원에서의 소송절차 또는 비송사건절차에서 소장이나, 신청서 또는 신청의 취지를 적은 조서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인지를 붙여야 합니다. 인지액은 소가를 기준으로 산출되며 재산상 청구의 경우에서는 청구금액을 기준으로, 소가를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일정 금액으로 산출됩니다. 송달료는 소송 서류가 당사자 또는 상대방에서 송달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말합니다. 소장 등을 제출할 때에는 계산방식에 따라 송달료를 수납은행에 납부한 다음 은행으로부터 교부받은 송달료 납부서를 소장에 첨부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보면 인지대와 송달료를 어떤 방식으로 산출해야 하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이 부분은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https://ecfs.scourt.go.kr/ecf/ecf400/ECF460.jsp)

이렇게 비용을 납부하고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이후 판결이 됩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원고와 피고의 소송비용부담이 달라집니다. 원칙적으로 소송비용은 패소한 쪽이 전부 부담하게 하는데, 원고가 일부승소(=일부패소)한 경우에는 청구금액 대비 인용된 금액의 비율에 따라 원고와 피고에게 각각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합니다.  인지액, 서기료, 관보, 신문지에 공고한 비용, 송달료, 변호사 비용 등의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변호사 비용의 경우 패소한 쪽의 비용 부담이 클 것 같은데, 만약 상대가 높은 수임료의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그 비용을 모두 물어줘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니고 「변호사보수의소송비용산입에관한규칙」에 규정된 기준에 의해 산정된 금액에 따라 부담하면 됩니다. (참고링크 - https://www.easylaw.go.kr/CSP/CnpClsMainBtr.laf?csmSeq=568&ccfNo=2&cciNo=5&cnpClsNo=1)


이렇게 이번 교육을 통해 전반적인 민사소송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민사소송으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지만 소멸시효, 서류열람 등의 문제로 고소가 고민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성폭력 민사소송 과정에서 소멸시효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하는지, 추후 열람과 관련된 개정안이 어느 정도 범위로에 적용될지 등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더 나은 개선사항을 촉구하기 위해 더욱 목소리를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