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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청구 소송
  • 2024-03-22
  • 1091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대리인단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알리는 기자회견에 연대발언으로 참여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와 함께하는 범죄 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한 국가배상 청구 기자회견


● 일시 및 장소 : 2024. 3. 21. (목) 14:00 / 민변 지하1층 대회의실

● 참석 및 순서

= 기자회견 전체 사회 : 조윤희 변호사(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대리인단 간사)
= 당사자(피해자) 발언 : 피해자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러, 음성변조 처리 등을 부탁드리며, 신원이 노출될 경우 민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 대리인단 및 국가배상 취지 소개 : 오지원 변호사(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대리인단 단장)
= 연대발언 :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김혜정 /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송란희
= 질의응답 : 한주현 변호사(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대리인단 국가배상팀장) / 오현희 변호사(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사전 보도자료는 http://minbyun.or.kr/?p=57865 민변 웹사이트에서 읽어보실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 붙임 2. 소송의 개요 및 주요 내용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일부 발췌)


"피해자는 수사 진행 상황, 가해자의 체포 여부 등에 대해 언론보도 이외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고 모든 사람을 경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피해자가 기억이 없는 상태여서 가해자의 주장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까봐 답답하고 불안했지만 막연히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사내용이나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는지 여부조차 마치 국가기밀인 양 피해자에게 전혀 공유되지 않았기에 당연히 수사절차에 참여할 수가 없었고 피해자의 신체에 남아 있던 증거들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검찰은 살인미수로만 가해자를 기소했고 피해자는 주로 성폭력 사건의 증인에게 인정되는 비공개 재판을 받을 수도, 보호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법정에 갈 때마다 아무런 신상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방청석에 앉아 모자를 벗어야 했고 가해자와 눈이 마주칠 수 밖에 없었으며 가해자는 피해자 때문에 자신의 형량이 세어졌다며 보복협박까지 하기에 이릅니다." 


"피해자는 이처럼 가해자를 대면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픈 몸으로 법정에 직접 가서야 자기 사건의 증거들을 처음 알게 됩니다. 적어도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피해자는 씨씨티비에 7분의 사각지대가 있고, 성폭력 의심 정황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그 때부터 발로 뛰어다니며 성폭력 증거들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관련 정보들을 1심 법원에 제출했으나 아무런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피해자가 ‘저는 12년 뒤면 죽습니다’라는 글을 쓰고 이 사건이 큰 주목을 받고 나서야 항소심 재판에서 겨우 최초 목격자를 증인으로 세우고 DNA 재검사를 진행하여 죄명을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변경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는 당시 어떤 내용의 성폭력이 있었던 것인지, 그로 인한 피해는 어디까지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대리인단에서는 국가배상청구 이외에도 그간 많은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해 왔던 형사절차에서의 피해자 권리 미보장 및 소외 문제를 하나하나 드러내고 개선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1) 피고인의 열람등사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반면 피해자의 열람등사권은 전적으로 재판장 허가에 의존하고 이의신청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형사소송법이 피해자의 기록열람등사의 범위를 소송 기록 전체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음에도, 열람등사 허가여부를 재판장의 광범위한 재량판단에 의존하고 있고 피해자는 이에 대해 어떠한 불복도 할 수 없어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자기 사건에 대한 알권리는 여전히 보호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2) 범죄피해자보호법이 피해자들의 경험과 관점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추상적,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알 권리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절차적 참여권 역시 그것을 보장하기 위한 안내 등이 미흡하고 실무에서는 제각각입니다. 범죄피해자보호법 제10조의 수사 등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3) 양형심리가 실질화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의 사건에서 공판검사가 피해자와 소통하여 양형가중사유를 주장하는 등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피고인의 주장과 소명 위주로 양형심리가 행해지고 피해자의 참여권, 진술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는 사과하지 않은 채 법원에만 반성문을 제출해도 반성했다는 이유로 감형이 이뤄지는 등 관행이 여전하여 양형위원회 연간보고서(2019. 4. 27.~2020. 4. 26.)에 따르면 성범죄 양형기준이 적용된 사건 4,824건 중 강간죄의 경우 53.1%에 대해 기본영역에서, 44.5%에 대해 감경영역에서, 불과 2.4%에 대해서만 가중영역에서 선고형량이 정해졌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연대 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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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와 대리인단의 국가대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지지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0년대 초반 성폭력 2차 피해에 대해 본격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 연구서 ‘성폭력 관련 공판에서의 2차 피해와 피해자의 권리’에 따르면 두 문제가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절차에서 피해자가 없는 문제이고, 하나는 성폭력, 즉 폭력과 범죄를 이해하지 못해 책임이 피해자가 전가되는 내용적인 문제였습니다. 199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피해자권리를 선언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3년 성폭력피해생존자 권리헌장을 발표하고 이런 내용이 초석이 되어 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는 2008년 범죄피해자 권리선언을 하게 됩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법제도도 그간 생겨났습니다. 1994년 비공개재판신청권, 피고인퇴정요청권, 피해자 신상정보와 사생활비밀 보호권, 1997년 신뢰관계인 동석제도, 2003년 신문시 중계시설 및 차폐시설 활용, 2006년 성폭력 전담 수사 재판부 등. 그러나 이것은 국가의 성과와 자랑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고통과 고난의 행렬 끝에 생겨난 제도의 일부입니다.   


2004년 일어났던 밀양 여성중학생 대상 집단 성폭력 사건은 수사기관의 최악의 성폭력 사건 수사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수십명에 이르는 집단 성폭력 가해자들을 모아놓고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지목하게 하고, 경찰관이 피해자를 탓하는 말로 모욕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최초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저지른 이러한 가해자를 절차상 내용상 우선값으로 두고, 피해자를 소외시키고 책임전가하는 행위는 사회가 피해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그러한 사회에서 피해자는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야 합니다. 


국가대상 손해배상청구는 국가의 책무, 보호 의무, 주의 의무를 확인하고 판례로 남겨 모든 현장에서 적용하게 하는 적극적인 시민의 정당한 요구입니다. 자신이 겪은 부당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공공적 노력과 활동을 다하고 있는 피해자에게, 그 과정을 옆에서 조력하는 대리인단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기억을 상실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수많은 술과약물에의한 준강간 사건 피해자들이 떠오릅니다. 피해자가 기억을 상실한 상태에서 피해자는 최소한의 신체적 보호, 증거확보를 할 수 없고, 가해자의 일방적인 증거인멸과 보복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가해자 주장에 의한 수사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의식을 상실하게 한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전면적으로 수사방식과 정확성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사건은 성폭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이 누락되고 성폭력이 아닌 범죄로 입건, 조사되고 송치 기소된 사건입니다. 수많은 디지털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떠오릅니다. 성폭력특별법에 명시된 범죄혐의가 있으면 성폭력 피해자 보호제도가 안내되거나, 안내될 가능성 안에 있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그 제도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디지털성폭력 전반에 대해서 ‘성폭력’으로 인식하고 그에 입각하여 피해자를 보호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엄중히 처벌하게 하는데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속에서 변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 사건은 가해자가 알지 못하는 사람을 피해자로 겨냥하고 일상의 예상과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의 범행을 행하고, 범행 전에 강간, 강간미수를 수차례 검색했던, 사건 이후에는 보복협박까지 했던 최근 발생하는 ‘증오범죄’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수많은 여성혐오, 약자증오 범죄의 피해자들이 떠오릅니다. 서울 신림 공원에서 성폭력, 살인을 겪으신 피해자가 떠오릅니다. 수사기관은, 검찰과 법원은 증오범죄의 성격, 경로, 위험성, 피해자 보호 필요, 양형에 대해서 연구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함에도 이번 사건은 완전히 수사의 허점과 중요한 지점을 모두 놓치는 것을 다 드러냈습니다. 무차별 약자를 범죄의 타겟으로 삼고 저지르는 증오범죄는 국가가 면밀히 보호, 주의 책무를 발동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상황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젠더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이 사건의 국가대상 손해배상소송 과정을 지켜보고 할 수 있는 연대를 이어갈 것입니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 응원을 요청합니다. 국가의 적극적인 책임 인정과 배상, 무엇보다 구조적인 대책 마련의 이후를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