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 알고 계신가요? 가해자의 유죄유무와 형랑을 다투는 형사재판은 검사와 피의자가 죄를 다투고, 피해자는 방청석에 앉아야 합니다. 물론 증인으로 재판정에 서기도 하고 탄원서를 보내는 등의 재판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일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수사기관이 성폭력 피해 정황을 초기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졌었죠. 가해자는 재판이 시작되면 모든 재판 자료를 볼 수 있지만, 피해자는 자료열람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에 가해 변론 시장이 확대되면서 성폭력 가해자의 '구제' 전략은 더욱 다양하고 치밀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짚어내기 위해 7월22일 국회에서 <형사소송절차상 성폭력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여전히 영향을 끼치는 강간통념,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 성범죄 변론 시장화 등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장장 세시간 가량 이어졌습니다.
첫번째 발제자인 김동현 판사는 성폭력재판에서 예전에 비해 강간통념의 영향력이 줄어들었지만, 국민참여재판 등에선 강간통념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판례를 통해 짚어냈습니다. 두번째 발제에서는 안지희 변호사가 성폭력 피해자가 사건의 주변인으로 머무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 하였습니다. 피해자가 재판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독일의 부대공소제도와 일본의 피해자참가제도를 소개하며, 피고인의 방어권이 불가침 권리가 아니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도 소송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52쪽). 마지막 발제인 최란 상담소 부소장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성폭력 가해 변호 과정에서의 문제를 마치 충돌하는 가치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을 비판하면서(67쪽) 성폭력 변론의 시장화가 가해자의 '억울함'과 피해자의 불안을 자극하고 과잉대응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토론에서는 강간통념과 2차 피해, 피해자 권리 보장제도 등에 대한 설명이 뒷받침 되었고, 가해자의 변론이 기본적으로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생각하는 사정"을 질문하게 하도록 구성되는 재판 자체에 대한 인식의 환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졌습니다(100쪽).
형사절차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행법과 제도들을 검토하고 개선해나가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마침, 지난 6월5일을 기점으로 22대 국회가 개원하였는데 이번 토론회에 공동주최로 참여한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국회의원, 입법 관계자들이 열심히 활약해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위 괄호안 페이지수는 자료집의 페이지 입니다.
*본 후기는 여성주의상담팀의 호랑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