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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페미니스트 정치 토크쇼 : 온더그라운드 <'대안 우파'의 출현과 도래한 페미니스트들의 반란>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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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정치 토크쇼 : 온더그라운드 <'대안 우파'의 출현과 도래한 페미니스트들의 반란> 홍보물 


온더그라운드 : ‘대안 우파’의 출현과 도래한 페미니스트들의 반란


2월에 마지막 날 저녁, 성미산 마을극장에는  <온더그라운드 : ‘대안 우파’의 출현과 도래한 페미니스트들의 반란>이라는 조금 긴 제목에 토크쇼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모였습니다. On the ground는 ‘현장에서’라는 뜻으로 어떤 상황에 직접 관여하고자 하는 태도를 담은 표현이라고 해요. 한국성폭력상담소라는 반성폭력, 페미니즘운동 현장에서 지금 이 시기 꼭 짚고 넘어가야하는 의제로 ‘대안 우파’ 혹은 ‘우파 포퓰리즘’이라는 키워드를 꼽았습니다.  “미래를 위한 개혁”을 주장하며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강화하는 ‘갈라치기 정치’에 무응답과 외면이 아니라 다른 대응이 필요한것은 아닐까? 질문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세상 시름 앞에 몸져 누워있는 페미니스트들이 바로 그곳에서 참여하고 싸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온더그라운드’라고 정해보았습니다.  


3.1절 연휴를 앞둔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고, 할 말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꽉꽉 들어차 함께 분노하고 깔깔 웃었던 현장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 본행사는 '페미니즘 정치'를 고민하는 많은 시민들에게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당일 사회자와 패널, 참가자들의 자유로운 이야기를 최대한 충실하게 담은 기록입니다.  발언의 일부만 인용하여 전체 맥락을 왜곡하는 것은 삼가주시기바랍니다.


들어가며 - 여기 이곳에 모이게 된 이유  


권김현영(여성현실연구소 소장)_페미니스트 정치 덕후. 활동 정지 기간이었지만 총선 전에 입을 너무 풀고 싶다, 말할 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자리를 깔아주셨길래 왔다. 


김은지(시사 IN 기자) _ 여자 ·사람 ·기자로서 현장을 뛰는 목소리가 필요해서 초대해주신 것 같다. 2022 대선 당시 2030 남성만이 유권자로 취급받던 상황이 있었고, 그 표심 외에도 이 정도의 여론과 이야기가 있다고 분석해 낸 「20대 여자」라는 책을 썼다.  


금개(퀴어문화기획자)_ 퀴어 팟캐스트 「생방송 여자가 좋다」, 퀴어 코미디 인터뷰 방송  「금개의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자리에는 누워있는, 무기력한 2030 페미니스트로 초대가 되었다. 제 친구들은 누워있느라 거의 못 왔다(웃음) 목요일 밤 지식인분들 앞에 있어서 굉장히 떨리는데 세 분의 연상녀들 사이에서 귀여움을 조금 떨어보려고 왔다. 


1. ‘대안 우파?’ 명확히 알자



'대안 우파' 지형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권김현영 선생님


지난 2021년 서울시장 선거와 2022년 대통령선거 시기 국민의힘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함께 등장한 ‘젠더 갈라치기’를 지속적으로 목격하고 있는 지금, 페미니스트 시민들에게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명확히 알아보자!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안티페미니즘, 장애인혐오, 노인혐오를 정치적 의제로 내세우는 이들을 어떻게 지칭하고, 무엇이 다른지, 어떤 영향이 있는지 정치덕후 권김현영 선생님의 핵심만 쏙쏙 명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선생님은 이들을 ‘자칭’ 대안우파라고 지칭하며, 이들의 세계관과 트럼프주의 등 우파정치가 득세하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대안 우파가 등장한 조건과 계기, 한국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짚어주셨습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을 둘러싼 남성 지배를 다시 탈환하고자 하는 정치 운동


(권김현영)대안우파의 세계관의 핵심은 나르시즘이기 때문에 ‘자칭’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신세계는 ‘내가 원래 가져야 될 권리를 잃어버렸다’라는 역차별 정서, 피해자 정서이다. 자칭 대안우파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을 둘러싼 남성 지배를 다시 탈환하고자 하는 정치 운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때문에 ‘섹스할 권리’를 주장한다던지 임신중지권과 관련해 자신들이 권한을 행사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망상적’ 세계관에 기반해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아는 전통적 의미의 우파는 정상가족 중심주의를 이야기하는데 이들 ‘대안우파’에게는 정상가족중심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세대 남성들, 가부장들하고도 사이가 좋지 않다.  보통 우파들은 보편성을 추구하기 마련인데 이들은 자국민, 남성이라는 내부 동질성을 중요시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정체성 운동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커지게 된 것은 포퓰리즘과 만났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민주주의가 제도화되면서 소위 엘리트들과 전문가들이 독점하는 과도제 민주정부가 사람들의 참여와 관련한 열정을 식게 만든 것이 전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대안우파와 포퓰리즘의 연결고리는 특히 90년대 이후 냉전체제와 거대서사가 무너진 것과 연관이 있다. 거대서사의 중심인 단일 세계관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세계관, 이를테면 페미니즘/소수자 이론과 운동, 인권, 생태주의를 통해 지금의 세계를 설명하는 법을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안우파들은 그것이 자신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은 거다. 그들은 비어버린 세계를 살게 된다. 그런 그들의 정치적 열정을 동원할 수 있는 정치 운동이 등장하게 됐던 게 우파 포퓰리즘의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세계관은 세계에 대한 세계가 아니라 안티 세계관(‘비토크라시’)이다. 안티페미니즘, 장애인혐오, 노인혐오 등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누군가 가져갔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이들이 세계관이 구성되었다. 특히 이들은 2010년대 이후 미국 중심으로 인터넷을 매개하여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대안 우파의 수장은 누구? 



‘대안 우파’ 3인방. 장예찬은 22대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에 후보 확정되었지만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후, 다시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구체적인 인물로 이야기하자면 트럼프가 유명하다. 그러나 트럼프 자신은 대안 우파와 관련이 없다고 거부했다. 마찬가지로 이준석도 대안우파의 수장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대안 우파의 수장은 장예찬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한 웹소설을 발표한 바 있고, 안정권 배인규와 같은 대안 우파 스피커들과 연결되며, 이들의 목소리를 정치 영역 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 비대위원이자 광주 동남을에 공천된 박은식 후보의 경우 과거 SNS에 “페미니즘? 전쟁 지면 집단 ㄱㄱ(강간)이 매일같이 벌어지는데 페미니즘이 뭔 의미가 있는데?” “남성성에 대한 존중, 결혼과 출산의 주된 결정권자는 남자”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남성들이 신체적인 힘으로 여성들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을 지배해야하는데 지금 남성들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런 인식을 드러내며 대안우파의 세계관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22대 총선에서 경기 화성을에 출마선언 하였고, 천하람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 비례대표 2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준석, 천하람, 허은아 이런 사람들은 ‘우파 포퓰리즘’에 가깝다. 대안 우파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지자를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일부를 가져다 쓰고 있는 것이다. 


2. ’우파 포퓰리즘’의 세력화와 ‘페미니스트 정치’의 가능성  



발언하고 있는 김은지 기자님


두번째 파트에서는 김은지 기자님이 대안우파/우파 포퓰리즘 세력이 원내 진출을 할것인지 전망해보고, 이들이 과거 정치 영역이나 현재 총선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정책 및 발언의 의미와 효과를 따져보았습니다.


원내 진입여부를 떠나 정치영역 내 우파포퓰리즘 세력의 주장, 치열하게 다퉈야 


(김은지) 개혁신당 같은 경우는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다이너믹스가 놀랍다는 생각이 드는게, 새로운미래랑 깨지면서 2월 마지막 주 기준 3%대에 머물고 있다. 이 지지율로는 비례제를 통한 원내 진입이 이번에는 한 석 내외일것이다. 게다가 지역구에 나갈 경우 소선거구제이기 때문에 거대 양당 틈에서 최다 득표자가 되어야하는 만만치 않은 싸움을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원내 진입여부를 떠나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은 치열하게 다퉈야할 부분이 많다는 감각을 현장에서 취재하며 많이 받고 있다. 그게 옳다는 게 아니라 붙어서 싸우고 그걸 가지고 그 안에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어떤 맥락이 잘못됐거나 그것이 어디로 발화해서 위험하게 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느낀 이슈가 크게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였고, 하나는 ‘노인 지하철 무료승차’ 폐지 공약이었다. 


새로운 이슈 전환, 쟁점을 던지는게 필요하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의 경우, 소위 ‘이대남’에게 소구하는 것이 ‘언더독’을 표방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약자는 항상 옳아?”라고 하는 이준석의 논리에 밀리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살펴봤을 때는 맥락이 거세된, 오로지 자유주의자들의 생각일 때가 많은데 이게 직관적이고, 매혹적이다. 여기에 대해 어떤 식으로 논박해야하는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또 하나의 예로 노인 무료승차 폐지 같은 이슈도 폐지냐 아니냐가 아니라 노인 안에 격차를 봐야하고, 또 다른 공약이었던 ‘경찰, 해양경찰, 소방, 교정 공무원 지원하는 여성들에게 병역 의무화’ 공약 같은 경우에도 징병제도 속 남성 간 격차를 봐야한다는 이슈전환, 새로운 쟁점을 던지는게 필요하다.


제3지대로 간 페미니스트 어떻게 봐야할까?


두번째 파트는 한국의 양당체제 속 제3지대가 만들어진 배경 위에서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행보를 살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제3지대로 간 페미니스트 정치인들이 개혁신당을 매개로 단일화되는 상황을 목격하며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선택 어떻게 보아야할까?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행보가 실망스럽다면 어떤 지점에서 페미니스트 정치 전략이 실패한것일까?’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김은지 기자님의 발빠른 취재와 권김현영님의 멀리보는 혜안 덕분에 이 답답한 시국을 헤쳐가는 실마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김은지) 사전 취재하는 중에 만난 분 중 “페미니즘 정치가 있었어요?”라고 이야기한 사람이 있었다.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하는 커다란 대중운동의 기반 위에서 정치에 진입한 이들이 현재 각자 다른 선택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개별적으로 각자의 캐릭터대로 이 상황에 온것 같다고 평가하시더라. 그러니까 아직 시작 못했는데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게 요지였다. 페미니즘이 변화를 일어왔고, 지금까지 만들어낸 성과는 쉽게 폄하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회에 들어가 법안을 개정하고, 만들고, 무언가를 쟁취해내는 의미로서 정치라고 한다면, 페미니즘 정치는 정치인 개별로 어떤 흐름 위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캐릭터로서 승부했기에 ‘페미니즘 정치’라고 이름붙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동시에 이럴때일수록 페미니즘 무브먼트가 더 왼쪽으로 가는게 중요할텐데, 그것은 연대의 감각이 생물학적 여성으로만 머물게 되지 않는 그 지점을 중요하게 고민할 때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정치 전략, 다시 점검하기 


권김현영님은 특히 페미니스트 정치인들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이들의 행보를 하나하나 짚으며 우리가 다시 살펴보아야할 지점은 무엇인지, 페미니스트 시민으로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할 것인지 구체적인 분석과 제안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범진보진영 내 권위주의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혼란스러운 행보에는 범진보진영 내 권위주의가 놓였다는 분석과 신지예님의 공보물  


(권김현영) 대안우파는 대의제 민주주의, 엘리트 중심의 과두제 정치를 권위주의에 대한 반대한다며 비판한다. 이들이 개혁적 의미를 가지게 되는 이유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현재의 주류 정치에 반대하면서 개혁적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저는 좌파 정치의 실패가 권위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마음이 아픈 이야기, 신지예씨의 우파로의 이동도 권위주의에 대한 환멸이 컸다고 생각한다. 여성정치인들이 소위 범진보진영의 권위주의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단계에 왔기 때문에 거기에서 튀어나오게 됐다. 물론 그쪽은 더한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만, 여성정치인의 이동 배경에는 범진보진영의 권위주의가 놓여있다.


“우리는 약자는 아니지만 차별받고 있다”



#2024년 3월 류호정 의원은 경기 분당갑 후보 등록을 포기하며 “제가 제시했던 제3지대 정치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https://m.khan.co.kr/article/202403221910001)


한편 페미니즘의 한 물결은 우파 포퓰리즘이었다고 생각한다. 김은지 기자님이 쓰신 <20대 여자>에서 “우리는 약자는 아니지만 차별받고 있다”는 20대 여성들의 말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많은 여성들이 ‘나는 약자가 아닌데 왜 차별받아야돼?’라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류호정 의원도 여기에 동기화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파포퓰리즘의 성격 일부가 류호정 의원에게도 있었던 것이고, 이퀄리스트라고 하는 정치학으로 이준석하고 만날 수 있었던 부분이 존재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여성가족부폐지에 대응하는 페미니스트 정치의 전략 


그렇기 때문에 우파포퓰리스트로서 이준석이 2022년 대선 때 지도부의 위치에서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꺼냈을 때 정의당의 심상정은 ‘국민의힘 폐지’라고 대응했어야 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여성가족부 폐지는 대안 우파의 이데올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한테 목표의식을 주기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때문에 우리의 목표는 강화가 아니라 국민의힘 폐지로 가고 목표의 효과로 여성가족부가 지켜지는게 우리의 전략상 맞는 거였다(일동 소름) 

    

정치적 공감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



2024년 3월 배복주 전의원은 새로운미래 비례대표 후보 11번에 배정되었다. 


류호정 전의원이나 배복주 전의원에 대해서 실망하거나 의문을 가지실텐데, 정치적 공감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류호정 전 의원이 ‘여성징병제’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이준석 대표는 여성징병제가 더 논리성이 있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토론에 끌려나오게 된 셈이다. 그리고 배복주 전의원 같은 경우도 이준석 대표가 누군가의 부인이라는 걸 공개적으로 반복해서 이야기하면서 부정의한 방식으로 당에서 배제했다. 배복주 의원은 이 과정에서 굉장히 참았고, 부당하게 나가게 됐다. 이준석 스스로 이야기했던 자유주의자로서 기회의 평등을 금과옥조로 여긴다는 자기 정당성이 깨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말하면 정치적 공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두고 보자, 쉽게 삶을 버리지 말고, 누가 우리의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는지 지켜보자. 


오십보백보의 정치, 전략적 유연성을 생각하자 



토크쇼에서 언급된 수많은 정치인과 관련인들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하는 것은 전략적 유연성을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지이다. 미투운동의 경우, 남성 가해자들을 단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피해자들의 목소리였지만 이 운동을 갈무리하여 집단적 목소리를 낼 때에는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권위주의가 구조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중점으로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정치, 비주류 소수자의 정치는 연대 없이 성공할 수 없다. 이는 주류를 움직일 수 있는 언어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개별 의원들의 예를 들어본다면 남인순의원 같은 경우, 여성 정책 관련하여 가장 열심히 한번도 빠짐없이 동참한 것도 사실이다.  ‘피해호소인’ 관련하여 여성운동에서 많은 비판을 했고, 비판받아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해자 남성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정치적 책임을 요구 받았다는 생각도 든다. ‘all or nothing’ 이렇게 갈 필요 없고 우리의 전략적 자산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다 싫어”가 아니라 오십보 백보의 정치, 계산을 확실하게 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3. 대안 우파 ·포퓰리즘 정치와 2030 여성


대안 우파 정치의 영향력과 2030여성의 지금을 짚는 것은 기획팀으로서 자연스러운 연결이었습니다. 대안 우파의 반페미니즘적이고 공격적인 움직임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드러났고, 페미니즘 리부트 당시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한 페미니스트들에게 실질적 위협으로 확인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대안 우파’의 목소리가 정치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동원되는 지금의 정치현실과 대비되어 젊은 여성들의 존재는 무시되거나 왜곡되어 전달되고 있는 상황들을 지켜보며 2030 여성들의 지금을 ‘소진/소거/소멸’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즘 리부트 당시의 ‘불꽃페미’들은 왜 ‘누워있는 페미’로 거듭났나” 질문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지금 만들어야할 정치까지 떠올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왜 우리가 누워있게 되었는가?" 친구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발표중인 금개님

 

(금개)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명제로부터 시작하여 내가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에 같이 활동한 활동가들을 인터뷰해보았다. 왜 우리가 누워있게 되었는가?


“같은 편을 만들고 싶다”

우선 나는 활동가 정체성을 갖고 있다가 코미디로 관심이 옮겨가게 된 케이스. 내가 활동을 시작했던 것도 같은 편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활동을 하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한테 욕을 먹으면서 실망한 것이 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같은 것에 웃을 수 있으면 같은 편이 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코미디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커리어와 돈 

내가 활동했던 페미니스트 그룹은 세력화를 생각했었는데, 잘 안됐고 이 친구는 여러 일을 거쳐 지금은 누워있거나 불교철학을 공부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있다.‘왜 누워있는가’ 질문했을 때 신자유주의 키즈로 크면서 성취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활동에서도 잘하고 싶었던 것이 있고, 많은 열정을 쏟았는데 커리어랑 생계를 잘 이어갈 수 없었던 것이 누워있게 된 이유이지 않았을까 답함  


내부의 뾰족함 

공론화하면 바로 위원회 열고, 이 절차를 거치는 것이 당연히 의미가 있었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하는 걸 보는게 괴롭기도 했고, 다른 방식은 없었을지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지치는게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페미니스트라도 방향이 다 같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때 지치는 모멘텀


온라인상의 괴롭힘 

활동영역을 옮겨서도 따라다니는 악의적이고 집요한 괴롭힘이 심리적으로 주는 큰 영향. 또 사이버 성폭력문제가 법안으로 제정되는 과정에 함께했지만 법 제정 이후에도 이어지는 지난한 싸움들을 마주하며 누워있음으로 이어짐


경제적인 것 

이런 말하기 싫지만 혼자 남는 순간에는 내가 진짜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페미니즘이 어떻게 나를 도와줄 수 없구나 느꼈을 때 지치게 되었다.    



금개님의 발표 자료 중 일부. 누워있기협동조합이 즐겨 사용하는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의 이모지와 잼예(재밌는얘기)와 님선(님먼저)의 굴레에 대한 내용


좌파 포퓰리즘으로서 페미니즘 정치?


(권김현영) 현재 개혁신당의 여성 지지율 0%에 수렴한다. 여성들은 누워 있으면서도 단호하게 개혁신당은 절대 안찍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페미니즘 리부트를 거친 이들을 일종의 인구집단- 코호트로 포착한다면 개혁신당의 지지율을 그 근거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세대의 여성들이 세력화의 실패한것도 사실이다. 왜 실패했을까? 이것은 좌파 포퓰리즘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포퓰리즘은 여성 내부의 동질성을 강화하는 것도 있지만 권위주의에 대한 반대도 중요한 특징이다. 여기서 중요한 모순이 생기는데, 아무도 우리를 대표할 수 없어라는 방식으로 권위주의에 대한 반대 원칙을 세웠지만 민주주의는 대표자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제도이다. 이것을 돌파하려고 했던 방식이 ‘익명’이었던 것 같다. 누구도 대표자로 세울 수 없는 방식의 포퓰리즘이 정치운동으로 이 시기 성공했지만 아무도 그 다음으로는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생물학적 여성’을 중심으로 모인 포퓰리즘 정치였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대안은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다. 


우리가 만들어가야할 정치 


그래서 우리가 만들어야 할 정치는 사실 ‘민주주의’다. 민주적 대의제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급진민주주의가 우리가 가야 될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녹색정의당이 ‘비례대표 2년 순환제’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또 진보정당이라면 보좌관도 공동으로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17대 국회 당시 민주노동당이 10석으로 들어간 사례에서 보면 전문가, 엘리트가 우리를 대표하는게 아니고 우리가 우리를 대표한다는 감각을 정치가 보여줄 때 사람들이 지지했다. 그게 우리가 만들어야 될 다른 종류의 민주주의 정치이다. 지금의 진보정당 안에서 ‘권위주의’, ‘갑질 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이 민주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인것 같다. 이 문화가 다시 살아나는게 중요하다. 진보정당 안에서 평등한 정치 문화 기반을 만들어낸다면 포퓰리즘에 기대지 않고 대안정치로서 진보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지않을까, 거기서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다.   


4. 다시, 도래할 페미니스트 정치 


토크쇼 내내 혼란하고 답답한 정치 지형 속 페미니즘 관점의 공론장이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현장은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정치 ‘고관여층’과 정치로부터 상처받고 누워있게 된 페미니스트들 모두 저마다의 현장을 기반으로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일부 내용을 공유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오매의 진행으로 쇼적인 재미가 가득찼던 토크쇼


기대되는 관전 포인트 

(권김현영) 이준석과 개혁신당이 어떻게 될 것인가 다른 하나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의 원내진출 가능성. 아주 걱정하면서 지켜보고있다.이 정도의 사람들이 원내에 들어가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페미니스트 세력화의 전략으로 좌파 포퓰리즘.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여성 정치인들이 뭉쳐서 ‘페미니즘당’ 만들고 이 당이 3%만 나오면 되는 거 아닙니까?


(권김현영) 페미니스트 포퓰리즘에 대한 유혹은 너무나 많고, 잘 활용하고 싶은 마음도 언제나 있지만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 사실 페미니즘운동 그중에서도 성폭력 이슈가 직관적이고 그래서 동원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또 위험하다. 피해자 정체성 운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커다란 성공적인 포퓰리즘 운동이 되기도했는데, 이후에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예외없이 우경화되었다.


성공한 예외적 사례로 스웨덴의 ‘페미니스트 이니셔티브’운동이 있다. 이게 언제 망했냐면, 어떤 토론자리에서 폴리아모리에 대한 질문을 받은 거다. 질문을 받은 활동가는 가족제도가 유연해져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그 다음날 신문 1면에 ‘폴리아모리 동의하는 페미니즘 이대로 좋은가’로 도배가 됐다. 10%대의 지지율이 1%로 떨어지게 되었다. 페미니즘 정치가 기존의 여성 정책과 불화하면 쉽게 끝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3%의 지지율만 만들어서 한석을 진출시킨다는 전략은 한명의 국회의원이 뭘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맞닥뜨린다. 한명의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만드는게 아니라 페미니스트’들’의 연합정치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당일 토크쇼가 진행됐던 성미산 마을극장에는 7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페미니즘 정치의 방향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녹색정의당 임기 순환제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셨는데, 정치인도 직업이고 숙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초선비율이 세계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높다고 하고 이는 정치혐오에 기반해있다고 할 때, 진보정당은 행정부와 경쟁할 수 있는 숙련된 정치인이 만들어질 수 있는 안정적 환경, 제도를 만드는데 더 힘을써야하는 것 아닌가? 또 보좌관들하고 팀으로 일하기보다는 국회의원 수가 많아져서 보좌관 수를 줄이고 정치인 자신도 실무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선생님의 고견을 여쭙고 싶다.


(권김현영) 저는 4년이면 훈련된 정치인으로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고 2년이면 그 반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막 진보정당으로서 국회 진입의 기회를 이야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재선,3선의 정치인을 이야기할 여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진입하는 정당으로서 정치문화를 바꿔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게 훨씬 설득력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2년 임기 중 상임위를 하면서 가장 전문성을 쌓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2년을 텀으로 각자의 역량을 쌓을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국정감사를 하면서 얼마나 질문 잘 만드느냐가 중요한 성과가 될텐데 이것은 보좌관의 역량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좌관을 공동으로 쓰면서 팀으로 역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부산 수영구에 사심. 선거마다 국민의힘을 찍으셨고, 이번에는 장예찬을 찍으실 것 같은데, 그런 부모님을 차마 볼 수가 없다. 부모님을 설득할 전략, 대본이 필요하다


가랑비 옷 젖기 전략이 중요하다. “걔는 아니라고 하던데?” 한마디만 하자.“찍지 말라”가 아니라 “아니라고 하던데”정도의 이야기. 이걸 선거 전까지 7번만하자(웃음). 그러면 한번씩은 고민하게 된다. 다른 사람한테도 똑같은 얘기를 들으면 아닌가보다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그 한명이 되자. 


소감 나누기 


권김현영 : 양당정치 폐해 이야기했지만 저는 국민의힘은 페미니즘 정치에 해악을 끼치는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양당정치의 폐해 이야기하다가 양비론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김은지 : 기자는 여튼 관찰자이고, 제3자의 위치다. 그래서 취재인으로 만나는 활동가나 정치인들, 무언가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쉽게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이 누구든 존경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힘내주시고, 감사한다는 말씀 드린다. 


금개 : 정치가 즐길만한 콘텐츠라는 걸 잼얘(재밌는이야기)를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이 후기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은 총선을 2주정도 남긴 시점입니다. 당일 언급된 정치인들의 공천도 마무리된 상황인데요, 결과는! 당황스럽습니다. ‘대안 우파의 수장’ 장예찬은 과거 자신의 말때문에 공천취소가 되었고, 개혁신당 주요 의원들도 쉽지 않은 공천자리가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페미니즘 정치의 전략적 자산으로 언급된 여성 정치인들 대다수가 공천탈락하거나 험지출마하면서 성평등 정치를 책임성 있게 자신의 의제로 삼으려는 의원이 현재로서는 극히 소수인 상황입니다.   


그러나 당일 많은 참여자들이 소감으로 남겨주신 것처럼 페미니즘 정치 이제 시작이겠지요? 앞으로 남은 2주뿐 아니라 총선 후에도 한명의 페미니스트 시민으로서 한국사회 정치를 어떻게 성평등하게 갱신할 것인지 수없이 질문하며 주변사람들과 크고 작은 공론장을 열어 보아요. 가랑비 옷 젖기 전략부터 판을 새롭게 까는 정치에 참여하는 것까지 다시, 도래할 페미니스트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만들어가보아요🙌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동은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