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2024/04/18 (목) 19:00~21:30
* 4월 이끔이: 유자
* 참여자 : 유자, 조이, 감이
* 이달의 주제 : 남성성 & 남성 페미니스트
* 이달의 책 : <여성시대에는 남자가 화장을 한다: 다윈의 성선택과 한국 사회> 최재천 지음
4월 모임에는 유자, 조이, 감이 3명이 모였습니다.
그동안 <월간00수혈>은 매우 디테일하고 좋은 모임 후기들이 많았는데요.(*주: 유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저 유자는 이번에 아주아주 편하게 후기를 써냄으로서 앞으로의 모임지기들이 가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 를 외치며 4월의 모임지기에 자원했답니다. 그래놓고 무려 한 달이나 후기를 지각해버렸지만(땀 삐질삐질) 앞으로 다른 참여자분들의 모임지기 지원을 독려해보는 의미에서, 편하게 쓰는 후기를 시작합니다!
# 책 소개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을 함께 읽었던 지난 모임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자연스레 ‘한국 사회에서의 남성은?’ 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남성성’을 연구하고 분석한 책들이 후보로 추천되었답니다. 그리고 4월의 책으로는 <여성시대에는 남자가 화장을 한다: 다윈의 성선택과 한국 사회> 함께 읽었는데요.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의 개정판입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무려 저자가 당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호주제 폐지를 지지하는 의견서도 실려 있어요.
20여년 전의 책을 지금 읽어본다면 어떤 시각과 고민으로 바라보게 될까요? 거기다가 [남자’도’ 화장을 한다]에서 [남자’가’ 화장을 한다] 로 바뀐 제목이 불러오는 흥미로움! 책 선정에는 이러한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 Keyword: 남성성과 성선택
그러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어땠을까! 아쉽게도(?) 모두의 전반적인 감상은 [20년 전에는 확실히 신선하고 새로운 관점이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 읽기에는 그다지…?] 이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사회생물학자인 저자가 자연과 동물의 생태계에는 인간의 관점으로 보기에 얼마나 여성(암컷)이 주도적인 상황 - 예를 들어 암컷들이 스스로의 판단과 기준에서 수컷을 선택하는 - 들이 많은지, 그러니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관념이 얼마나 생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인지를 설명하는 데에 대부분이 할애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남성중심적 가부장적 문화와 관념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지하는 이들에게는, 그것도 20년 전이라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했지만요. 2024년을 살아가는 페미니스트들이 보기에는… 그닥…? 그저 넘나 당연한 이야기들인데…
그럼에도 여전히 이런 글들이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월간00수혈 멤버들에게는 가부장제 타파와 페미니즘 실천이 산소처럼 당연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던 분들처럼 세상이 곧 무너질 것 마냥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독자층을 그런 사람들로만 놓고 본다면 여전히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글이라는 것에는 동의!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읽혀야 하는 독자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현실 자체에 대한 씁쓸함도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남성 저자’가 ‘(주로)남성 독자’를 대상으로 써내려간 글이기에 가지는 의미도 있을 거고요.
# Keyword: 남성 페미니스트
남성성에 대한 대화는 곧 이날의 모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가장 핫한 키워드 [남성 페미니스트]로 넘어갔습니다!! 모두가 공감했던 것 중 하나.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계속해서 이야기해왔던 것을 남성 페미니스트가 말하면 칭찬받고 독려받고 셀럽이 되는 이러한 현상들, 정말 괜찮은 것인가? 남페미에게만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외에도 후기글에는 구체적으로 적을 수 없는 수많은 성토가 이어졌고… 오해 마세요. <월간 00수혈>은 남성 페미니스트 여러분을 매우 반기고 있습니다:-D 해치지 않아요.
사실 이 후기를 쓰고 있는 저는 이 대화가 참 반가웠어요. 이날 모임에서도 나누었던 이야기지만, 저 유자는 트랜스남성이고, 의료적 트랜지션을 진행하며 현재는 주변에서 대체로 남성으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여성(으로 패싱되던 시절)이었을 때는 서로 공감하며 연대를 나눌 수 있던 순간들이, 어느 순간 저의 젠더가 바뀌고(?!) 남페미가 되고 나서는 겉돌게 되는… 그런… 정체성의 혼란과 남성으로서의 재사회화(!)를 개인적으로 겪고 있거든요.
그리고 ‘남성 페미니스트간의 공동체/연대’에 대한 이야기로도 이어졌어요. 우리는 (주로 여성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페미니즘을 통한 연대, 페미니스트들이 만들어가는 안전한 공동체에 대해서는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공간’에 대해서는 당장 떠오르는 풍경이 없다는 것. 어쩌면 남페미들이 셀럽or조신남 양자택일을 하게 되는 것은 그들에겐 지속 가능한 연대와 커뮤니티가 없는 독고다이 삶이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 Keyword:미러링, 남성 피해자, 젠더폭력, 스피커, (여성들의) 부채감
그 외에 나온 이야기로는요,
이 책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하나의 미러링이 아닐까? 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가부장제에 선사하는 아주 과학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진 사이다랄까요? “남자가 바람 피우는건 본능이야” 라는 멍멍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읽히면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기에…
그렇지만 이러한 미러링 전략이 아직도 유효할까? 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 책은 개정판으로 출간되며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 혐오와 페미니즘에 대한 3인 대담집이 새로이 실렸는데요. 대담집에서도 언급되는 2024년 현재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발화되는 소수자 혐오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이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층이 정말 ‘미러링’으로 인식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 또한 모두 공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미러링 충격요법이 아니라 페미니즘은 남자에게도 정말 이롭다~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남자도 이 사회의 피해자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 남성 젠더폭력 피해자를 상상하고 하는 말인 걸까? 정말로 페미니즘이 남성 피해자를 양산한다고 생각하면, 함께 페미니스트가 되어 바꾸어 나가보자!(갑자기 새천년 밝은 햇살 분위기) 등등등… 남성들이 남성 페미니스트가 되게 하려면!에 대한 아무말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또한 왜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도 남페미의 발화에는 항상 스피커가 제공되는가, 같은 이야기를 여성들이 한참동안 해왔을 때는 조용하더니! 라는 울화 섞인 성토들도 다시 한번 지나갔고요.
한편으로는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 또는 비남성으로 살아오며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부채감 또한 있지 않을까, 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가사노동과 육아를 ‘반반 나누어’ 하더라도 여성 양육자 쪽이 본인의 역할에 대해 늘 부채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처럼요.
3명이 오붓하게 진행한 모임이라 할 이야기가 금방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요. 시간이 얼만큼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끊임없는 대화와 성토가 이어졌던, 그리고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었답니다! 그치만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면 더더더더욱 즐겁고 흥미진진한 자리가 될 것 같아요. 저희가 다음 책 선정할 때, 올라왔던 쟁쟁한 후보들을 알려드릴게요.
#다음 달 책 후보들 (제목 클릭 시 알라딘 책 소개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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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월간 00수혈>에는 더 많이 참여해주실거죠? 그래서 다음번 모임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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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6월 20(목) 저녁 7시
- 장소: 한국성폭력상담소 1층
- 모임지기- 조이
- 6월의 책 <여자치고 잘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