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신림 공원 성폭력살인사건 1심, 무기징역 선고되다
2024년 1월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제418호 법정에는
발 디딜틈 없이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지난 해 2023년 8월 17일 신림 공원 등산로에서 출근길하던 피해자를 심정지 상태로 만든 후 추행하다가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이틀 후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 사건에 대해, 1심 선고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재판을 계속 방청해오던 피해자 변호사, 피해자 유족,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 기자들,
그에 이어 피해자와 동료였던 교사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동안 재판은 여러 쟁점이 있었습니다. 경찰과 검찰 조사 때와 달리 재판에서 피고인이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였는데,
수사기관 조사를 받으면서 스스로 재연했던 피해자를 질식하게 했던 자세와는 전혀 다를 자세일 수 밖에 없는 어떤 상황을 주장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 부검을 맡았던 법의학자 등의 법정 출석 증언, 의견서 확인, 그 외 의료기록 대차 확인 등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1심 서울중앙지법 제26형사부(나)는 아래와 같이 선고했습니다. "목부위에 가한 압력으로 인해 질식사한 것으로 보이고 다른 부위에 의한 사망일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며, 직접 목을 몸으로 감고 누르는 장면으로 스스로 재연했던 점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고의 부분에 대해서도 "무기징역, 고의 등을 검색했고 다른 범죄자들에 대해 검색했고, 피해자가 호흡정지된 이후에도 4-6분을 더 압박한 것으로도 보이는 점이 고의 인정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강간살인의 경우 양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데, 이에 대해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하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 현실, 유족과 피해자 친구들의 슬픔과 통한에 대해서도 응답하려고 하였습니다. "양형을 보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계획범행을 적용하면 25년에서 무기징역 이상을 선고할 수 있다. 양형기준과 요소에 대해 각 사항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았다. 이 사건 범행으로 하여금 피해자는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성실한 교사였고 용기있는 여성이었던 피해자는 최선을 다해 저항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 과정에서 느꼈을 좌절감을 예상할 수 있다. 피고인은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에서 착안해서 범행했듯이 이 이후 불특정 여성에 대한 모방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범행은 댓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라도 극형에 처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재판부는 사형선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생명 박탈하는 형을 내릴 때는 신중해야 하고 무기징역형에서도 성폭력은 20년 이후 가석방을 제한하는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이후부터는 '양형' 에 대한 이유를 설시했습니다. 문제는 공판 과정에서도 피고인측 국선변호인과 피고인은 양형증인으로 피고인의 가족을 신청해서 진행했는데, 피고인의 감경을 위해 기존에 존재하던 서사를 인용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학교폭력을 겪었을 수도 있는 상황, 심리정신상의 문제가 있었을 수 있는 상황, 군대에서의 어려움, 가족 내 부친과의 어려움 등. 이 중에 무엇도 명확하게 주장되고 설명된 것은 없었습니다. 피고인이 참작을 받는 요소를 재판부가 고려하는 것은 형사사법상의 방식일 수 있지만, 이는 자칫 'OOO 때문에' 여성폭력, 강간미수, 살인이라는 행위가 정당화되거나, 원인과 결과의 서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큰 우려를 낫습니다. 이것은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주장하는 것인지, 폭력을 저지른 것은 문제이지만 법정형대로 선고되면 어떤 다른 어려움이 다른 문제로 증폭될 수 있는 어려움을 주장하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아래와 같이 선고했습니다. "다만 태생적으로 폭력적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범죄전력이 없고 타인과 교류하여 지내지 못했고 수년간 은둔형으로 지내고 우울증과 인격장애가 있는데 치료하지 못하였다."
태생적으로 폭력적인 성향이 있다 하더라도 조절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태생적으로 폭력적인 성향이 아닌 것으로 보여도 너클로 계획적 범죄로 CCTV 없는 곳에서 여성을 골라 강간미수를 하며 살인한 '폭력' 그 자체를 실행했습니다. 이러한 이유의 설시는 어떤 의미인지 문제를 제기하게 됩니다. 더불어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사회적인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을 뿐입니다. 은둔형 외톨이, 인격장애와 우울증에 대한 서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종 선고는 무기징역형, 10년간 신상고지, 관련기관 취업제한, 전자장치 부착 30년, 압수한 너클 몰수였습니다. 피고인은 하루만에 항소했습니다.
1심 선고가 이루어지는 법정은, 재판장이 선고를 이야기하자마자부터 눈물바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가 평소 어떤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다른 이들과 함께, 서로 도우며, 연대하고 협력하며 지내는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많은 이들이 법원 근처를 오래도록 떠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심 선고 전, 유족과 피해자 친구는 언론과 만났습니다. 1월 15일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한겨레신문과, 21일에는 금천구지체장애인쉼터에서 경향신문과 만났습니다.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같이 기억해주십사 소개하고, 가해자의 서사로 뒤덮어졌던 재판의 시간, 가해자의 변명 서사가 사건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분노, '강간', '성폭력'은 감내할 수 있는 일처럼 얕게 보고 범행을 시도했던 것에서 알 수 있는 성폭력에 관대한 사회와 법적 태도의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재판부가 써내려간 판결문에는 다 없는 이야기 - 피해자의 남은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 언론 인터뷰 기사를 함께 읽어보아요!
[인터뷰] ‘신림동 강간살인’ 피해자 오빠의 호소…“CCTV론 부족”
검찰 사형 구형한 최윤종…22일 1심 선고
“범인이 ‘모방의 대상’ 될까봐 가장 걱정
다른 피해 막으려면 처벌 수위 올라가야”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24727.html
한겨레신문, 2024년 1월 18일 박다해 기자
‘등산로 성폭행 살인사건’ 유족·지인들…“평범한 출근길의 참변 반복되지 않기를”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1221630001
경향신문, 2024년 1월 22일 윤기은 기자
여성혐오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사건들을 함께 살필 수 있도록, 아래의 칼럼도 공유합니다.
'은둔형 외톨이' 아니다, 여성혐오 테러리스트다 by 연대자 D
인셀 테러 위기 ① 일면식도 없는 여성대상 강간살인, 상해 등 여성혐오 범죄 잇따른 2023년... 온라인 커뮤니티, 미디어, 정치권 등 상호작용하며 '인셀테러' 키우는 상황 직시해야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019.html
한겨레21 프로젝트 '너머n' 149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