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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18기 씨티-경희 NGO 인턴십 _ 이오
  • 2024-02-29
  • 622


안녕하세요! 

씨티-경희NGO프로그램 18기 인턴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한 이오입니다!

올해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7주간의 인턴십을 벌써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작년 말, 인턴십을 처음 지원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는 비영리단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인턴십을 지원했습니다. 저는 작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노동인권 서포터즈로 활동했었습니다. 그런데 운영 주체의 사업 변경이나 지원 규모에 따라서 서포터즈가 언제든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대학생의 신분으로서는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활동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거나, 몰두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반면 비영리단체는 지키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동료 활동가들과 지속적이고 더욱 창의적인 방법으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같은 주제에 대한 공감만 있으면 독립적으로, 소규모로도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영리단체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저는 여러 비영리단체 활동가분의 강연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위해 순수하게 열정을 쏟는 활동가분들의 모습은 저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번 기회를 통해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직접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했습니다!

저는 평소 학우들, 친구들과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과 위험, 불평등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관심 분야 1순위로 여성을 선택했고 마침내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배정되어서 기뻤습니다!


저는 7주 동안 상담소에서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이 나는 업무는 공판 모니터링, 총회 준비, 그리고 수요시위입니다. 

먼저 업무를 시작하는 1주 차에는 상담소의 활동과 역사에 대한 OT를 들었습니다. OT를 통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성격, 역할, 활동의 의미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총회준비위원회에 소속되어서 총회 자료집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총회 자료집 편집 업무를 하면서 상담소의 한해 활동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상담소의 작년 업무만 보아도 우리나라의 작년 한 해의 사회 이슈를 다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바쁘게 움직이시는 활동가분들이 실시간으로 여성단체를 대표해서 입장을 발표하시고 여성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시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존재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총 두 번의 공판 모니터링을 다녀왔습니다. 먼저, 출근 2주 차에 상근활동가님과 서울고등법원에서 상담소가 담당하는 사건의 공판을 방청했습니다. 수형복을 입은 피고인들의 최종 진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해자의 변론과 피해자 측 변론을 들으며 가해자의 고통은 피해자의 고통에 절대 버금가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가해자의 상황 때문에 감형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근무 4주 차에는 '공원 성폭력 살인사건'의 1심 최종 공판에 참석했습니다. 유족분들, 피해자의 직장동료, 동호회원 등 많은 분이 피해자를 위해 방청석에 자리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사형이 선고되지는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가석방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 신상 공개 등의 조치가 더해졌다는 점에서 현재 시점에서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하기 위한 최대한의 조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무하는 기간 중 첫 한 달은 총회 준비에 매진했습니다. 총회는 정관상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가장 큰 의사결정기구입니다. 따라서 총회 준비에 많은 시간과 인원들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총회 준비에 제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아서 뿌듯했습니다. 특히 피피티를 만들고 수정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는데 잘 사용된 것 같아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총회 자료집에 들어갈 내용을 정리하는 업무를 했었는데, 2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자료집에 포함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료집 마지막 페이지에 제 이름이 적혀있어서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총회에서 활동가, 이사진, 정회원, 참관인 모두 하나의 공동체로 뭉쳐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 저도 그 일원으로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또 상담소의 활동 계획에 총회 참석자 모두 귀담아듣고 열정적으로 질문해 주시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인 후원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담소를 응원하고, 활동가들과 함께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역사가 깊은 기관으로서 상담소가 회원들과 쌓아온 공동체감은 앞으로도 쉽게 깨지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상담소에 있으면서 알게 된 것과 총회의 경험으로, 이분들이 없었으면 한국 여성인권이 지금의 수준으로 오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직접 행동하고 가까이서 연대하고 응원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어서 직접적으로 활동에 참여해 오지 않은 사람들이 덕을 보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여성인권 운동사 현장을 목도하고 있는 것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그리고 수요시위에 대한 내용은 별도로 작성한 후기에 담았습니다!

  

저는 씨티-경희NGO인턴십 프로그램으로 NGO에서 처음 일해보며 NGO의 성격과 활동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NGO는 사적이익추구집단과 다르게 단체에 직접적인 이익이 되지 않는 활동이라도 단체의 이념에 부합하는 활동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특히 대한민국의 여성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상담소가 여성인권 보장을 위해 법제도, 정책, 판결에 끊임없이 의견을 내고 비판함으로써 여성의 의견을 우회하려는 정부를 견제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하는 다양한 여성 인권 운동과 활동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상담소의 다양한 활동을 알게 되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방면에서 여성 인권을 위해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상담소에서 인턴으로 있으면서, 잠시 여성을 돕는 일을 하는 상담소의 일원으로서 제가 하는 사소한 업무가 다른 활동가분들께 도움이 되었다면 간접적으로 여성 인권에 작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활동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인턴 활동을 하기 전까지 정치는 저라는 개인과 거리가 먼 활동으로, 저는 그저 평범한 개인으로서 어떤 정치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이미 정치적인 사람이고 내가 하는 행동이 정치적인 행동이 될 수 있으며,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정치적인 존재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상담소의 정치적인 활동을 보고, 저도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인턴십 프로그램이 종료되어도 앞으로 제 일상을 제가 믿는 가치를 위해 정치적인 일상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상담소에서 보람찬 7주를 보낼 수 있게 해주신 상담소 활동가님들과 후원자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상담소의 후원회원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이 글은 씨티-경희 NGO 인턴활동가 이오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