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활동 /
  •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후기] 책 소모임 <월간 00 수혈> 2024년 1월 새해 첫 모임
  • 2024-02-01
  • 748


* 일시 : 2024년 1월 18일 목요일 19:00~21:30
* 1월 이끔이: 희진
* 참여자 : 지니, 감이, 승아
* 이달의 주제 : 페미니즘, 여성의 섹슈얼리티
* 이달의 책 : 홍승희 <붉은 선>


Chapter 1: 책읽은 소감


승아 : 저는 예전 기억이 잘 안나는데 작가님은 일기를 쓰셨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생생하고 구체적이더라고요.


지니 : 폴리아모리라는 어려운 개념을 열심히 전달하려는 마음이 느껴져서 조금 이해됐어요. 제 안의 편견과 붉은 선을 깨닫게 해주고 균열을 일으켜서 고마웠어요. 폴리아모리를 오염시키는 이야기들 때문에 그동안 ‘알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것. 변명하기 위한 것’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책이 마음이 열리는 계기가 됐어요. 


감이 : 효녀연합은 당시에 센세이션하고 추켜세워지는 분위기인 동시에, 여성주의의 대척점에 있던 상징으로 이슈됐어요. 본인의 퍼포먼스가 어떻게 읽힐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예술을 하는 입장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나의 예술일 뿐인데 여러 해석으로 왜곡되기도 했고요. 당시에 우리가 만났다면 어떻게 얘기했을까? 비판했을까? 연대했을까?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각자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부분을 공유하고 추가로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도 하며 1월 월간수혈 모임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




Chapter 2: 성노동 혹은 성매매


희진 : 저는 책을 읽으면서 성노동에 대한 인식이 가장 크게 바뀌었어요. 성노동을 하는 연령도, 이유도 제각기 다른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감이 : 저는 성매매를 조금 낭만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희진 :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오래 전부터 동의없는 강간을 겪거나 상대가 갑자기 큰 금액을 입금할 때 ’내가 몸을 판건가?‘ 라고 생각하셨던 것을 떠올리면 성노동이 차라리 마음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니 : 저는 사람마다 성노동의 이유도 경험도 모두 다르다는 문장에 가장 집중하려고 했어요.


승아 : 성매매에 대해 확장해서 생각하고 열린 사고를 가질 수 있게 해줬어요. 섹스는 여자가 손해받을 확률이 크니까 섹스를 인정하지 않아야 하는 건지, 반면 섹스에 대한 보상을 받으면 나쁜 건지 고민이 됐어요. 섹스도 물물교환하듯이 상대가 “너가 섹스를 원치 않는다면 내가 이정도 얹어줄게. 하자” 라는 식으로 연애관계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많은데 왜 유독 성매매 여성을 비하할 자격이 있는 것처럼 구는 건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니 : 성매매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성노동자를 부정하진 않아요. 눈치보지 않고 안전하게 거절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성 구매자와 성 판매자 사이의 파워가 다르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는 환경에서 성매매가 합법화되어야 하기보단 적어도 근무하다 경찰에 신고했는데 잡혀가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나 싶어요. 


승아 : 외국에선 성노동 종사자분들이 섹스를 통해 대단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해요. 최초로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활동도 하시고요. 폭력의 구조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로 어둠의 경로다,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성노동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해요. 


지니 : 남성과 여성이 완전히 평등해지면 성노동도 노동으로 인정받을 것 같은데 변화할 것도 많고 당장 어려우니까 아예 성노동은 나쁘다, 없애자고 하는 것 같아요.


희진 : 얼마전 참석한 성노동 토크쇼에서 성노동 합법화가 아닌 비범죄화를 원한다고 하시더라구요. 합법화도 결국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는 거니까요.


지니 : 간통죄처럼 비범죄화가 되면 불법은 아니지만 세간의 시선이 협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승아 : 성매매가 차악이라는 느낌이에요. 한 사람이 성매매를 하게 된 맥락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선택지가 있었으면 성매매를 했을까? 최선이라고는 느끼지 못했어요.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재능있는 사람을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사회가 더 문제이지 않을까요? 다양한 탤런트와 노동이 인정되는 시기나 분위기의 사회에서 태어나면 어땠을까 싶어요.


Chapter 3: 기존의 섹스를 부시고 새로운 섹스를 창조하는 시간


희진 : 남자에게 맞춰진 섹스 판타지, 빨간 조명에 인상쓰고 헉헉대는 소리 가득한 성기 삽입이 아닌 눈빛으로 나누는 섹스에 관한 글을 읽으며 제 안의 섹스 프레임이 깨지는 것 같았어요. 


지니 : 섹스는 권력적인 것, 섹스는 신체만 맞닿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섹스의 범위를 넓힌다면 상위 하위 포지션 자체를 생각하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감이 : 친밀감을 나누는 성적 접촉을 잘 배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른들도 배울 창구가 거의 없잖아요. 2000년대 초반에 몸이나 성기를 그리거나 표현하는 워크숍을 많이 했었는데 그 때만 반짝했지 지나고선 성적인 경험이나 섹슈얼리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친구들이랑도 불쾌할 수 있어 얘기를 안하다보니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책의 저자인 승희님이랑도 저급하지 않게 섹슈얼리티를 얘기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자리가 있으면 너무 좋겠어요. 


승아 : 예전에 해외에서 진행한 포르노 스타 워크숍을 본 적이 있어요. 직접 참가는 못해봤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워크숍에서는 여러 명이 모여 자위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도 있었어요. 워크숍 강사님은 60대 할머니고, 20대부터 섹슈얼 프리덤으로 활발하게 책도 내고 섹스 공포증 커플 테라피도 하는 등 커리어가 많은 분이더라고요. 섹스는 눈빛(eye contact)으로 한다는 걸 거기서 배웠어요.


외국에 비해 한국은 섹스 판타지가 단일한 것 같다. ’포르노 판타지‘. 단 한 가지 말이다. 섹스를 성기삽입으로만 납작하게 만들어서 다양하게 상상할 기회를 박탈한다. 남자의 성기 삽입과 사정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으니 대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감이 : 케이블 예능에 출연한 섹스리스 부부는 섹스리스 이유를 남성성의 상실이라 주장하고, 정자가 얼마나 있는지 등 비생산적이고 유익하지 않은 멘트를 남발해서 정말 싫었어요.


희진 : 호모소셜에서 인정받으려는 몸부림이겠죠. 어떻게든 그안에 속하려는.


Chapter 4: 어떤 사랑은 억압하고, 어떤 사랑은 강요하는 사회


희진 : 성인의 호모소셜은 군대라는 집단으로 더 결속하고 그 안에서 탈락되지 않으려 하는데 청소년의 호모소셜인 학교에선 오히려 “게이냐?” 는 말로 남자들끼리 더 친밀해지지 않게 하는 분위기가 가득한 것 같아요. 


지니 : 성인이 되면 이성애 중심주의의 이성 연애를 꼭 해야한다는 압박이 강하죠. 


희진 : “너네 사귀냐?” 라는 말로 비연애 상태의 여성과 남성을 어떻게든 이으려고 하고 “모태솔로” 라는 단어로 홀로 있기를 두렵도록 만들어요. 


지니 : 사랑도 친구나 연인 뿐만 아니라 이웃 등 채워지는 관계가 있는데 연인 한정으로 축소되는 것 같아 아쉬워요. 이성애로 완전히 내면화한 세계는 정말 빈약하다고 생각해요. 


승아 : 희진님이 얘기했던 마을 공동체가 생각나네요. 다양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


희진 : 친밀한 사람들끼리 ’우리 나중에 타운 하나 지어서 가까이 살자‘고 다짐했거든요. 아직 부지도 없고 몇 세대를 만들지도 모르지만 언제든 입주 환영입니다. 😊


Chapter 5: 연결과 사랑이 필요한 사회


승아 : 작가님도 사람한테 상처받으면서도 폴리아모리를 선택하고 계속 만나는 점이 좋았어요. 사람들과 유대하며 살겠다는 의지가 느껴져서 좋아보이더라고요. 그런 욕망이 제 안에도 있지만 지금 상황과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 부럽기도 했어요. 


지니 :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가 생각나네요.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더럽고 치사한 사회지만 그럼에도 현실을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 같아요. 이 책 작가님도 계속 만나고 연결되려고 하는 것보면 이게 사람사는 방법인가 싶어요. 고흐와 뭉크 모두 우울감이 심했지만 뭉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연결 욕심이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회복도 더 잘 되지 않았나 싶어요. 상처받을지라도 연결되며 사는 게 사람들이 추구해야하는 방향인 것 같아요. 


승아 : 고흐 전기를 읽어보니 고흐도 사실은 진짜 연결되고 싶었던 사람이더라고요. ’너무 연결되고 싶은데 사람들은 나를 싫어해, 받아주지 않아‘ 애절한 편지가 가득했어요. 그래서 고갱이 왔을 때 너무 좋아했지만 자신이 기대한 만큼 고갱이 친밀하게 다가오지 않으니 속상하고 슬퍼서 귀를 손상시켰죠. 


지니 : 연결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자세히 보면 사람한테 상처받은 경험이 있더라고요.


Chapter 6: 마무리 및 소감


승아 & 감이 : 혼자 책읽는 것과 다르게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건 2차 독서같아서 너무 좋아요. 


승아 : 일상을 살면 하강하는 기분이 들지만 책 모임에 나오면 항상 채워지는 것 같아요. 봉사해야겠다는 생각도 꼭 들고요. 


희진 : 오늘은 섹슈얼리티에 대해 얘기한 것만으로도 섹스를 수혈(?)한 느낌이에요.


지니 : 자리를 잘 깔아주셨어요. 😆


평소에 섹슈얼리티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없는데 주제가 주제인지라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어요.

안전한 공간에서 마음껏 얘기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라고 느꼈고요.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몇 시간도 더 떠들었을 월간수혈 1월 모임이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


다음 책모임 지기는 승아님입니다. 


책 후보는

-페르세폴리스

-큰 발 중국 아가씨

-고어 자본주의

-S&M 페미니스트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고 논의 끝에


다음 달 책은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로 선정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